숲속에 능소화가 피었더냐?
보스톤코리아  2013-08-19, 13:45:16 
한 여름이다. 스콜처럼 소낙비가 시도때도 없이 오고간다.  하지만 속절없이 봄이 갔다고 아쉬워 할 건 없을게다.  싱싱한 여름이 왔다. 대신 잔디는 열심히 깎아야 한다.
독자제위, 포이즌 아이비 조심하시기를 빈다. 
한자漢字가 뜻글자 일 적에 한글은 소리글자라 배웠다. 소리를 소리대로 받아 적어낸다는 거다. 헌데, 한글이 상형象形이 되는 걸 봤다. 작가 김훈이 말했다. 
'숲'은 글자 모양도 숲처럼  생겨서  글자만 들여다 보아도  숲 속에 온 것 같다.’

여름은 나무이고 숲이다. 옛사람은 봄에 꽃이요, 여름은 바람이라 했다. 헌데, 숲과 나무가 여름일 거라 우긴다. 숲속 나무 사이로 바람이 일면, 잎새 부딪치는 소리가 여름처럼 시원하다. 나무는 숲에서 푸르기 때문이다. 자작나무라면 더욱 소리가 갸륵할 테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겠다. 미니트맨 트레일 숲길을 자전거를 달리면, 숲속 바람이 달려 든다. 바람은 자전거를 밀지 않는다.  바람은 자전거에 맞선다. 대신 나무와 숲은 가는 길은 내어주고,  자전거를 민다. 다시 작가 김훈이다. 

'숲' 이라고 우리말로 발음하면 입 안에서 맑고 서늘한 바람이 인다.’  ‘그래서 '숲'은 늘 맑고 깊다.’  
말은 실체의 모습과 소리일 것이다.  그러니  말과 실체의 모습과 소리는 다르지 않아야  한다.  여름은 숲이라 했으니, 여름이면  푸르른 숲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건 당연하다.  한 여름에  나무그늘은 시원하다.  푸르기 때문에 시원 할 것이고, 그늘이 있으니  맑고 청명하다.  하긴 누구는 ‘술’은 발음하면,  술생각 나고, 술처럼 부드럽다 하기도 했다. 하지만 술은 글자만을 들여다 보아서는 안된다. 반드시 발음해야 술생각이 날 게다. 한 여름엔 냉막걸리가 어울린다. 헌데, 한국에서 맛 본 요새 막걸리는 너무 달다. 요구르트 먹는 줄 알았다.

해마다 보던 능소화가 피는 때가 아직 멀었나? 그 꽃을 능소화라고 스스로 단정지었다. 몇년전 동네에서 자전거 타며 놀다가 얼핏 보았다.  어느집 담장으로 피어있던 주황색 작은 꽃송이 무더기를 보고 혼자 감격해 했던 거다. 분명코 그 꽃을 예전에 보았을 터이지만, 그날 아침에 눈에 잡혔던 꽃덩이들은 새삼스러웠다.  화려함 보다는 애잔함을 먼저 보았다. 능소화는 숲에서 피지는 않는다.  인간사  세상에서  같이 산다. 

능소화  (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화무십일홍/비웃으며/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내내 핏발이 선/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손으로 만지다가/꽃가루를 묻히는 순간/두 눈이 멀어버리는/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하늘마저 능멸하는/슬픔이라면/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능소화가 곧 보스톤에도 피어 날 게다.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필 거란 말이다.  담장을 타고 넘는 능소화는 기생꽃이라 한다더만, 무당巫堂에 가까운 지도 모르겠다.  헌데, 담쟁이 꽃에 앨러지가 생겼는지, 피부병에 걸려 며칠째 생고생하고 있다.  아주 가려워 괴롭다.  의사의 진단으로는  ‘포이즌 아이비’ 라는데, 무지 가렵다.  처방해준 약을 먹고,  바르고, 긁고  씻고 투병중에 있다.   욥도 이렇게 힘들었을 게다.  (‘욥이 재 가운데 앉아서 질그릇 조각을 가져다가 몸을 긁고 있더니’욥기 2:8). 걱정해 주시라.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땅은 푸른 움을 돋아나게 하여라. 씨를 맺는 식물과 씨 있는 열매를 맺는 나무가 그 종류대로 땅 위에서 돋아나게 하여라" 하시니, 그대로 되었다.’ 창세기 1: 11절 (새 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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