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봄 그 행복한 기다림
보스톤코리아  2016-04-11, 11:41:11 
  삼월을 ‘물오름달’ 이라 부른단다. 사월은 뭐라한다 더라? 한창 봄이다. 앞마당 잔디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다. 벅적벅적 긁으며 돋아 나고파 안달일게다. 개나리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그런데 행여나 떠났던 겨울이 되돌아 오나했다. 눈이 다시 쏟아져 가슴이 철렁했던 거다. 겨울은 이미 떠나지 않았던가. 눈도 데리고 떠났다고 믿었다. 하긴 온다는 기별도 없더니, 간다는 고별사도 없었다. 보스톤의 봄은 도무지 차례가 없다. 마냥 복잡하기만 하다. 

  연암선생의 편지글 중 한구절이다. ‘꽃피는 일에는 도무지 차례가 없구나. 서울 꽃소식도 이와 같지 않더냐?’ 보스톤에서도 꽃피는 일에는 순서가 없다. 순서를 망친건, 퇴각했던 눈이 다시 왔기 때문이다. 겨울은 무슨 미련이 남아있는가. 아니면, 봄이 새치기 한건가. 때가 되었기 때문에 피어났는데. 개나리는 무죄다.

  계절이 오고 가는건 단순하다. 그런데 계절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건 단순하지 않다. 보스톤 트래픽 마냥 복잡하기만 하다. 보스톤에서 새치기는 예사로운 일이다. 심상尋常한 게다. 얼마나 급했으면, 이해할 만도 하다. 게다가 차선을 잘못들어서는 건 보통이다. 좁은 길에 비좁게 파고드는 건, 한국 청년들의 빙상 쇼트트랙 이상이다. 보스톤엔 왜 그닥 일방통행로가 많은가. 

 이사 오고 얼마가 지났다. 장모님이 한국에서 방문하셨다. 다운타운에 모시고 내려갔다. 파킹스팟을 찾느라 이리저리 돌고 있었다. 왠 일방통행이 그닥지도 많은지. 왜 길은 그리 꼬불거리는지. 오래된 도시인건 알겠다만, 파킹스팟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세번째 같은 자리를 돌았다. 노인네 눈에도 왔던 길 다시 가는 걸 눈치 채셨다. ‘여보게, 이 길은 아까 지나간 길 아닌가?’ 아차, 장모님 눈썰미 대단하다. 민망한 사위는 변죽좋고 힘차게 대답했다. ‘네 장모님, 보스톤은 오래된 도시라.’ 멋적은 사위, 쓴 입맛을 다셨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보스톤은 봄은 이래저래 특이하다는 거다. 보스톤 거리마냥 붐비고, 트래픽처럼 자주 멈칫한다. 봄은  빠르게 오려고 애썼다만, 트래픽에 걸려 주춤했던 거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다. 그런데, 올봄은 작년 봄이 아니다. 보스톤 일방통행이듯, 세월은 되돌아 가지 않는다. 해마다 봄은 새봄일 것이고, 올해 봄인게다. 트래픽에 걸려 멈추기는해도 여전히 일방으로만 간다. 

  목련이 핀 것도 봤다. 설마 목련이 핀 것은 새치기는 아닐테지. 목련은 역시 백목련이다. 덕분에 푸른하늘에 뻥하니, 하얀 구멍이 뚫렸다. 세상이 하수상하더니, 목련도 제가 필 차례를 찾지 못했던가. 눈덮힌 목련꽃이 꽃인가 눈송이인가.

봄볕 붐비는 하늘
틈만 보던 목련나무가
바람 지나간 자리에 
얼른 어깨를 밀어 넣는다.
허공이 하얗게 벌어졌다.
(김주대, 새치기)

  장모님. 기다리던 봄이 새치기 마냥 급히 왔습니다. 목련이 피는 걸 기다리느라 행복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화단에도 목련이 피었던가요. 안녕하신지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을 기다림이라’  (고린도 전서 1: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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