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6.4 지방선거, 일방적 승리는 없었다
보스톤코리아  2014-06-09, 11:45:05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지역 살림살이를 4년간 맡을 일꾼을 뽑는 6.4지방선거가 이제 끝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과 충청권에서 승리를 거머쥐었고, 새누리당은 경기와 인천에서 승리하며 다른 지역에서의 패배를 상쇄시킴으로써 이번 선거는 사실상 여야의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사전투표 효과에 힘입어 16년 만에 최고의 투표율이라는 기록과 함께, 동시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참패 징크스가 16년 만에 깨졌다는 기록도 세웠다.

일방적 승리 없이 냉엄한 민심 보여
지난 5일 오전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 개표 마감 결과 새누리당은 경기•인천•부산을 비롯한 8곳,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대전•광주를 포함한 9곳에서 각각 승리했다.

 일단 숫자 면에서 기존 '새누리 9곳, 새정치연합 8곳'에서 '새누리 8곳, 새정치연합 9곳'의 구도가 만들어짐으로써 새정치연합이 다소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새누리당은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던 경기를 '사수'하고, 인천을 빼앗아 왔고 새정치연합은 인천을 내주는 대신 대전과 세종에 깃발을 꽂아 충남•북과 함께 중원을 석권했가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어려운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최대 변수로 부각되면서 당초 여당인 새누리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투표함 뚜껑을 열어본 결과 여당을 참패 수준의 수렁으로 몰아넣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승리를 안겨주지도 않았다. '세월호 심판론'을 기치로 내건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서도 민심은 여당을 견제할 만큼의 입지는 마련해줬지만 역시 몰아주지는 않았다.

여당에는 세월호 참사와 무능한 대응과정에 대해 일정 정도 책임을 묻고, '세월호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운 야당에 대해서도 경고 사인을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5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빈틈없는 균형감각에 감사한다. 민심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모두에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이라고 평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재선 성공
 6•4 서울시장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를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의 총 25개구 가운데 서초구와 강남구를 제외한 23개구에서 박 당선자가 높은 득표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당선자는 5일 업무 복귀에 앞서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제 당선은 세월호의 슬픔으로 근본의 변화를 요구한 시민 모두의 승리"라면서 "저는 이제 새로운 시대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몽준 후보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저를 지지한 분들은 물론이고 반대한 사람과도 함께 서울시 모두의 시장으로 일하겠다. 모든 시민과 손잡고 함께 가겠다"며 통합의 시정을 약속했다.

한편 정몽준 후보는 5일 자정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패배를 인정하고 "서울시민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교육감 선거, 진보 성향 돌풍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 후보들의 돌풍이 거셌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서울 조희연 후보 및 부산 김석준 후보 등 모두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다. 이 같은 진보 교육감들의 선전은 세월호 참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진보 교육감이 대거 탄생함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에도 일부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핵심 간부 출신이 8명이나 교육감에 당선됐지만,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은 4명 중 1명만 당선돼 대조를 이뤘다. 전교조 핵심 간부 출신이 대거 교육감에 당선된 것은 보수 후보 난립, 진보 후보 단일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지나친 경쟁 중심의 교육에 유권자가 제동을 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치인 출신 4명 후보 중 유일하게 교육감에 당선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16대 국회의원(교육위원)을 역임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 33대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서울시교육감에 출마한 고승덕 후보는 선거 초반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해 당선이 유력했지만, 선거 막판 그의 딸이 교육감에 당선되면 안 된다는 글을 SNS에 공개하는 등 가정사에 발목을 잡혀 끝내 낙선했다.

서울 기초단체장, 새정치 압승
서울시장을 비롯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총 17곳 가운데 8곳에서 승리하는데 그친 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226곳 가운데 117곳에서 승리하면서 4년 전의 패배를 설욕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소속 후보 가운데 80명이 당선되는데 그쳤다. 

하지만 서울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25개 선거구 가운데 20곳을 휩쓸며 수성에 성공했다.  새누리당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와 중구청장, 중랑구청장 등 5곳에서 당선인을 내는데 그쳤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단 한명의 당선인도 배출하지 못했다. 무소속 후보 당선인은 29명에 달했다. 

사전투표효과, 16년만에 최고 투표율
6.4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56.8%로 집계됐다. 16년 만의 최고치이다.

중앙선관위는 잠정집계 결과, 전체 유권자 4129만여명 가운데, 2346만여명이 투표해 56.8%의 최종 투표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65.6%로 전남이 가장 높았고, 대구가 52.3%로 가장 낮았다. 서울은 58.6%로 전국 평균 투표율보다 높았다. 

이번 최종 투표율 결과는 1995년 1회 지방선거 투표율인 68%에만 뒤졌을 뿐, 1998년 2회 지방선거의 52.3%, 2010년 5회 지방선거의 54.5%를 넘어섰다.

앞서 지난 30일과 31일에 진행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은 11.49%에 달했다. 이에 최종 투표율이 마의 60% 고지를 넘길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청와대, “최악 피했다” 안도
청와대는 5일 6•4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앞으로 한 표 한 표에 담긴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국가개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내부에선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을 피한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치러진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이 참패를 면하고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직후 열린 여야 지도부 회의에서 여야 지도부는 모두 표면적으로는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자성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다만 수도권에서는 새누리당이, 충청권에서는 새정치가 승리를 거두면서 정치권 전반에 책임을 묻는 '절묘한 구도'로 지방선거가 마무리 됐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숨통이 트였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진행될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와 지방선거의 '연장전'인 7ㆍ30 재보궐 선거에서 저마다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공방전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hsoh@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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