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보는 세상 종교의 자유
보스톤코리아  2008-12-19, 17:46:13 
우리는 존중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반어적이게도 대다수의 우리는 그러한 행동을 막상 실행하는 것에는 귀찮음을 느낀다. 모두가 공평함을 희망하면서도 원래 우리모두의 인성 자체가 불공평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무교인이다. 친구의 전도에 이끌려 약 다섯달 간 교회에 다녀본 적도 있고 어쩌다 이모부를 따라 절에 다녀본 적도 있다. 우리 외가가족은 종교에 대해서는 서로 존중해주는 유형이라 포교를 하거나 종교에 대한 것은 일체 묻지도 않는편이다. 그래서인지 신앙심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기독교 신자인 큰이모나 천주교 신자인 셋째이모와 우리 가족 모두는 제사를 지내고 점을 보는 것 또한 즐겨하곤 한다.
대립 없이 말이 되는 논리는 거의 없다. 언론의 자유가 있으면 말을 꺼내서는 안 되는 주제가 있고 누군가를 사랑하는가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있는가하면 동성애에 대립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와같이 우리는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극도의 선교활동 또한 존재한다.
엄마가 말했다. 극도적의 선교활동이 바로 한 종교를 메꾸는 속과도 같다고. 내가 목격하고 경험한 열렬한 기독교 신자들의 선교활동의 예를 들자면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의 매주 토요일을 나는 빼놓을 수가 없다. 매주 토요일이면 사탕이나 초콜렛을 들고서는 학교 근처에 서성이는 아주머니들을 볼 수가 있었다. 달콤한 것에 현혹된 아이들은 한번 쯤이면 그들에게 다가가 무엇인지 묻곤 했다. 사탕을 준다는 말을 하고는 그 댓가로 아이들의 집전화번호와 주소를 묻는 것은 지겨운 패턴이었다. 어떤 아줌마들은 "교회 다니니?"라는 질문으로 흥미를 유도하는 식의 가장된 대화를 시작하곤 했다. 사탕을 받으려는 속셈으로 연락처를 주는 아이들도 꽤나 많았다. 나처럼.
그러한 열렬한 선교활동을 나쁘게 생각하는 것만은 아니다. 선교활동이야말로 종교개척의 시작이고 진정한 원동력이라는 엄마의 의견을 듣고 나는 방향을 바꿔 생각해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저 나는 그것이 모두의 선택의 자유와 선택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실이 마땅치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다.
나는 모든 종교와 종교인에게 경의를 표한다. 내가 무교인이라고 해서 종교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멋있는 일일까. 그를 믿는 사람들의 굳은 신앙심과 지조를 나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것은 그들이 개개인의 공간은 지켜줘야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자유와 평화를 외치면서 서로의 취향과 가치관을 짓밟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추수감사절에 나는 뉴저지에 가 친척들과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친가쪽 가족들은 모두 지독한 기독교 신자라 왠지모를 왕따감을 느꼈다. 그 중에도 할머니의 신앙심은 말도 못 할 정도이다. 내 나이또래의 사촌 Iris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뜻을 따라 불교신자이다. 그것을 들은 할머니는 식사 도중 짧은 말씀을 시작하셨다. "이 세상을 누가 창조하신지 아니?" 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교회 다녀야 천국 간다. 교회 다녀라"고 할머니는 말씀하시며 "어머니 그만 하세요"라고 말하는 아빠와 "에이 할머니 그만 하세요~" 라는 오빠의 권유로 끝나게 되었다. 뉴저지에 가지 않은 언니와 나는 이 해프닝에 대한 대화를 했다. 역시나 기독교 신자인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너무하셨네," 라고. 나는 언니가 내 의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뒤이어 말하는 언니, "하나님 믿어야 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왜 부처님 믿는다는 어린애한테 그러셨을까." 모순적인 말이었다. 너무 답답해서 나는 그 자리를 말없이 떴다.
나는 말하고싶다. 하나님을 믿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부처님을 믿어야 하는 것 또한 모든 사람의 의무가 아닌 불교인의 의무일 뿐이다. 할 말 못 할 말을 가리는 것은 살면서 경험에서부터 배운다지만 서로의 종교선택에 대해서는 업신여기는 사람들이 과연 옳을까? 아무리 정신적이고 민감한 주제라지만 적어도 이것을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우리는 해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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