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스님의 책 출간을 축하드리며...
신영의 세상 스케치 662회
보스톤코리아  2018-09-17, 14:23:59 
아주 오랜만에 도범스님을 뵈었다. 뵈어야지, 뵈어야지 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몇 년이 흘렀다. 오래전에는 교인이지만, 사월초파일이나 동짓날에 '문수사' 절에 행사가 있으면 일 년에 한두 번 다녀오곤 했었다. 그렇게 참석하며 회주이신 도범스님께 인사도 드리고 주지이신 혜각스님도 뵙고 오곤 했었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 몇이 절에 다니는 분들이 있어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다녀왔었다. 또한, 나와 성향이 비슷하신 같은 교회의 지인께서도 도범스님과 잘 아시는 분이니 그렇게 특별한 날에는 함께 절에서 만나 뵙곤 했었다.

올해 들어 3월이었을까. 교회에서 Dr. Kim(권사님)을 뵈며 우리 하루 날짜를 정해 '문수사' 도범스님과 함께 점심을 하자고 얘기를 시작했는데, 서로 바쁘니 날짜 정하기가 어려웠다. 도범스님을 뵌 지 꽤 오래되어서 어찌 지내시는지 안부도 여쭙고 싶었기에 더 늦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엊그제 교회에서 김 권사님을 뵙고 아예 스님께 여쭙지도 말고 날짜를 정하자고 의논을 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스님께 안부를 여쭈며 약속 날짜와 장소를 말씀드리고 괜찮으신가 여쭈었다. 시간은 괜찮고 장소만 다른 곳이면 좋겠다고 답을 주셨다.

그렇게 시간에 맞춰 장소에 가서 두 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범스님께서 곧 도착하셨다. 스님의 손에 두 권의 책이 들려져 있었다. 오랜만에 뵈니 송구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스님의 모습을 뵈니 편안해 보이시니 보는 나도 참으로 마음이 좋았다. 그리고 이번에 책이 출간됐다며 전해주신다. 조계종출판사에서 출간된 『골프 공과 선사』라는 제목의 '불교의 공에 답하는 골프 이야기'의 책이었다. 해마다 가을이면 '보스톤 문수사'에서 골프대회를 연다. 불교인뿐만이 아닌 어느 누구나 참가해서 함께 나누고 누리는 귀한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도범스님은 대학시절 대학생불교연합회 발기인으로 불교에 입문하여 1967년 해인사에서 일타스님을 은사로 하여 출가한 뒤 해인사 선원을 시작으로 통도사 극락암, 태백산 도솔암, 봉암사, 용문사 염불암, 심원사, 망월사, 은해사, 기기암 등에서 참선수행하였다. 해인사 율원 제1회 졸업생이다. 고우스님에 이어 봉암사 주지를 역임하였고, 서암스님을 조실로 모시고 결제는 물론 산철결제까지 외호하였다. 그때 수많은 관광객이 봉암사를 찾아 스님들의 참선수행에 방해가 되자 선원 스님들과 함께 일주문 산문을 막았으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봉암사 산문철폐가 지속되고 있다.

10· 27법난 당시에는 봉암사 산철결제 대중으로 계시던 탄성스님을 비롯하여 여러 대덕 스님들을 모시고 총무원에 올라가 종단사태를 수습하는 데 그 역할을 다하였다. 1992년 세계적인 명문 대학과 교육으로 유명한 도시 미국 보스턴에 문수사를, 2년 뒤에는 마이애미에 보현사를 창건하여 미국 포교에 힘쓰고 있다. '깨어 있는 마을'이란 뜻의 웨이크필드(Wakefield) 호숫가에 자리 잡은 문수사는 하버드 대학. MIT와 가까운 곳에 있어 한국 불교를 알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많다. 미국동부승가회 초대회장을 역임하였으며, 문수사와 보현사 회주를 맡아 한국불교를 민족이 다른 사람들에게 포교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법을 하면서 낯선 풍토와 환경으로부터 건강도 지키고 마음수양도 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인 골프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발견하고 그 깨달음을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지은 책으로 『구도자의 발자취-봉암사에서 Boston까지』가 있다. 불교의 空과 골프는 어떻게 만나는가.

"법구경(法句經)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이기면 남에게 원한을 사고,
지면 스스로 비굴해지나니,
이기고 진다는 마음을 버려라.
다툼이 없으면 스스로 편안하리."

사뭇 골프와 스님을 떠올리면 잘 어울리지 않을 듯싶은 그림일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너무도 잘 어울릴 모습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깊이 명상하는 모습의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운 조화라는 생각을 해본다. 교회의 목사님들도 이렇듯 시간 관리를 잘하시어 건강도 챙기고 깊은 묵상도 할 수 있는 골프를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거듭해본다. 성도의 눈치 살피지 마시고 목회자로서 교회 성도뿐만 아니라 뭇 백성들을 만나 슬픔과 아픔과 고통을 위로하고 기도하며 목회자 자신 스스로를 위해서도 말이다. 도범스님의 『골프 공과 선사』출간을 축하드리며...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合 (합) 2018.09.17
저희를 주신 내 아버지는 만유보다 크시매 아무도 아버지 손에서 빼앗을 수 없느니라.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 하신대My Father, who has given t..
[ 오르고의 영어잡설 29 ] 내 친구 미스터 캥? 2018.09.17
지인 중에 Mr. Kang이란 사람이 있다. 의도와는 달리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그를 “미스터 캥”이라 발음하는 통에 고민이라고 했다. ‘방’씨도 영어로 Ban..
슬픔을 견디는 방식(8) 2018.09.17
은미가 처음 남자를 만났던 그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제라니윰 꽃이 소복하게 올라와 있다. 제라니윰 잎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고 살짝 비비면 약간 비릿한 냄새가..
도범스님의 책 출간을 축하드리며... 2018.09.17
아주 오랜만에 도범스님을 뵈었다. 뵈어야지, 뵈어야지 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몇 년이 흘렀다. 오래전에는 교인이지만, 사월초파일이나 동짓날에 '문수사' 절에 ..
한담객설閑談客說: 행복한 통계 2018.09.17
수십년 전 한국이다. 한창 구호가 요란했더랬다. GNP와 GDP란 말이 귀에 익었을 적이다. 1000불 소득 100억불 수출. 십진법과 숫자는 눈에 쉽게 다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