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21) : 외부와 내부의 시각으로 본 오늘의 중국(2-1)
보스톤코리아  2011-02-07, 14:15:24 
봄의 도시 곤명의 이모저모
곤명은 중국 남부의 고원지대에 위치해 있어 일년 사계절 봄 같은 기후로 봄의 도시(春城)로 불리우는데 소문 그대로 1년 중 제일 무더운 계절인 7월 말에 방문했는데도 전혀 덥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차로 시내를 달려 봐도 건물의 벽에서 에어컨을 찾기가 어려웠다. 여기서는 여름에도 대체로 에어컨을 쓰지 않는다고 들었다. 곤명은 봄의 도시, 꽃의 도시로써 중국에서 유명한데 거리에는 꽃으로 장식된 화단이 많았다. 그런데 도시의 명성에 비하면 시내의 건물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잘 이루지 못하고 중국의 도시중에서도 발전이 빠르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운남성은 중국에서 내륙 지역으로 분류 되고 경제발전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지역이다. 곤명에서 들으니 운남성 경제에서 담배 산업, 약재 산업, 소수 민족을 주제로 하는 관광 산업의 비중이 아주 크다고 한다.

곤명이 중국에서 그렇게 발달 된 도시는 아니었지만 시내를 다녀 보면 중국 경제의 활기띤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나로서는 특히 인상 깊은 것이 하루 24시간 현금을 자동적으로 입출금할 수 있는 ATM이 아주 많아 돈관리가 쉽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은행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같았다. 일본이 이런 면에서는 규제가 심해서 그런지 ATM도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못하다. 돈 흐름이 원활한만큼 중국의 경제 활동이 왕성하다고 볼 수 있다.

곤명을 방문하여 제일 어려운 것이 음식이 잘 소화가 안 되는 것이었다. 중국 출신으로서 중국 음식에 익숙한 편이었지만 곤명에서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잘 소화가 되지 않아 고생하다가 조선족이 경영하는 한식집을 찾아서 냉면을 먹었더니 그제야 몸이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삼국지에 조조의 수십만 대군이 북방에서 남방으로 진군하다가 수토가 맞지 않아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결과적으로 적벽에서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에 대패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역시 전혀 다른 수토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곤명에서 학술회의차 5박을 하면서 숙박했던 호텔과 대회장인 운남대학교 캠퍼스 사이를 걸어 다녔는데 하나의 역사적인 건물이 눈에 띄었다. 그것인 즉 근대 중국의 유명한 사관학교인 운남육군강무당(講武堂)이다. 1909년에 설립된 이 사관학교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원수인 주덕(朱德), 엽검영(葉劍英) 등 저명한 군인들을 많이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인민군 차수(次帥)칭호를 받았던 최용건 장군, 베트남인민군 총사령관을 지낸 보 응웬 지압 장군이 이 사관학교를 졸업했거나 관계가 있었다 한다. 그러기에 운남육군강무당 안내 책자에 삼국의 최고 군사 지도자가 이 학교에서 나왔다고 자랑스레 소개하고 있었다. 나라가 크다는 것이 이런 식으로 여러가지 영향력을 지니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곤명 시내 외곽에 중국 제 6대 담수호로 알려져 있는 전지(滇池)가 있어서 찾아가 보았다. 약 300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호숫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경관이 빼어났다. 그런데 남조(藍藻)가 너무 생겨 호수물이 짙은 쪽빛으로 물들고 조류(藻類)가 둥둥 떠다니는데다가 이상한 냄새까지 풍겨 관광지로써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전지는 중국에서도 유명한 호수인데 80년대부터 주변에서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 되고 호수를 메우는 개발이 많이 추진 되면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한다. 전지주변을 살펴보니 공업용 오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악취를 풍기면서 방치 돼 있는 것이 보였다. 전지는 곤명의 음료수원으로 활용 되어 왔는데 오염이 심하여 2007년부터 여기 물을 쓰지 않게 되었다 한다.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생긴 환경 오염의 그늘을 전지에서 목격하게 된 셈이다.

김광림
Professor, Niigata Sangyo University
Visiting Scholar, 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Harvard Univesity
E-mail:guanglinj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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