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21) : 외부와 내부의 시각으로 본 오늘의 중국(2-2)
보스톤코리아  2011-02-14, 14:15:46 
소수민족이 유난히 많은 지역
중국이 다민족국가로서 56개 민족이 있는데 운남성에만 26개 민족이 살고 있어 중국의 민족수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 중 15개 민족은 주요거주지가 운남성인 민족이다. 내가 참가한 국제인류학・민족학연합회의 국제대회도 이런 배경하에서 곤명에서 열리게 되었던 것이다. 대회의 여가시간을 타서 운남성의 소수민족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곤명시에는 운남민족박물관이 있는데 소수민족을 특색으로한 박물관으로서 유명하다. 이 박물관에 가보니 이 지역 여러민족의 복장과 장식품, 소수민족언어로 쓰여진 문헌, 생활도구, 예술품들이 아주 소상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소수민족 복장 전시코너를 보니 복장이 다채다양한 것이 마치도 현대의 패션쇼에 내놓는 복장을 전시해 놓은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중국 소수민족의 복장은 대체로 다채다양하고 장식품을 많이 사용하여 현대적 감각으로 봐도 패션성이 뛰어난다. 이 박물관을 견학하면서 운남성에 왜 소수민족이 많을까 생각해봤다. 지형이 복잡하고 기후가 다양하며 역사상 오랫동안 중국 중앙정권의 영향력이 그리 미치지 않아 각 민족들이 주류민족에 동화됨이 없이 독자적인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운남민족박물관에서는 운남성 티벳족자치지역에 거주하는 티벳족 라마(活佛)를 만났는데 이 분이 자신이 창작한 탱화(佛畵)를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수입은 전액 가난한 아이들과 고아들의 교육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탱화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이 분이 제자들과 3년에 걸쳐서 제작했다는 넓이 3미터, 길이1000미터에 가까운 세계최대의 탱화인데 이 탱화를 한번 둘러보면 티벳불교의 세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중국에서는 막연하게 낙후한 지역으로 이해하는 티벳이 불교를 통해서 보면 그 풍부한 정신세계는 가히 놀라울 지경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물질적 풍요가 우선시되는 오늘의 중국에서 티벳불교는 인간에게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하나의 등불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됐다.

곤명에는 운남민족박물관과 가까운 곳에 운남민족원(園)이라고 하는 면적이 약 120헥타르에 이르는 대규모의 민족테마파크가 있었다. 여기를 다 둘러보는데는 하루 갖고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운남성에 살고있는 26개 민족의 마을을 조성하여 주택, 생활도구, 종교시설들을 실물크기와 같게 전시하였기에 운남의 소수민족을 이해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이었다. 여기서는 주로 소수민족이 안내를 하고 민속놀이가 상시적으로 열렸다. 그런데 나도 중국 소수민족이면서도 이 민족원을 견학하면서 한가지 중대한 오해를 하였다. 소수민족마을마다 전통주택이고, 소수민족안내자들이 전통복장을 입고 있기에 아직도 운남성에서는 소수민족들이 저런 식으로 살고 있을 까 했는데 알고보니 이런 일은 민족테마파크에서나 있지 이제는 소수민족도 거의다 현대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운남 소수민족과의 만남은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석림(石林)에서도 이어졌다. 석림은 국제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관광지인데 이 지역이 운남성 최대의 소수민족인 이족(彝族)의 자치현에 위치해있어 석림관광을 안내하는 가이드가 대부분 이족과 이족의 다른 갈래라고 하는 사니족들이었다. 평평한 고원지대에 불시에 땅속으로 꺼져들어간 협곡에 나타나는 석림의 자연경관은 더 말할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약 2억5천만년의 장구한 시간을 걸쳐 해저가 솟아오르면서 석회암의 고원을 만들고, 그 위에 화산폭발에 의하여 쏟아진 현무암이 뒤덮이고, 빗물과 지표수, 지하수가 침식을 거듭해가면서 오늘의 석림이라는 자연걸작을 만들어냈다.
아무리 예술가들이 모여서 석회암을 깎아만든들 이렇게 천만가지로 조화를 이룬 경관을 만들어낼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자연의 오묘함에 새삼 감탄했다. 석림을 구경하면서 이족 가이드와 대화를 나누어보니 이들에게도 소수민족으로서의 비애가 있었다. 이족에게는 분명히 자기의 언어와 문자가 있는데 그 언어와 문자가 잘 계승되지 않아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소수자가 제 정체성을 지키기 어려움은 이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이였다.
곤명에서의 5일간은 나에게 운남성의 소수민족의 다양성과 소수민족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지니는 소중한 가치를 체험하는 여행이었다.

김광림
Professor, Niigata Sangyo University
Visiting Scholar, 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Harvard Univesity
E-mail:guanglinj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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