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102
보스톤코리아  2015-10-19, 11:49:27 
한국에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는 없는 ‘죄와 법’이 존재한다. 바로 ‘괘씸죄’와 ‘국민정서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옥고를 치룬 많은 ‘권세가’들이 주장하는 ‘무죄의 변’은 최고권력자나 최고권력기관에 의해서 괘씸죄로 기소되어 국민정서법으로 처벌되었다며 반성을 하기보다는 자기 합리화에 급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5년 옥고를 치루고 나온 김운용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도 시대가 변하고 정권이 바뀌면서 얼키고 설킨 정치적인 역학관계에서 희생양이 되었다고 여러차례 항변하였다. 하지만 그의 항변이 신선하게 들리지 않음은 태권도인들만의 느낌일까! 그가 1971년 태권도계에 발을 들려 놓을 때 그는 갓 불혹의 나이였다(1931년생). 당시 무도계는 대다수가 젊은 층이었다. 전통무예를 수련한 일부의 무예가들은 일제시대를 지나면서 ‘은둔의 길’을 걸었고 그들의 제자들 역시 스승의 길을 답습하였다. 그리고 일본에서 유학을 한 젊은이들이 귀국하여 창설한 초창기 기간 도장들, 그곳에서 수련한 태권도인들은 대부분 20 ~ 40대 초반이었다. 그래서 무도의 경험이 일천一喘한 김운용은 당시 청와대 경호실장 박종규의 지원으로 우리나라 무도계를 천하통일하였다. 즉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병법처럼 수 많은 무림武林의 고수들을 석양과 함께 사라지게 하거나 수하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자신은 결국 ‘태권도10단’으로 세계 태권도의 수장으로 30년 이상 군림하였다. 

30년 동안 역임한 국내외의 태권도를 비롯한 IOC위원 및 수 많은 직위는 명예직이나 무보수가 대부분이었다. 그가 2004년1월28일 구속될 당시 소유한 자산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였다. 즉 자신이 받은 급여로는 어떤 금융전문가도 그렇게 많은 액수로 늘릴 수가 없는 숫자였다. 그리고 그의 구속 사유는 38억원의 횡령과 8억1천만의 배임수재(대가성 금품), 그리고 외환거래법 위반이었으며 모두가 유죄로 인정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회에서 동료의원들에 의해서 ‘이권운동의 금지(헌법 제46조3항)’와 ‘직권남용금지(국회의원 윤리실천 규범 제4조)’ 위반으로 징계되었다. 과연 ‘죄가 없는’ 국내외적으로 영향력까지 겸비한 ‘세력가’를 ‘괘씸죄’로만 구속하여 영어囹圄의 몸으로 만들었을까? 그는 아마도 30년 전 태권도계에 입문하여 무림의 고수들을 제거하고 천하통일을 할 당시 벌써 ‘권력의 힘’을 맛보았으며, 그 후로는 재물의 용처를 차원 높게 터득하였으리라. 하지만 자신이 영어의 몸으로 수감되었을 때는 그간 축적한 재산/재물과 권력/권세로도 안되는 일이 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스포츠외교능력을 통해 이룩한 업적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비록 그의 비리문제가 윤리적(또는 실정법적)으로 용인될 수는 없더라도 그가 30년 이상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국익을 위하여 일한 공적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고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그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능력있는 체육지도자가 필요하다. 그의 윤리적 흠집을 보완해주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또한 그가 이룩한 업적을 토대로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주어진 권력(Power 또는 Authority, 권력이란 타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이다. – 막스 베버)만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옳은 것이 이로운 것’이라는 즉 맹자의 ‘의義를 묻지 않고 어찌 이利를 묻는가?’의 정신으로 이권개입이나 횡령, 배임수재 따위의 사리私利를 버리고 공심公心으로 균심均心을 행할 수 있는 지도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현대를 사는 대중(스포츠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스포츠를 하는 사람(행정가든지 선수든지…)들로 부터 기량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완성된 인격체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태권도와 무도계에서는 지도자들의 완벽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비윤리적인 행위나 위법/범법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탈법행위에도 비난을 더 받고 있는 현실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익숙해진 특정 행위들이 아마도 그의 균심을 흐리게 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2004년을 전후하여 일어난 ‘김운용 사태’ 는 절대로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과제는 그가 발휘한 스포츠외교 능력과 이룩한 업적은 계승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계승이 우리나라 스포츠계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이다.  

김운용은 미수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비교적 건강하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경륜이 필료한 외부강연도 하고, 인터넷(kimunyong.com)를 통해서 그간 수집한 자료(사진 및 동영상)는 물론 연재칼럼과 기고문 등을 공유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의 모토, “미련한 사람은 자기 경험에서 길을 찾고 현명한 사람은 선배에게서 길을 찾는다” 그는 과연 자신을 ‘미련한 사람’이라고 할까? ‘현명한 사람’이라고 할까?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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