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뉴햄프셔 한인들의 의지문제다.
보스톤코리아  2008-12-01, 19:21:21 
뉴햄프셔 한인 도서관은 한인사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뜻있는 사람들이 힘과 마음 그리고 노력을 쏟아서 뉴잉글랜드 최초 한인 도서관이란 성과를 일궈냈다. 하지만 열악한 자본, 미국교회의 지하실 복도를 빌려서 사용했던 장소문제, 인력문제등 모든 것이 어려움이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여러 곳에서 책을 기증하고 뉴햄프셔 한인장로교회가 세들어 있는 미국 교회에서도 더 많은 공간을 도서관에 허락하는 등 한동안 조금씩 나아지는 듯 했다. 적어도 소방법령의 강화라는 암초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 암초는 여러가지 문제를 노출 시켰다. 무엇보다 이용률의 빈곤이다. 뉴햄프셔 장로교회 교인들이 주 이용자였으며 그 이용률도 높지 못했다. 책읽을 시간이 없었거나 도서관이 그리 매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뉴햄프셔 한인들이 맨체스터, 내슈아, 포츠머쓰 등 3곳을 중심으로 다른 생활권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주 5일 이상, 편리한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고 풍부한 서적이 있다면 과연 이용율이 낮았을까 하는 의문도 남는다.

또 책만 있어서는 결코 도서관이 될 수 없다는 한계를 뼈저리게 체험토록 했다. 설립보다는 운영의 문제를 고려했어야 했다. 운영은 장의한 목사의 말처럼 자본, 인력 그리고 장소 등의 문제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것 저것 다 갖추고 시작하기는 힘들지만 설립 후에라도 이러한 운영의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한계가 있을 경우 공공도서관이니 만큼 운영문제를 공론화했어야 한다. 한인사회가 전체적인 관심을 갖고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토론문화의 부재도 심각한 문제다. 이번 뉴햄프셔 한인도서관 사태는 단지 한인도서관의 문제만이 아닌 한인교회 그리고 한인사회와 얽혀있는 복잡한 양상이지만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장의한 목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 이야기 때문에 발이 묶일 까 두려워 공론화를 주저했다”고 밝혔다. 뉴햄프셔 한인들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토론을 한다면 문제가 됐을까. 혹 ‘나의 의견만이 옳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진정한 토론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책만 있다고 해서 도서관은 아니다. 책만 있다면 오히려 ‘서고’라고 불려야 할 것이다. 임시로 장의한 목사 자택에서 운영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도서관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공공(public)의 시설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정규시간이면 언제든지 접근이 가능한 그런 곳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뉴햄프셔 한인 거주자가 3천명이다. 3만의 MA주 주민들이 해내지 못했던 첫 한인도서관을 세운 자부심을 가지고 또 다른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천명이 서명운동을 벌여 주정부에 한인도서관의 현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과정 중에 한인 대표부는 여러가지 가능성(option)을 주정부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 결코 우리의 요구만 관철시키려는 생각보다는 우리의 요구를 최대한 관철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그중의 하나를 얻어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다. 한인 도서관 건물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미국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고 대신 한인 사서를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는 옵션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앞서야 하는 것은 뉴햄프셔 한인회와 장의한 목사의 허심탄회한 토론일 것이다. 또 뉴햄프셔 한인들도 이 도서관이 소중한 뉴햄프셔 한인사회의 자산임을 절실히 느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명술 editor@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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