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마운틴의 48개 고봉 정상을 오른 여인
보스톤코리아  2009-09-14, 13:40:05 
뉴잉글랜드주의 가장 산세가 높은 산인 화이트마운틴의 봉우리 중 워싱턴 마운틴을 비롯해 4,000피트를 넘는 48개 봉을 등정해 화제가 되고 있는 여인이 있다. 앤도버에 살고 있는 김혜순(59, 여) 씨가 주인공이다.

미국에 온 지난 20여 년의 세월 동안 수백 개 이상의 산을 탄 경험이 있는 김씨는 6~7년 전 화이트마운틴의 고도를 대표하는 48개봉을 등정하기로 마음 먹고 실행에 옮겨 올 9월 초 드디어 48번째 봉우리를 완정했다.

김 씨가 화이트마운틴의 48개 봉우리를 등정하기까지는 철두철미한 계획이 필요했으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갔다가도 변수가 생겨 되돌아온 경우도 많다.

뉴잉글랜드 산악회 산사랑의 박천우 회장은 오죽하면 등정을 두고 “정상은 산이 허락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등정이 녹녹치 않은 일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김 씨는 “부지런히 끈기를 갖고 하면 누구든지 가능한 일이다”라며 완등하기까지 자신은 6~7년이 걸렸지만 “부지런하면 3년 정도면 할 수 있다”고 산 매니아들에게 전했다. 또한 “나태해 지지 말자,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이 든다”며 산을 생각하면 늘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부푼다고 했다.

정상에 올랐을 때 기분에 대해서는 “그냥 좋다”고만 말하며 웃는 김 씨는 “그 어떤 말로도 부족한 표현이라 말을 할 수가 없다”며 직접 경험해보라 권했다 김혜순 씨는 산을 두고 인생과 같다고 말하는 세간의 말에 적극 동감했다.

정상에 서면 구름이나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내려다 보이지 않지만, 가끔 간발의 순간 구름 사이로 햇빛이 들어 세상이 보일 때는 황홀경이라며, 인생도 찬란한 한 때는 순간에 불과한 것이라고 인생 달관자처럼 말한다.

또한 산을 오르는 일에는 정말로 끈기가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들며 인생도 그와 비슷하지 않겠냐는 말을 덧붙였다. 오를 때나 내릴 때 모두 힘든 길이지만 특히 내려갈 때가 더 힘들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또한 강조하며 “인생도 나이 들어감에 따라 더 슬기롭게 보내야 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그녀가 산행을 두고 한 말 “땀흘리고 걸은 만큼 좋았다”, “뭐가 있을 지 모르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다가 무언가를 딱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기분” 등은 모두 인생에서 느끼는 것과 유사하다.

22년전 미국에 온 그녀는 한국에서도 산을 좋아했던 매니아다. 하지만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산이 어디 있는 지 모르고 무섭기도 하고 해서 산행을 포기했었다. 그러다가 딸과 함께 다니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유명세를 타게까지 된 것.

그러나 그녀는 ‘한인여자로서 최초 화이트마운틴 4,000피트 이상 48개 봉 등정’이라는 타이틀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는 겸손을 보였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혼자 그 이상을 달성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또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데 대해서는 “봉사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틈만 나면 산에 다니는 것을 뭘 그리 대단하다고 하는 지, 오히려 쑥스럽다”고 하는 겸손함을 보였다.

김 씨는 산사랑 산악회에 가입하기 전인 2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산행을 해왔다. 그녀는 한국의 알려진 정보대로만 가던 습관에서 탈피, 혼자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지도를 보고 찾아 다닌 미국산들에 훨씬 더 재미를 느끼게 됐다.

그러던 그녀가 산사랑 산악회원이 되고 나서는 다른 사람들이 쉽게 산을 탈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한다. 항상 후미에서 체력이 안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 산사랑의 박 회장은 김 씨 같은 사람이 산사랑 회원으로 있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박 회장은 그녀를 보고 소박하고 꾸밈없는 말투에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건강한 심신의 소유자라고 했다. 아마도 산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산을 탈 때는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간다는 그녀는 산행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산만 탄다고.

김현천 hckim@bostonkorea.com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Interview - 금연 교실 운영에 대해 김선 박사에게 듣는다 2009.09.14
지금 진행하려고 하는 연구는 어떤 것인지 소개해 달라. 금연프로젝트이다. 2009년 올해부터 5년간 164명(남자 82명, 여자 82명)의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금..
새생활센터 건강검진 안내 2009.09.14
보스톤 새생활 센터(원장 박희종)에서는 오는 9월 19일(토) 오후 2:30-4:30 사이에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장소는 우번에 소재한 한인회 사무실(400 C..
산사랑 정기 산행 안내 2009.09.14
뉴잉그랜드 산악회 산사랑이 오는 9월 12일 토요일과 20일 일요일 두 번의 9월 정기산행을 갖는다. 9월 12일 산행지는 Mount Welch & Dickey,..
화이트 마운틴의 48개 고봉 정상을 오른 여인 2009.09.14
"정상은 산이 허락하는 것이다"
뉴잉글랜드 안보단체들 안보강연회 주최 2009.09.14
뉴 잉글랜드지역 안보단체들은 오는 9월 12일 토요일 오후6시 30분 ‘남북 관계와 북한 김정일 체제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안보강연회를 주최한다. 장소는 우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