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귤향기는 겨울에 짙다
보스톤코리아  2014-11-10, 11:42:00 
  빗줄기가 굵었다. 그리고 쏟아져 내렸다. 바람은 거셌다. 언제 떨어질까 망서리는 잎사귀를 훑었다. 땅에 닿기 전에 춤추듯 날려 떠나갔다. 이미 떨어졌던 잎사귀는 쉽게 나를 수 없었다. 물에 젖은 땅이 놓아 주지 않았다. 덕분에 날이 서늘해졌다. 

  한 사나흘, 왠 가을비가 이다지도 세차게 내리든지. 집안은 두루 안녕하신지.  
  김종필 전前 총리를 봤다. 신문 사진에서 그가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그가 했다는 자의반 타의반이란 말을 떠올렸다. 몽니란 말도 딸려 나왔다. 그가 말을 잘 만들어 내는데, 이런걸 촌철살인이라 하던가. 한일회담 당시 일게다.  그가 한국 회담대표였다. 그런 그를 보고 나이들어 노련한 일본상대가 한마디 했단다. ‘젊은 사람이 똑똑하다.’  액면 그대로 칭찬이라 하기에는, 속이 훤히 보이는 말이다. 애송이와 이야기하기에는 뭔가 찜찜하다는 말일게다. 세월이 한참 흘러, 젊었던 김종필씨가 나이들어 한 말이 상서롭지 않다. ‘나이 70세, 마무리할 때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 싶은 욕심은 있다.’ 채근담에서 한 구절을 퍼올린다. 즐겨 읽는 구절이다. 

하루해가 이미 저무니 노을이 아름답고,
한 해가 이제 저물려니 새삼 귤 향이 짙구나.
(채근담 前 199)

  한국 모 국회의원이 쟈니윤에게 한마디 충고했단다. ‘일하기에는 너무 늙었다. 집에가서 애나 보라’고 말이다. 아침에 뜨는 해는 아름답다. 하지만 저녁 지는 노을도 만만치 않다. 붉게 물든 석양은 현란한게다. 귤향기는 한 겨울 눈속에서 그 향기를 뿜어낸다. 한창 추울 때에 향내가 짙다는 게다.  다른 과일과 다르다. 그러고 보니 손에 쥘수 있는 그 밀감은 겨울에 먹는다. 겨울은 한해의 막바지다. 

  몇 해 전 쟈니윤이 그의 이름을 걸고 토크쇼를 한 적이 있다. 어눌하지만 낮은 소리로  던지는 그의 조크에 한참을 웃었지 싶다. 조영남이 여전히 촐싹일 적이고, 배철수가 아직 젊어 음악을 맡았다. 그게 벌써 몇해 전인가. 그도 늙기는 늙었고, 조영남과 배철수도 나이들어 간다. 하지만 여전히 왕성하다. 

  나이 들면 기억력은 떨어지고, 기력은 예전만 못하다. 그런데 지혜는 늘어난다. 젊은이가  갖지 못하는 세상을 보는 눈은 훨씬 깊다는 말이다. 설舌의원 그건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나도 알 듯 싶는데. 

‘우리는 하느님께 바치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고린도 후 2:15,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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