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어떻게 병을 낫게 할까?
보스톤코리아  2011-04-18, 13:34:58 
지난 3주간 따분한 이론 공부하느라 좀 지루하셨죠? 좀 쉬어갈 겸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침은 몸에 그냥 단순히 바늘을 꽂는 것인데 어떻게 침이 병을 낫게 할 수 있는지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특히 미국사람들이 많이 물어옵니다. 정말 예리한 질문이라 생각됩니다.

전 처음부터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해서 침이 병을 낫게 하는데 의문을 가져보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자라면서 봐온 것이라 다리가 삐거나 허리가 아프면 의례 침을 맞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침은 경험의학이라 수천 년을 두고 효능을 입증했기 때문에 침이 병을 낫게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낫게 하느냐에만 관심이 있었거든요.

조헌영 선생님의 통속한의학원론을 보면 오장육부에 병적 이상이 일어났을 때 그 반응이 신체의 표면에 나타나는 곳은 그 장기에 소속된 경락(經絡)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경락은 질병을 공고하는 게시판인 동시에 없애는 곳인 셈이지요. 경락 중에서도 조직이 비교적 허하고 약한 곳이 있는데, 이 자리를 경혈(經穴)이라 해서 한방에서 침을 놓고 뜸을 뜨는 자리가 이곳입니다.

조헌영 선생님의 해석은 경락을 교통로나 해안선에 견주면 경혈은 도로와 도로의 교차점, 정거장, 부두, 다리, 해안선의 하구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경혈이 있는 자리는 근육과 근육의 사이, 뼈와 뼈의 사이입니다.

대부분의 독자님께서 경락과 경혈의 개념을 아시겠지만 새로이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개념을 말씀 드리면 오장육부는 각각의 장기가 그 고유의 경락흐름을 가지고 있고 그 장기와 연결된 경락은 장기를 통해 팔 다리 끝까지 통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12개의 장부와 연결된 경락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임맥, 독맥을 합쳐서 기본 14개의 경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12개의 경락이 연결되어 하루에 60번 인체를 순행하는데 수태음폐경을 출발점으로 대장경, 위경, 비경, 심경, 소장경, 방광경, 신경, 심포경, 삼초경, 담경, 간경에서 다시 폐경으로 연결됩니다. 음경락은 모두 인체의 안쪽에 근육이 굽어지는 쪽에 있고 양경락은 바깥쪽, 근육이 퍼지는 쪽에 있습니다.

기경(奇經)팔맥이라 해서 다른 8개의 추가 경락이 있긴 하지만 우선은 14개 경락만 이해하도록 하겠습니다.
각각의 경락은 적게는 수소심경처럼 9개에서 많게는 족태양방광경처럼67개의 경혈을 가지고 있는데, 조헌영 선생님 말씀처럼 경락은 도로이고 경혈은 그 도로에 있는 정거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혈을 누르면 다른 곳보다 조직이 헐거워서 쑥 들어가고 움푹한 느낌이 듭니다. 장기의 모든 변동은이 지점에서 알 수 있고, 모든 변동이 이 지점을 통해서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질병의 반응은 말단에 이를수록 강하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몸이 식을 때도 손발이 먼저 차지고, 아주 미세한 생리적 변동과 심리적 변동도 안면에 먼저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경락을 조절하는 오수혈(五輸穴)이 바로 이 경락의 말단인 팔꿈치 아래, 무릎아래에 있습니다. 각 장기의 오수혈을 오행의 상생상극 개념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바로 사암침입니다. 즉, 팔꿈치 아래 무릎아래의 오수혈에 침을 놓아 장부의 이상을 조절하고 균형을 잡아줍니다. 그러니 아무데나 침을 꽂는 것은 아니지요. 꼭 필요한 곳에 최소한의 침 자극을 주어 그 경락이 조절되기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인체는 신비해서 스스로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외부에서 약간의 도움만 주면 알아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치료합니다.

제가 처음 한의학을 접할 때 가장 감동 깊게 읽은 책이 바로 조헌영 선생님의 통속한의학원론이란 책입니다. 1934년 일제 시대에 쓰여진 책인데 정말 놀랍습니다. 예리한 통찰력과 알기 쉬운 설명으로 1930년대에 쓰여진 책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혹자는 근대 한의학사에서 가장 잘 쓰여진 책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동서의학 비교 중 위산과다증을 예로 들어 한의학을 치본(治本)의학이라 하고 서양의학을 치표(治表)의학이라 설명하는데 지금 들어도 너무나 명쾌합니다. 서양의학에선 위산과다 증세가 보이면 직접적으로 위산 분비를 줄여 위벽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반해 한의학에선 간경락 계통의 산성 소화액이 비경락 계통의 염기성 소화액을 이긴다고 해서 한약으로 소화액의 분비에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도록 조정한다고 했습니다. 즉, 오행에서 목극토(木克土)로 목기(木氣)가 승해서 토기(土氣)를 치므로 목과 토의 균형을 잡아주는 근본적 치료를 하는 원리 치료임을 알려줍니다.

현대 서양의학의 위산과다증 치료법은 위벽이 나을 때까지 몇 주간 아예 위산 분비를 차단해 버립니다. 위산 분비를 계속해서 외부에서 조절해주면 위는 적절한 소화액 분비를 못하게 됩니다. 많이 하거나 아님 아예 안하거나 극단적인 두 가지만 하게 됩니다. 그래서 위산 조절약을 드시는 분들은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계속해서 약을 복용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무엇이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법입니다.

한의학은 자연치유법이고 근본치료법이고 인체가 내적인 생명력을 기르고 스스로 치유하게 유도하는 양생(養生)법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경락과 경혈의 개념을 받아들이시면 침이 어떻게 병을 낫게 하는지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한의원 선유당 원장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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