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하기에 나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I need you because I love you.' -좋은 습관은 행복으로 가는 직행선 II-
보스톤코리아  2015-02-10, 12:18:37 
발렌타인 데이가 일주일 남았다. 작년 발렌타인 데이가 가까워 올 때, K군이 물었다. “내가 심한 말을 해서 상처 받은 후, 나를 개 취급하는 옛 여친이 있습니다. 내가 한 말이 그렇게 그녀에게 상처가 되는 줄을 몰랐습니다. 사과를 했지만 그녀는 용서하지 않습니다. 이상하게도, 용서 받지 못할수록 그녀가 더 가치있게 느껴집니다. 사랑에 더 빠져듭니다. 그녀에게 발렌타인 데이에 꽃을 보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는 질문과 동시, 이미 꽃을 보내는 예약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고, 취소하려 했지만 발렌타이 하루  전이라, 취소하는 일이 더 힘이 들다고 했다.

발렌타인 데이날 장미꽃 부케가 그녀의 직장으로 배달되었다. 그는 하루종일 안절부절되어 일에 집중을 못 할 정도였다. 드디어 저녁 무렵, 옛 여친이 답을 보내왔다. “너 또 한번 내게 이딴 짓을 하면, 스토커로 고발해 버릴거야!” 그는 비싼 돈 들여가며 진심을 다해 자기 마음을 표현하려 할 뿐이었는데, 죄인 취급당하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하지만 괜시리 잘못 연락을 했다가 정말 스토커로 고발될 것 같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가끔씩 그녀를 찾아가서 죽여버리고 싶은 살의를 느낀다고 했다. 산산히 깨져버린 남자로서의 자존심과 함께, 다른 여자를 만나는 일이 무서워 진다고 했다. 비수같은 그녀의 ‘말 칼’에 심장이 찔린 그는 철철 흐르는 피를 움켜쥐며 한동안 몹시 괴로워 했다. 이 깊은 상처가 쉽게 아물지가 않아 다른 이들의 조그만한 거부적 반응에도 예민해졌고, 자기 비하에 빠져들곤 했다. 몇 개월이 지난 후, 낯선 장소를 운전하다 그녀 이름이 적힌 스트리트 명을 보고는 며칠을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멜리를 처음 만나던 순간부터 그녀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녀의 섹시함, 미모, 대학원을 다니며 교직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의 야망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를 황홀하게 했다. 그녀는 그와의 데이트를 거부하지 않았고, 만나면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남자로 느끼게 해주곤 했다. 몇 번의 데이트 후, 그녀는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 해 주었다. 옛 남친으로부터 배반을 당한 후, 심각한 관계로 빠지고 싶지 않다는 것과 자신이 친부모의 냉대(Neglect)로 DCF가 관여되었고, Foster Care 보호를 해주던 부부가 자신을 입양했음을 알려주었다.  

그녀의 아픔을 들으며, 옛 남친 이야기에 질투심이 느껴졌다. 그는 질투심을 감추려 더욱 잘난척을 하며 말했다. “너의 아버지는 너를 버렸고, 너가 사랑한 옛 남친도 너를 버렸다. 너 상처를 가리려, 넌 너무 강한 척 해. 하지만 너가 버림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않는 한, 너는 그 누구도 진정 사랑하지 않을 것이고, 너도 진정으로 아무도 사랑 할 수 없을 거야.”

그 이야기를 듣던 중, 도도한 그녀가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그에게 자기 집에서 떠날 것을 명령했다. 그 이후, 그녀는 그를 철저하게 무시하기 시작했다. 한 번만 이야기를 하자고 해도 만나주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는 그녀에게 집착이 되었다. 왠지 그녀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고, 그의 로맨틱한 감정을 콘트롤하기 힘들어졌다. 발렌타이 데이가 가까이 오자, 더욱 힘이 들었다.

