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그룹과의 매각 합의 뒤집어


씨티 그룹과 인수 합의를 이뤘던 미국 4위 와코비아 은행이 웰스파고로 전격 인수된다. 와코비아는 3일, 씨티 그룹에 은행영업 부문을 매각키로 했던 당초 계획을 변경해 회사 전체를 151억 달러에 웰스파고로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와코비아는 지난 9월 29일 씨티 그룹과 은행 부문을 21억 6천만 달러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씨티그룹의 인수 계약과 달리 웰스 파고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은행과 증권 등 와코비아 전체를 인수한다. 씨티 그룹의 와코비아 인수 계약은 금융 시장의 혼란을 우려한 미 정부가 주선했으며, 정부 기관인 예금보험공사(FDIC)가 와코비아의 부실 자산 대부분을 떠안도록 돼 있었다.

웰스파고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들의 거래 조건은 FDIC의 지원에 의존하는 씨티 그룹의 제안과는 달리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와코비아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 코바체비치 웰스파고 회장은 "이번 계약은 씨티 그룹이 와코비아의 은행 영업 부문만을 인수하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씨티 그룹과 와코비아의 인수 합의가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동의 아래 FDIC가 적극 중재에 나서 체결된 반면 이번 웰스파고와의 계약은 정부의 지원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씨티 그룹은 와코비아측에 웰스파고와의 매각 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FDIC도 당초 씨티 그룹과 합의된 와코비아의 인수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웰스파고의 인수 가격은 와코비아의 주식을 주당 7달러로 산정한 것으로 와코비아의 주주들은 주당 0.1991주의 웰스파고 주식을 받게 되며, 이는 와코비아를 현재 주가에 80%의 프리미엄을 추가해 웰스파고가 인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가 있는 웰스파고는 자산 규모가 5,750억 달러(2007년 기준)에 이르는 미국 4위의 종합금융회사다. 웰스파고는 이번 계약으로 자산규모가 1조4,200억 달러로 늘어나게 된다.

정성일 jsi@boston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