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 다른 생각 - 호로비츠를 위하여
보스톤코리아  2008-02-24, 08:41:03 
호로비츠를 위하여                                                        

2006년 작
감독 : 권형진
주연 : 엄정화, 신의재, 박용우


피아니스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왠지 고뇌에 찬 듯한 표정과 몸짓 그리고 가늘고 기다란 하얀 손가락입니다. 하지만 정작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은 굵고 짧은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피아노 치기 좋게 생긴 손가락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오랜 세월 피아노를 치다 보면 손가락이 그렇게 변한다고 하더군요.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김지수는 변두리 피아노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어릴 적 꿈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처럼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었지요. 자신은 꿈을 이룰 수 없었지만 제자 경민이를 통해 대리 만족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천재를 가르칠 만한 역량이 못되는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외국으로 경민이를 보냅니다.
독일의 하멜른이란 마을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형제의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로 유명한 곳입니다. 동네에 들끓었던 쥐떼를 없애준 대가를 받지 못한 피리 부는 사나이가 동네 아이들 모두를 피리 소리로 유인해 사라진다는 내용이지요.
호로비츠와 같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됩니다. 그런데 호로비츠로 대변되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이 본의 아니게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어 수많은 아이들이 피아니스트를 꿈꾸게 한 것은 아닐까요?  
고개는 넘어봐야 고개 너머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있는 거지요. 인생도 그렇습니다. 살아봐야 알지 살아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지요.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알 수 있는 겁니다. 미래가 예측되는 경민이나 호로비츠 같은 경우는 주저 없이 피아노에 자신의 인생을 걸 수 있겠지만 아니 어쩌면 피아노가 곧 자신일 수밖에 없겠지만 평범한 아이들에겐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거지요.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나섰던 아이들이 최면에서 풀린 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삶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 시작과 끝인 탄생과 죽음의 순간은 불가항력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무게도 달라지겠지요.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지만 적어도 선택의 결과에 깨끗이 승복할 수 있다면 후회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호로비츠를 꿈꾸고 있는 많은 아이들에게 힘내라는 한마디를 하고 싶습니다. 일단 선택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끝가지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무지개 너머 저편에는 무엇이 있는지 넘어 봐야 알 수 있는 거니까요.    

한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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