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하라
보스톤코리아  2011-05-23, 14:01:04 
이벤트 촬영을 나가면서 느끼는 점은 인물촬영이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힘들다는 것이다. 주제가 되는 각 인물마다 색깔이나 성격이 틀려서, 획일적인 구도나 방법으로 쉽게 접근하다 보면 항상 아쉬움이 남게 되는 것이다. 사전에 나름의 촬영콘티나 컨셉이 있어야 하고, 이를 준비했다고 해도, 각 상황마다 달라지는 빛과 주제의 이미지에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작가적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제한된 시간 안에 무언가 쓸만한 사진을 뽑아내야만 한다. 그것이 사진작가에겐 현실이다.

일반 사용자와 사진작가의 인물 사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진의 구도나 선명도, 포토샵을 이용한 깔끔한 마무리 등을 떠올리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인물의 ‘표정’이다. 자연스러운 표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인물의 외형만이 아니라 내면에 존재하는 개성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피사체와의 소통’이다.

따라서 좋은 사진가는 또한 뛰어난 대화 능력의 소유자다. 대화를 통해 사진가는 그 모델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알아내고, 모델 스스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모델 또한 대화를 통해 사진가의 의도를 알아내고 자신의 느낌을 전달한다. 사진가 혼자 특출난 테크닉과 노하우를 가졌다 해도 모델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면 그의 외형만 카메라에 담아내는 꼴이 된다.

피사체의 마음을 읽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은 오직 스스로 노력해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촬영 테크닉은 열심히 연구하고 경험을 쌓으면 조금씩 능숙해질 수 있지만 피사체를 보는 마음의 눈은 누가 가르쳐 줄 수 없다. 많은 전문 사진가들도 모델과의 교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의 관계가 친밀할수록 훌륭한 인물 사진이 나올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애기 사진을 찍을 때면, 애기 가족(특히 엄마 혹은 아빠)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끼곤 한다. 애기한테 낯선 사진가가 아무리 재롱을 떤다 해도, 쉽게 원하는 장면을 만들기가 어렵다. 사탕이라도 줘서 기뻐할 나이라면 조금 쉽겠다. 애기 엄마인 경우, 촬영일과 시간에 맞춰 애기가 즐겁게 촬영에 임할 수 있도록 절대적인 도움을 준다. 아빠가 이름만 불러줘도 애기는 미소를 보내준다.

인물 사진을 잘 찍고 싶으면 모델과 감성적 소통(emotional communication)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카메라라는 ‘기계’가 아닌, 당신 앞에 선 ‘사람’에게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야 한다. 교감하라.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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