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회 홍하상의 일본상인 탐구
보스톤코리아  2013-10-07, 12:06:23 
원조 이치와
이치와의 창업은 서기 1000년이니 올해로 1013년째를 맞는다. 현재의 주인은 하세카와 미에코(長谷川美惠子.72)로 24대째이다. 

필자가 이치와에 간 날, 유감스럽게도 하세카와 미에코 사장은 병이 나서 가게에 나오질 못했고 대신 그녀의 동생인 하세가와 치요(64) 씨가 숯불을 끼고 앉아 열심히 아부리모찌(인절미 구이)를 굽고 있었다.

치요 씨의 언니는 최근 건강이 좋질 않아 가게에 나오지 못해 대신 자기가 일하고 있으며, 언니가 결혼을 하지 않아 자식이 없어서 자신의 친딸(39)이 장차 가게를 이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오히려 제대로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손톱만한 인절미 떡을 편편하게 누른 후 대나무꼬치에 5개씩 끼워 살짝 구워 숯불에 굽는 비교적 간단한 방식이었다. 그리고는 그 떡을 달짝지근한 흰 된장에 찍어먹는다. 꼬치 12개 1인분의 가격은 500엔. 이 정도면 일본에서는 아주 싼 가격이다. 

고풍스런 분위가 물씬 감도는 가게에는 이 날도 7-80명의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가장 손님이 많은 날은 4월 둘째 주의 마쓰리 날로 이 날은 하루 3천명의 손님이 찾아온다고 한다. 수학여행 온 여학생들이 이 꼬치를 보는 순간, “정말로 교토에 왔구나”하고 느낄 정도로 이 꼬치는 교토의 명물이다. 어떤 사람은 이 꼬치를 먹기 위해 20년 만에 다시 이곳에 들렀다고 한다.

꼬치 떡은 쌀가루로 만든다. 재료는 예부터 교토 인근의 시가현의 하부타에 있는 도매상이 가져다준다. 시가의 하부타는 일본에서 가장 쌀맛이 좋기로 소문난 고장.
쌀맛이 좋다보니 그 가격이 여타의 쌀보다는 30%나 비싸다.

이치와에서 사용하는 하루 쌀의 소비량은 40-50킬로그램 정도이니 적어도 하루 4,500인분은 파는 셈이다. 특히 교토의 관광철인 봄, 가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 인절미구이 가게가 잘 되자 교토에는 좀 더 싼 가격으로 파는 인절미구이를 파는 새로운 업자가 많이 생겼다. 덕분에 한때 재료값이 폭등해서 업자들이 재료를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치와의 경우 무려 1000년간 영업을 해왔으므로 도매상으로부터 재료를 구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교토의 상법에 이런 말이 있다. “갖고 있어라. 더 가지고 있어라.” 유사시에 재료가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늘 비상용을 확보해두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맛도 갖고 더 가져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재료값이 올랐으나 이치와는 1인분에 500엔이라는 가격은 30년전부터 줄곧 지키고 있다. 

또 떡을 굽는 숯도 와카야마현에서 나는 목탄만을 고집한다.와카야마는 산세가 험해서 예부터 나무의 재질이 좋아 사찰의 기둥이나 서까래 등 건축자재로 많이 쓰였으며 숯 또한 일본 내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지방이다.

와카야마에서 나는 숯은 종류도 다양하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다.최근 가장 인기있는 기슈 숯선물셋트로 1킬로그램에 1575엔(한국돈 2만3천원 정도)이나 한다.

와카야마의 숯이 좋은 이유는 그 숯으로 떡을 구웠을 경우,인절미가 가지고있는 음식의 잡스런 맛을 숱의 향이 모두 상쇄시켜 주기 때문이다.

또 이 숯으로 고기를 구우면 단백질이 분해되는 것을 막고,구울 때 아미노산이 나와 한층 고기의 맛을 좋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치와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값이 비싸지만 와카야마의 숯만을 고집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일본의 식당에서는 값이 비싼 와카야마 숯이나 일본 숯대신 중국 산 숯을 쓰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일본 숯을 써서는 채산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치와가 지난 천년 동안 번영해온 이유는 값을 떠나 떡을 구울 때 떡맛을 가장 좋게하는 와카야마 숯을 쓰기 때문일 것이다.그러한 고집이 바로 이 가게를 천년동안이나 번성시켜 왔을 것이다. 

시가현 하부타에서 나는 좋은 쌀과 교토의 좋은 물,그리고 품질 좋은 숯,여기에 비장의 흰된장이 어우러져 참으로 소박한  맛을  내는 것이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아메리칸 드림’ 퇴색, 금융위기 이후 중산층 붕괴로 2013.10.07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오현숙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미국인들 사이에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드..
영민 엄마와 함께하는 재정계획 (199) : 투자를 왜 해야 하나 2013.10.07
5년 전 9월 금융위기로 8.8백만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미국 가정 전체에서 사라진 돈의 총 액수는 무려 $19.2 trillion이라고 미 재무부에서 발표했습니..
상속세 및 증여세(7) : 미국 영주권자가 한국의 부동산을 미국 자녀에게 증여하면… 2013.10.07
1. 부동산을 증여하는 경우한국에서는 수증자(증여를 받은사람: donee)가 증여세를 내는데, 수증자가 한국의 거주자면 한국의 자산 뿐만 아니라 다른나라의 자산을..
제 62회 홍하상의 일본상인 탐구 2013.10.07
16. 그래봤자 떡장사,그래도 떡장사 (2) - 천년 인절미떡 이치와
토플 (TOEFL) : 유학생들의 시험 (2) 2013.10.07
미국 유학 성공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