그는 진정 그녀를 사랑한 걸까? 에릭 프롬의 ‘The Art of Loving’ 을 통해,  K군의 사랑을 알아보자. 에릭 프롬은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배워야 할 ‘지식’이 있고, 배운 지식을 연습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랑은 지식과 노력 대신, 운명과 함께 우연한 기회에 경험하게 되는 누구나 ‘겪게 되는’ 즐거운 감정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문제를 ‘사랑할 줄 아는 능력(Faculty)’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한다. 즉, ‘사랑하는’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지는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사랑받으려면, 겉으로 보여지는 성공, 부와 권력을 가지면 되고, 학력이 좋고, 날씬하고, 섹시하고, 세련되고 예쁘면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어쩌면, 성공이나 성형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은 ‘배고픔’일 수 있다. 그만큼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둘째, 사랑의 문제는 ‘능력’의 문제가 아닌, ‘대상’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고, 사랑할 또는 사랑받을 올바른 대상을 발견하기가 어려울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랑을  집이나 차를 사듯, 자신의 교환 가능성 범위에 있는 인간 상품을 찾고, 상호간의 ‘최고의 유리한 거래’를 나눌 대상을 찾아냈다고 느낄 때에만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애정 관계가 상품을 사고 팔듯 이루어지는 것이다.

셋째, 지속적으로 사랑하는 ‘Being in love’와 처음 만나 감정에 의해 사랑에 빠지게 되는 ‘Falling in love’ 의 차이점을 몰라, ‘빠지는 사랑’만이 사랑이라 혼돈을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지켜온 두 사람의 벽을 허물만한 운명의 ‘올바른 대상’을 드디어 만났다고 느끼는 순간, 살면서 가장 황홀하고 격앙된 하나가 되는 기적적인 ‘합일의 순간’을 경험한다. 이 기적은 성적 매력과 성적 결합에 의해 시작되는 경우 더욱 촉진된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형태의 사랑은 본질적으로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빠지는 사랑’의 대부분의 이유는 도취적인 합일(Symbiotic Union)을 사랑이라 믿기 때문이다. 도취적 사랑은 마약 중독과 같은 경향이 있다. 강렬하고 난폭하며 일시적이다. K군은 사실 너무나 외로웠고, 열등의식이 많았다. 너무나 매력적인 사랑스런 ‘멜리’라는 대상은  자신의 이고를 팽창시켜 주었고, 자신이 치유받는 사랑에 빠져 들게 했다. 격양된 자기 도취에 빠져버린 그는 그녀가 자신의 약점을 이야기 했을 때, 아픔을 어루만져주지 않았다. 오히려, 상처가 나으려면 먼저 곪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며, 베어져 있는 상처에 알코올을 뿌렸다. 멜리는 알코올이 너무 쓰라리고 아파서, 또한 이런 나쁜 남자에게 약점을 보인 게 분해 통곡을 했다. 그녀는 사랑의 문을 닫아버렸다.

에릭 프롬은 사랑은 수동적이라기 보다는 능동적이라고 말한다. 능동적으로 주는 사랑을 말한다. 준다는 것이 ‘포기’나 ‘희생’이 아니다. 자신의 기쁨, 자신의 관심, 자신의 이해, 자신의 지식, 자신의 유머, 자신의 슬픔-자기 자신 속에 살아 있는 것을 주는 것이다. 능동적인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 보살핌(Care):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다. 이러한 적극적 관심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책임(Responsibility): 전적으로 자발적인 행동이다. 책임은 다른 인간 존재의 요구에 대한 반응이다. 존경(Respect):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다. 존경은 다른 사람이 그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다. 지식(Knowledge): 지식은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을 초월해서 다른 사람을 그의 관점에서 볼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K군의 사랑에는 능동적인 사랑의 ‘보살핌, 책임, 존경, 지식’이 결여되어 있었다. 멜리가 ‘그가 싫다는 말을 할 때, 그녀의 말을  ‘존중’하여 그녀의 화가 풀릴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면, 그녀가 약점을 보여줄때 보듬어 주었다면, 나는 다른 남자들처럼 너를 아프게 하지 않겠다는 ‘책임’을 보였다면, 그의 사랑은 오랫동안 지속하는 ‘Being in Love’가 되었을 것이다.
*이 글은 에릭 프롬의 ‘The Art of Loving’을 참고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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