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 Mt.Washington
보스톤코리아  2010-10-11, 12:28:36 
A조로 할까? B조로 신청할까? 산행 신청을 할때쯤엔 늘 고민을 하게된다.
지난 산행동안 열심히 올라가긴 했지만, 가끔 힘에 부쳤고, 특히 내려올땐 한발자욱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고 버거웠었다. 그런데 이번엔 화이트 마운틴의 최고봉인 마운틴 워싱턴이라니! 생각만 하여도 그 높이에 두발이 후덜덜거리고 “정상까지 무리없이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나의 염려를 읽기라도 한듯, 이번 산행도 A조를 2개의 조로 나누어 마음 가볍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래 전에 나는 워싱턴산 정상에 두번이나 올라간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렸을적에 꽥꽥 힘겹게 소리를 내지르며 올라가는 기차를 타고 올가간 것이 처음으로 본 워싱턴산 이었다. 한 여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세차게 불고 구름이 잔뜩 낀 쌀쌀한 날씨였다. 정상에서의 확트인 경치는 고사하고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추워서 한순간도 서 있을 수 없어 ,식당 안으로 뛰어들어 따뜻한 코코아를 마셨던 기억만이 남아있다. 두번째로 자동차로 운전하여 올라오면서 밟게된 산 꼭대기에서의 기억도 대충 구름이 끼고 추웠던 비슷한 기억들이 고작이었다.덕분에 훈장처럼 자동차 뒷범퍼에 “이 자동차는 마운틴 워싱턴을 올라갔다” 는 스티커를 부치고 다녔었다. 그런데 이번엔 기차도 자동차도 아닌 나의 두발로 산을 오르게 되다니! 이번에도 우리의 산행은 시작부터 쾌청한 날씨와 더불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조를 나누고 조장들이 호명되고 로한님의 요가 동작을 따라 준비운동을 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자! 이제 만나러 가는거야, 구름속에 숨어있던 너의모습을! 아직도 더운 여름이지만 산에서는 어김없는 계절의 변화를 볼 수가 있었다. 가파른 산등성을 오르면서 멀리 보이는 푸르름이 군데군데 노랗게 변하고 있었다. 한달후엔 멋진 옷을 갈아입은 가을 산을 만나게 될 것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올라갈수록 숨이 가쁘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며 힘이 들지만 , 바위와 계곡, 그리고 작은 폭포와 우거진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시원한 물소리와 청량한 산내음을 들이 마시며 깊은 심호흡을 하면 기분이 상쾌해지며 기운이 솟아난다. 그리곤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며 다시 올라간다.

중간 지점인 헛에서 잠깐 쉬고 가까이 보이지만 멀리있는 산 꼭대기를 향해 다시 발을 대딛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는 산등성을 올려다 보니 산이 온통 크고 작은 돌로 뒤덮여있다.
풀한포기 자라지않고 이어지던 돌더미에서도 간간히 이끼사이에 핀 이름모를 조그만 하얀꽃이
대답없는 짝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수줍은 소녀같이 마냥 안스럽게 보인다.

끝없이 이어지던 돌산도 어느덧 끝이 보이고 드디어 정상이다!. 휴! 숨고를 사이도 없이 예전처럼 누구도 품어주지 못하고 쌀쌀하게 돌아서게 하는 세찬 바람이 나를 몰아 세운다.설레는 기대로 찾아왔던 그 정상의 트인 모습은 구름에 가려 여전히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산우들과 함께 한 산행이었기에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이번엔 정상까지 올라갔다는 성취감으로 위로를 하며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돌깍쟁이~ 마운틴 워싱턴! 이미 산에 오르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버린 후미조에 속한 나는 점심 식사를 마치자 마자 바람이 불고 구름도 낀 산정상을 뒤로 하고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돌산을 내려가기란 오르는것 보다 더 힘이 들었다.

돌바닥에 내딛을 때마다 그 단단함에 온몸이 휘청거리곤 하였다.헛에서의 또다른 바위들을 딛으며 내려가는 길은 군데군데 바위들이 젖어 있어서 미끌어지지 않도록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였다. “3분간 휴식합니다.” 산우들이 “찌지직~” 미끄러지는 소리를 내며 중심을 잃을때마다, 조장인 비풍초님은 어김없이 이렇게 외치셨다. 빨리 내려가는 것 보다 산우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꼴찌들의 행진이지만 보무도 당당하게 산아래에 내려오니 산우들이 박수로 우리를 맞이한다. “아! 정말로 내가 저 높은 산에 올라갔다 왔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였다. 이젠 어떤 산도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무사히 산행을 끝낸 것을 축하하는 산우들도 나와 같이 가슴이 벅차고 모두에게 감사하는 따뜻한 마음이었으리라!.
여러 대의 차에 나누어 출발지점으로 향하는 또 다른 여정의 시작에서 만난 붉은 털을 가진 예쁜 여우가 우리와의 작별을 아쉬워하는듯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그만 얼굴에 뾰족한 귀와 탐스럽고 긴 꼬리를 가진 여우의 새초롬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돌아가는 차안에서 여러 분이 어린시절 얘기를 재미나게 나누셨는데, 강원도 산골에서 친구들과 메뚜기도 잡고 개구리도 잡아서 구워먹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아까 본 그 여우가 떠올랐다,여우놀이와 함께.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다.”
“무슨 반~찬~ ?” “개구리 반~찬”
“죽었니? 살았니?”
사실은 나도 어렸을적 시골에 살때 개구리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오늘 본 꼬리가 달린 예쁜 여우처럼!

보스턴산악회원 박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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