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보스톤에서 맥주를 마시다
보스톤코리아  2015-11-02, 11:36:03 
  가을이 깊어간다.  단풍이 진한 맥주 색깔이다. 호박색 샘아담스를 홀짝이며 몇자 글적인다면 멋드러진 정경일 게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가? 그런데, 길고 어두우며 깊은 겨울 터널이 코 앞이다. 로간공항에서 빠져나오는 터널에 곧 진입할 거라는 말이다. 공항과 도심은 터널로 연결되어 있다. 모두 심호흡 한번 크게 하시라. 

  보스톤으로 이사오려면 십여년은 더 기다려야 했다. 컨퍼런스가 있어 보스톤에 왔다. 오랜 친구들과 동업자들과 동창들을 만났다. 일행과 몰려 점심을 먹으러 갔다. 누군가 맥주를 시켰다. 나라고 빠질 수 없었다. 당당히(?)  ‘하이네켄’을 주문했다. 쬐금 있는척 아느척 하고픈 욕망도 있었던 거다. 헌데, 다른 일행은 모두 듣도 보도 못하던 ‘샘아담스’를  주문했다. 아아, 이 괴리감. 누군가 귀뜸해다. 지방맥주를 맛본다는 거다. 

  촌에서 공부할 적이다. 대학촌 읍내엔 리쿼스토아가 오직 하나였다. 금요일 서너시가 되면 리쿼스토아 입구는 장사진을 이뤘다. 교수, 대학원생, 대학생, 교직원 등등. 꽤 의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학부생은 비싼 맥주, 대학원생은 세일 맥주. 교수는 상표가 꺼꾸로 붙은 싸구려 맥주를 샀다. 같은 과 교수와 조우 할 적이다. 맥주가 담긴 내 장바구니를 흘낏 쳐다봤다. 교수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눈은 엷게 웃고 있는데, 어색한거다. 내 눈길도 역시 그 교수의 장바구니를 향했다. 내가 고른 맥주가 이삼불 비쌌다.  박노해 시인이다. 새벽 소주는 차갑다. 맥주보다 더 차가워 가슴을 찌른다. 너무 차가워 먹먹하다. 나도 전쟁같은 학교일을 한창 치룰 적이었다.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박노해, 노동의 새벽중에서)

  그때도 다운타운에선  도로와 터널 공사를 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빠져나와 터널에 들어설적에 무서움이 돌격해 왔다. 수 십년전에 지어졌다는 터널은 땅속으로 내 몸을 끌어 당겼는데, 공포감에 몸을 떨었다. 십여년후 보스톤에 이사왔을때도  터널공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참으로 오랫동안 공사를 하더니,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터널이 지날때 마다 공포감은 아직도 여전하다.

  보스톤에 이사와서 샘아담스만 맛본건 아니다. 긴 터널같은 어두운 겨울도 맛봤다. 게다가 보스톤코리아에 몇자 졸문을 적어 보내기 시작한게 몇년 됐다. 첫 글이 내 작은 아이 이야기였다. 그 아이가 이제는 어른이 되어 간다. 그 세월동안 보스톤코리아도 부쩍 자랐다. 보스톤코리아 창간 10주년을 축하한다. 말석에 이름을 올린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가 썼다.

‘네 위장과 자주 나는 병을 위하여는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 (디모데 후서 5:2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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