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가을 보스톤 산악회 - 산행 후기
보스톤코리아  2009-11-02, 15:07:55 
지난 일요일 우리가 '함께' 오른 Mt.Stinson 은 가을을 눈으로 입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름다운 산이었습니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폭신한 낙엽 융단과 배 속 저 깊은 곳까지 청량감이 느껴지는 공기,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 길 끝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길 매끄럽게 다듬어진 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려 도달한 곳은 산 초입에서부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겨냅니다.

겹겹이 자라있는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비춰오고, 물소리가 들리고, 푹신한 낙엽이 깔려있는 모습까지, 이쯤에서는 '랄랄라~' 노래라도 한 곡 부르고 싶어집니다.^^ 배 속 두둑하게 맑은 공기를 챙겨 넣고 산의 정상을 향해 가는 길, 열심히 걷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고, 급하게 오르다 보면 주변의 아름다움을 놓치기 십상이며, 내 발끝만 쳐다보고 걷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게 되고,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내가 어디만큼 와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길.

걷다 보면 폭신한 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질퍽거리는 길에서 발이 숭숭 빠지는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길을 잃기도 하지만, 이내 따뜻한 햇빛과 시원한 공기가 땀을 식혀 주고, 눈 앞에는 산 아래서는 볼 수 없었던 멋진 풍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붉게 물든 마음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계절은 겨울을 향해갑니다. 올 해 들어 처음 보는 눈 위에 살포시 내려 앉아 있는 붉은 단풍잎은 가던 길을 자연스레 멈춰 서게 합니다. 두 주전 방문한 Dicky산에서 마주한 풍경입니다. 흡사, 이 모양은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을 흉내 낸 것만 같군요.

^^ 차가워진 손과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사람.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은 언제나 붉음. 가을을 걷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산 길을 걸어, 정상에 올랐을 때, 문득 이상은의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느끼지 않는 마음은 무의미할 뿐이며, 소중하게 품지 않은 마음은 금방 흘러가버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만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가을 숲 속에서 만났던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 앞에서 다시 한번 내 자신에게 약속을 걸어봅니다. 소소하고,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눈과 마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자.

나중에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지 말고, 지금, 현재 나에게 주어진 삶과 사랑과 사람들에 감사하며, 느끼며 사는 사람이 되자고... 이렇게 산에서 2009년의 가을을 걷고, 느끼며, 사랑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가을입니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실래요? ^^

보스톤 산악회 김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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