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간첩 증거조작 의혹, 특검으로 가나
보스톤코리아  2014-03-31, 12:56:22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국정원 간첩증거 조작사건'에 관여한 국가정보원 직원들과 협력자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수사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자들의 잇단 자살 기도로 검찰의 국정원 윗선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자 검찰은 유우성(34)씨의 공소장 변경 진행을 통해 추가 재판기일을 연장해 '시간끌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애초부터 검찰이 이번 사건을 맡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더해지면서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 내부에서도 특검 도입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국정원 내부회의 통해 기획 입수
검찰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지난 23일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공식 외교 경로로 입수됐다는 중국 허룽 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가 국가정보원의 내부 회의를 통해 '기획입수'된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은 22일 소환 조사한 국정원 이모 처장(대공수사국 팀장•3급)이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보고받았거나, 최소한 포괄적으로 지시 또는 묵인한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김모 과장(대공수사국 파트장•4급•구속)은 협조자를 통해 입수한 유 씨의 출입경기록과 출입경기록에 대한 발급확인서, 협조자 김모 씨(61•구속)가 위조했다고 자백한 싼허 변방검사참 문건 등 문서 3건의 입수 과정 모두에 관여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자살을 기도한 권모 과장(대공수사국 파트장•4급)은 문서 입수에 직접 관여하기보다 문서 입수방법을 설계하고 이인철 주선양총영사관 영사가 '가짜 영사확인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공식 경로로는 발급받을 수 없는 문서여서 중국 측 내부 협조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 처장은 역시 "애초에 직원들이 문서 위조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위조 여부를 알 수 있는 보고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조사 중 2주만에 또 자살기도
지난 5일 국정원 협조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김모 씨가 자살을 시도한 이후 2주 만에 권모 과장도 자살을 기도했다가 현재 위중한 상태다.

국정원 직원으로 주선양 총영사관 부총영사를 맡은 권모 과장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검찰 진상조사팀에 소환돼 3차 조사를 받던 중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뒤 22일 오후 1시 33분께 경기 하남 하남대로 모 중학교 앞에 주차된 싼타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권모 과장의 자살 기도는 검찰 수사가 국정원 조직을 치고 들어오는 것에 대한 위기감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강도 높게 추궁하자 '대공수사국 직원 전체를 위조범으로 몰고 있다'는 반발감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24일 "그동안의 수사과정을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 점검하고 향후 치밀하고 적정한 수사계획과 대책을 세우겠다"며 "수사가 대공수사요원들의 긍지와 희생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수사팀의 일치된 생각이자 믿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권모 과장은 25일 현재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로 스스로 충분한 호흡을 할 수 없어 기계 호흡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날 장기적인 치료를 위해 전문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유씨 공소장 변경, ‘시간끌기’ 지적
이모 처장이 문서위조 개입 혐의를 부인하고 권모 과장의 자살 기도로 검찰의 국정원 윗선 수사는 난관에 부딪친 가운데 검찰이 간첩사건 피고인 유 씨에 사기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혐의 적용이 확정되면 검찰은 유씨의 항소심 공판과 관련한 공소장을 변경할 방침이다. 

검찰은 유씨가 중국 국적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탈북자로 위장해 정착지원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것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이같은 행위에 대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탈북자 지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지만 한 가지 행위에 대해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죄명 추가가 가능하다고 봤다.

또 유씨가 탈북자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주는 '송금 브로커'를 하며 수수료를 챙겼다며 외국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고발이 접수돼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같은 공소장 변경 움직임은 사실상 실익이 없는 행위라는 점에서 '시간끌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실익을 따진 것은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할 업무처리를 위해 하는 것일 뿐"이라며 "시간끌기를 위해 공소장 변경을 했다는 식으로 본말을 뒤집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법적한계 뛰어넘는 ‘특검’ 도입
권모 과장의 자실 기도로 잠시 주춤했던 검찰 수사는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전화를 이용해 문서위조 개입의혹을 은폐한 정황을 포착하고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의식불명에 빠진 권모 과장의 직접 진술 없이도 상부의 개입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은 이 영사를 다시 불러 조사하는 한편 관련자들의 직접 진술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윗선을 캐낼 수 있는 물증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향후 수사팀은 이모 처장의 개입 여부와 이모 처장의 윗선이 개입됐는지 여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 이 사건이 국정원과 검찰 공안부 차원에서 시작된 만큼 이들 기관을 검찰이 조사한다는 점에서 수사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 수사를 가로막는 '법적 한계'도 걸림돌이다. 검찰은 현행법상 압수수색이나 국정원 직원을 소환할 때 국정원장의 '협조'나 사전허가를 얻어야 한다. 국정원 직원을 구속할 때는 국정원장에게 미리 통보해야 한다. 이 같은 법적 절차는 검찰이 '성역' 없이 국정원을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사대상이나 법적 한계를 뛰어넘는 제어장치를 갖춘 특검만이 사건 해법의 열쇠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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