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글로벌 기업가들 가운데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평가 받는다.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는 지루하기만 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나의 극적인 경험으로 승화시켜 고객과 투자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The Presentation Secrets of Steve Jobs)’ 저자인 카민 갤로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에서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7가지 비밀을 소개했다.

*꿈을 팔아라: 갤로는 잡스가 팔고자 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꿈이라고 강조한다. 일종의 종교적인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세상에 변화를 불러 일으키겠다는 열정을 제품 하나하나에 담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 첫 선을 보인 MP3 플레이어 아이팟이 대표적이다. 아이팟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에게 잡스는 “아이팟은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전자제품을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로 변화시킨 것이다.

*헤드라인은 ‘트위터’에 맞춰라: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짧고 강렬하다. 140자 미만의 단문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소셜네트워트서비스 트위터에 꼭 들어 맞는다.

잡스는 지난해 1월 새 노트북인 맥북에어를 선보였을 때 ‘세계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the world’s thinnest notebook)’이라는 짧은 말로 제품 설명을 대신했다. 지루한 제품 설명이야 애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과 악, 대립구도를 설정하라: 갤로는 대부분의 고전소설처럼 잡스의 프레젠이션에도 영웅과 악인의 대립 구도가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1984’로 알려진 광고가 대표적이다. 조지 오웰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제작된 이 TV 광고에서 잡스는 IBM을 PC시장의 악인으로 설정하고 맥킨토시를 들고 나온 애플을 영웅으로 내세워 경쟁구도를 확고히 했다.

*‘3 in 1’ 원칙을 고수하라: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두뇌가 한꺼번에 흡수할 수 있는 정보 덩어리는 3~4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갤로에 따르면 잡스의 프레젠테이션도 항상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2007년 열린 한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지켜졌다. 3개의 혁명적인 제품을 소개하겠다고 나선 잡스는 아이팟과 전화기, 인터넷 통신 장비에 대해 설명했고 마침내 꺼내 든 것이 아이폰이었다. MP3 플레이어와 전화, 무선 인터넷을 제품 하나로 즐길 수 있는 아이폰은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단순화하라: 애플 제품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군더더기가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디자인이 깔끔하고 사용 방법도 어렵지 않다. 단순함의 미학은 프레젠테이션에도 반영된다. 갤로에 따르면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이용하는 파워포인트 한 장에 들어가는 단어는 40개에 불과하다. 파워포인트 한 장이 단어 한 두 개로 이뤄진 경우도 적지 않다. 대신 사진과 이미지 등 시각물이 참석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다.

*절정의 순간을 연출하라: 기억에 남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는 것도 잡스 프레젠테이션만의 특징이다. 3개의 혁명적인 제품을 소개하겠다고 나선 잡스가 “당신들은 그런 제품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물은 뒤 아이폰을 공개한 순간도 명장면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무대를 공유하라: 카리스마 넘치는 잡스지만 그는 원맨쇼를 즐기지 않는다. 주요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잊지 않고 파트너와 고객들을 소개한다. 일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임직원들에 대한 소개도 빼놓지 않는다. 갤로는 프레젠테이션 참석자들은 다양성을 원하고 기업의 팀워크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만큼 무대를 독식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정성일 jsi@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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