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 최고급 프랑스 음식점 페이스트리 쉐프 김지호씨
보스톤코리아  2009-03-16, 21:45:23 
레스팔리에(L’Espalier)의 페이스트리 쉐프 김지호씨
레스팔리에(L’Espalier)의 페이스트리 쉐프 김지호씨
다운타운 보스톤의 최고급 프랑스 레스토랑 레스팔리에(L’Espalier)의 페이스트리 쉐프(Pastry Chef) 한국인 김지호(37)씨가 한국 음식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
김지호씨가 부딪쳐야 했던 벽은 언어와 문화. 백인 요리사들은 동양인 페이스트리 쉐프에게 쉽게 협조하지 않았고 김씨는 많은 갈등을 겪어야만 했다.
그는 과감하게 자신과 맞지 않는 부하 요리사들과 결별했고, 개고기 문화에 대한 불신을 실력으로 극복했다. 자존심 높은 최고 요리사들을 집으로 초대, 감칠맛 나는 한국 음식들을 선보이며 한국 음식문화에 길들여(?)지도록 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또한 전문 분야의 책과 인터넷 정보를 통해 항상 남보다 앞선 정보를 보유했다.
레스팔리에에서 근무한지 2년째, 레스팔리에는 보스톤글로브, 자갓서베이(Zagat Survey) 등으로부터 최고의 음식점으로 평가 받았다.
다음은 김지호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페이스트리 쉐프가 정확히 무엇인가?
디저트도 만들고, 빵도 만들고. 스콘 같은 과자 종류, 아이스크림, 초코렛, 잼도 다 만든다. 요리에 들어가는 요소가 많아서 거기에 다른 파트에 협조도 해준다.

처음에 페이스트리 쉐프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일한 지는 굉장히 오래됐다. 한국에 있을 때 요리 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나서 하얏트 호텔에 들어가 6개월 동안 쿡으로 있다가 르네상스 호텔에 들어가서 디저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본인이 원해서 디저트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나?
그렇다. 디저트 쪽이 더 재미있어서 르네상스 호텔에서 패이스트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10년 정도 일을 했다. 그러는 사이 조금 지루해졌다. 그래서 움직일 생각을 했는데 서울에는 마땅히 움직일 곳이 없었다. 그 때문에 이민을 결심했고 이곳에 왔다.
보스톤에 알고 지내던 프랑스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통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미국을 익혔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게 샌드린(Sandrine Bistro, 하바드 스퀘어 소재)이다. 페이스트리 쪽이 천직이었는지, 그전에 디쉬 쪽 일을 하면서 늘 머리 속으로는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마침 레스팔리에가 페이스트리 쉐프를 찾고 있었다. 바로 지원을 했는데 운이 좋았나 보다

처음에 쉐프가 된 계기나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었나?
특별한 건 없었다. 누구나 다 먹는 거에는 관심이 있다. 학창 시절 공부를 무지하게 안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요리 학교를 들어갔다. 그때부터 재미를 느꼈다.
호텔에서 페이스트리에 대해 배우면서 영어를 배웠다. 영어를 하게 되니까 다른 나라에서 온 쉐프들과도 가까워지고, 직접 배우게 되니까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나는 페이스트리에 관한 배경이 전혀 없다. 혼자 공부를 했다. 책을 사서 보고, 사전을 찾아가면서 공부했다. 화학도 공부했다.
한 때는 내가 최고라는 자만심도 있었다. 누구를 직접적으로 존경해본 적은 없지만 내가 읽은 책의 저자들은 존경했다. 그들과 같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Milk Chocolate Banana Pudding
Milk Chocolate Banana Pudding
Grapefruit Creme Brulee
Grapefruit Creme Brulee
  
그나마 존경하는 쉐프가 보스톤 있나?
레스팔리에의 쉐프 Frank를 좋아한다. 일에 대한 열정이 있고 아는 것이 많다.

