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건강보험 개혁 성공
보스톤코리아  2010-03-26, 17:55:04 
환하게 웃으며 건강보험 개혁 법안에 서명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환하게 웃으며 건강보험 개혁 법안에 서명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정성일 기자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3일 백악관에서 하원을 통과한 건강보험 개혁 법안에 서명하였다. 이로써 100년 가까이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여겨졌던 전국민 건강보험 법안이 마침내 실현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건강보험 개혁 법안은 모든 미국인들이 기본적인 사회 보장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핵심 원칙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제 미국에 새로운 시절이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1세기 가까이 들여진 노력과 1년 이상의 토론, 그리고 표결을 통해 마침내 오늘 건강보험 개혁안이 미국의 법이 되었다”며 “법안의 본격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앞으로 4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시급한 사항은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가득 메운 민주당의 상하원 의원들과 건강보험 개혁을 위해 평생을 바친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부인 빅토리아 케네디 여사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건강보험 개혁 법안 서명식에는 공화당 의원들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초청을 받은 일반 시민들이 함께 했다.

건강보험 개혁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 같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1912년 재선에 도전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부터 최근의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많은 대통령들이 건강보험 개혁을 정치적 아젠다로 추진했으나 번번히 무산됐다.
전국민을 위한 건강보험 서비스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개념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처음으로 주창하였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1912년 건강보험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 후보에게 패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대공황 시기였던 1930∼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건강보험 개혁을 다시 시도하였다. 그러나 미국의학협회의 강력한 로비와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결국 건강보험을 포기하였다. 그는 1935년 전국민 건강보험 내용을 삭제한 사회보장법에만 서명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1945∼49년 국가가 관여하는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제안했으나 사회주의적이라는 정치 공세와 흑인들의 권익이 향상되는 것을 원치 않는 인종주의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린든 존슨 대통령 때 노인을 대상으로 한 메디케어와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가 도입된 것이 그나마 건강보험 역사에서의 큰 성과였다. 이후 리처드 닉슨 행정부 당시 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여론이 폭넓게 형성됐으나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건강보험 개혁 논의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전면에 내세웠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3년 민간 보험회사들의 경쟁을 기본으로 하되, 정부가 건강보험 비용을 규제하는 방식의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했으나 법안 처리에 실패했다.

건강보험 개혁안 후폭풍

이렇듯 오랜 숙원과도 같은 건강보험 개혁이 마침내 성사 되었으나,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1년여에 걸친 토론기간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 진보와 보수 진영으로 갈려 마치 미국을 둘로 쪼개놓은 듯 극심한 국론 분열 현상을 보이더니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 직후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초당적 지지를 받지 못한 법안에 서명한 일은 결코 없었다”면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을 함께 극복해야 할 시점에서 이번과 같은 분열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은 22일부터 법안 철회를 위한 시민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미 13개 주의 검찰총장들이 건강보험 개혁 법안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주는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네브라스카, 텍사스, 미시건, 유타, 펜실베이니아, 앨라배마, 사우스다코타, 루이지애나, 아이다호, 워싱턴, 콜로라도 주이다.

이 소송을 주도한 빌 매컬럼 플로리다 주 검찰총장은 “통과된 법안은 명백히 헌법에 위배되고 주 정부의 주권을 침해한다”며 “미국인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라고 밝혔다. 모든 개인에게 건강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가입하지 않을 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법안에 찬성한 일부 의원들은 살해 협박을 당하거나 사무실 유리창이 깨지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시민 단체인 티파티(Tea Party) 회원들이 법안 통과에 반발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살해 협박을 가하는가 하면 의원 사무실에 돌을 던지고, 욕설 전화와 이메일 공격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루이스 슬로터(뉴욕) 의원과 바트 스투팩(미시간) 의원이 살해 협박을 받았으며, 가브리엘 기퍼즈(애리조나) 의원 사무실에는 누군가가 돌을 던져 유리창이 파손됐다.

jsi@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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