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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코리아  2013-12-09, 11:14:56 
폴 리비어, 1768 by 존 싱글턴 코플리
폴 리비어, 1768 by 존 싱글턴 코플리
보스톤 지하철 (B)그린라인의 카플리 스테이션 주변은 다양한 랜드마크와 볼거리들로 가득하다. 역에서 나오자 마자 바로 만날 수 있는 건물은 아름다운 건축양식으로 유명한 보스턴 퍼블릭 라이브러리. 그와 인접한 곳에는 화려한 명품샵과 갤러리, 부티크 등이 몰려있는 뉴베리 스트리트(Newbury Street)와 대형 쇼핑몰 푸르덴셜센터가 있고, 보스턴 마라톤대회의 결승선도 카플리 역 앞 보일스톤 스트릿에 위치한다. 이처럼 보스토니안이라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카플리’ 역의 이름은 보스톤이 낳은 화가 존 싱글턴 카플리(John Singleton Copley, 1738-1815)를 기리기 위하여 지어졌다. 

카플리는 회화나 건축 등 예술문화가 척박했던 영국 식민지 시대 미국에서 가장 성공했고 영향력 있었던 초상화 화가였다. 정식 미술교육기관이 전무했던 당시 보스톤에서 자라난 카플리는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하였으며 뉴잉글랜드 지역 상인을 비롯, 중상층 클라이언트들을 상대로 인물화를 그리며 작가로 성장하였다. 그는 주인공의 직업이나 일상생활을 보여줄 수 있는 사물을 인물과 함께 배치하여 주인공의 삶을 반영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렸다. 단순히 척박한 미술 환경에서 성장한 재능 있는 초상화가로 기억될 수도 있었던 카플리가 미국 예술사에서 중요한 반열에 오르게 된 연유에는 그가 제작한 폴 리비어, 사뮤엘 애담스 그리고 존 행콕 등 미국 독립운동가와 애국자들의 초상화 작품이 미국 역사의 아이콘적 이미지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폴 리비어, 1768 by 존 싱글턴 카플리 
Museum of Fine Arts, Boston 소장 (Gallery 132)
한 손으로 턱을 받치고 자신감 있는 눈빛과 확고하게 다물어진 입으로 관객을 응시하고 있는 그림 속 인물은 폴 리비어 이다. (Paul Revere, 1734-1818) 보스턴 태생인 그는 영국의 식민지 시절 독립을 위해 앞장선 애국자로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직업은 은세공가였다. 카플리가 리비어의 초상화를 그리던 당시 그는 정교한 은세공 기술로 자신의 샵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보스톤 전역에 자신의 상품을 납품하고 있었다. 그림 속 리비어는 화려하게 수 놓아진 격식을 갖춘 차림이 아닌 소박한 옷차림을 하고 셔츠의 목 단추를 풀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앉아있다. 그는 한 손에 자신이 작업중인 티팟을 들고 있고 테이블위에는 은제품에 장식을 새겨 넣는 툴들이 자연스럽게 흐트러져 있다. 카플리가 이 초상화를 그리던 당시 리비어는 미국 독립운동을 지지하는 지역의 비밀 애국단체 ‘자유의 아들’ (Sons of Liberty)의 회원으로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었다.

이 후 폴 리비어는 애국파 동료들과 함께 인디언 복장을하고 영국 선박에 올라 영국의 부당한 과세 징수에 항의하기 위해 당시 높은 관세가 매겨졌던 차를 바다에 던진 “보스톤 차 사건”(1773) 에 가담했을 뿐 아니라, 1774-1775년 경에는 보스턴 안전위원으로 일하며 보스턴 등지에서부터, 뉴욕과 필라델피아까지 말을 타고 돌아다니며 전시 비상연락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폴 리비어의 가장 큰 공적은 미국 역사에서 유명한 일화인 ‘미드나잇 라이드’(Midnight Ride) 에 잘 나타난다. 1775년 4월의 밤, 영국군의 공격 태세를 감지한 리비어는 영국군의 침략을 알리기 위해 보스턴에서 렉싱턴으로 새벽까지 말을 타고 달리며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영국군이 온다는 사실을 애국파 동료들과 주민들에게 알렸고 이로 인해 미국 민병대가 사전에 전투 준비를 마침으로써 영국군의 침략에 대비할 수 있었다. 결국 영국과의 첫 독립전쟁이라 할 수 있는 렉싱턴 콩코드 전투는 미국의 승리로 돌아간다. 영국군의 침략을 알리기 위해 밤낮을 달린 그의 일화는 미국 시인 ‘롱펠로우’의 서사시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시에서 묘사된 조국을 위한 그의 애국심은 훗날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 받는데 중요역할을 하였다.

 Samuel Adams, about 1772
Museum of Fine Arts, Boston 소장 (Gallery 132)
미국 식민지 역사에서 중요한 또 한 명의 인물인 사뮤엘 애덤스의 아이콘적 초상화작품도 카플리에 의해 제작이 되었다. 사뮤엘 애덤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맥주 브랜드 이름으로 더욱 익숙하겠지만 그는 유명한 미국 정치가이자 영국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에 앞장 선 지도자였다. 그가 보스턴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의 이름이 된 연유에는 애덤스가 보스턴 출생 애국자일 뿐만 아니라 정치인이 되기 전 가족 사업이었던 맥주 양조장을 운영하기도 한 점이 작용했다. 

어두운 배경에 유일하게 빛을 받고 있는 고집스러우면서도 확고한 표정의 애덤스와, 그가 손가락으로 가르치는 서류들이 우리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 이 작품에서도 카플리는 주인공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있는 상징적인 사물을 인물과 함께 배치했다. 이 초상화는 1770년 3월 6일, 보스턴 대량학살 있었던 바로 다음 날 영국인 보스턴 주지사와의 회의에서 영국군의 철폐를 요구하는 순간을 주제로 한다. 그의 오른 손에는 보스톤 시민들의 요구사항들이 적힌 탄원서가 들려있고 다른 한 손은 인권보호를 명시하는 매사추세츠의 헌장을 손가락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 초상화를 카플리에게 주문한 사람은 사뮤엘 애덤스가 아닌, 함께 활동했던 부유한 독립운동가 리더 존 행콕이었다. 그는 다른 독립운동가들에게 영감을 주고자 자신의 집무실에 애덤스의 초상화를 걸어놓았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문화/예술 컬럼니스트 장동희

Museum of Fine Arts, Boston 강사 / 보스톤 아트 스튜디오 원장
167 Corey road, suite 205, Boston MA 02135  ph) 857 756 2557
jandonghee@bostonartstudio.com / www.bostonart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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