레스팔리에에는 얼마나 있었나?
2년이다. 사실 그 동안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을 해고 시켰다. 내가 미국인이 아니라는 것과,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상사로 인정하지 않아 말을 안 들었다.
레스팔리에에 들어와서 쟁쟁한 사람들한테 기죽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사실 영어가 모국어도 아니고 언어적인 면에서 열세이다 보니 이길 수 있는 것은 실력 밖에 없다. 주방 리드하는 사람들은 다 백인이다.
사실 한국 요리 문화가 유명하지 않고 개고기 먹는 나라라고 무시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나에 대한 존경심은 전혀 없었지만 자신들 보다 아는 것이 많으니까 인정을 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어떤 부분이 제일 많이 인정받는 것 같나? 근면성?
워낙 다들 열심히 일을 한다. 대부분 주당 60~70 시간을 일한다. 아침 11시에 나와서 새벽 1시에 문을 닫고, 그러고 나서 다같이 술을 한잔하면 1시나 2시에 헤어진다.
요즘 특이한 요리법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나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전문 서적도 보면서 연구를 하다 보니 나만의 장점이 생겼다. 남들이 잘 모르는 쪽으로 많이 파고 드는 편이다.

오른쪽부터 James Hackney (Chef de cuisine)
오른쪽부터 James Hackney (Chef de cuisine), 김지호씨, 주방의 동료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주방에서는 가끔 짓궂은 장난도 친다. 한 번은 보스톤 헤럴드에서 취재를 나왔는데, 내가 쉐프를 초대해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 줬다. 그런데 주방 친구들이 신문에 난 사진에서 내가 건네주는 그릇 위에 치와와 사진을 붙여놨다. 다들 스트레스가 많아서 짓궂은 장난을 많이 친다. 개고기 먹는 정서를 안 좋아하긴 한다. 마음은 다들 좋다. 처음에는 동양인이 전혀 없었는데, 내가 들어온이후 페이스트리 쪽에 한 명 빼놓고 다 동양인이 되었다.

동료들이 한국음식을 좋아하나?
그렇다. 지난중 일요일날 직원들이 집에와 식사를 하고 갔다.
김치를 소개 해준적있나? 처음에 그랬다. 이제는 자기들이 사와서 먹는다. 근처 한국 식당에서 김치 빈대떡, 두부김치등을 주문해 먹는것을 좋아한다. 지난번에는 내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미역무침을 해서 초고추장과 같이 메뉴에 포함시 켰다.

레스팔리에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프랑스 요리 분야에서 뉴잉글랜드에서는 최고다. 요즘은 프랑스 정통 음식에서 퓨전으로 많이 바뀌었다. 김과 같은 아시안 재료도 많이 쓴다. 내가 뱅어포와 명란젓도 사다주어서 요리에 적용시키기도 한다.

요리 재료를 어떻게 고르나?
주방 보조에게 원하는 걸 구해오라고 요청한다. 레스팔리에란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어 농장주들이 버섯이나 굴이나 제일 좋은 재료가 있으면 먼저 보낸다. 과일 같은 경우도 서로 보내려고 경쟁이 심해서 우리가 고른다. 재료가 정말 좋다.

제일 힘들었던 기억은?
사실 제일 힘든 건 언어다. 굉장히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소리지르면서 싸울 일도 많이 생긴다. 그럴 때 순간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반 밖에 못하고 충분히 전달이 안 되면 화가 난다. 그리고 일을 많이 하다 보면 와이프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미안하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지금 같은 때다. 이렇게 인터뷰 요청이 와서 나를 알아봐줄 때. 그리고 손님들이 디저트 잘 먹었다고 와서 인사할 때도 있다. 뒤 쪽에 쉐프 테이블이라고 주방에 와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데 1인 당 $250 정도다. 직접 서브를 할 때 손님들이 좋게 봐주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리뷰가 잘 나올 때 좋다.

쉐프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한테 해줄 조언은?
무조건 열심히 하는 거다. 레스토랑 쪽은 정말 열심히 안 하면 그냥 그 자리에서 집으로 보낸다. 요리하는 사람들 중 성격이 센 사람이 많다. 보통 회사와는 다르게 굉장히 치열하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시작하지 못해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처음부터 자기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경우가 주어지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면 누군가가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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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팔리에 L’Espalier
종류: Modern New England-French Cuisine
주소: 774 Boylston Street Boston, MA 02199
전화번호: 617-262-3023
근처 대중교통: Copley Square (Green Line)
웹사이트: www.lespalier.com
1978년에 오픈한이후 두번의 이사를 거쳐 2008년 현재 위치에 모던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단장하였다. 웨딩이나 약혼등의 중요한 행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다투어 예약하며 자갓서베이나 보스톤글로브 등의 각종 푸드 리뷰에서 늘 최고로 선정되어 인정받는 레스토랑이다.

글.사진: 최선희 sunhee@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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