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지 말고 그려라
보스톤코리아  2012-02-13, 13:03:07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 시점에선가 사진이 늘지 않고 때때로 슬럼프에 빠지곤 한다. 카메라의 대부분의 기능을 숙지했고, 이를 활용해 원하는 사진을 큰 어려움 없이 찍을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언가 자신의 개성이 없는 것 같고, 뭔가 부족한 것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주변에서 사진 잘 찍는다고 부러움 섞인 말을 건네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가끔 갈 곳을 몰라 길을 헤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굳이 사진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할 것을 추천한다. 굳이 사진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말고, 사진과 연관된 이론과 활용 또한 좋다. 가령, 색채, 빛, 조형 등 공부 할 것은 무궁무진하다. 개인적으로 빛 과 공간, 입체와 평면 그리고 양감과 질감 등을 배우고 훈련하기에 좋은 것은 데생이다. 예전 학생시절, 데생강사를 했던 경험은 사진작업도 많은 도움이 됨을 직접 경험하곤 한다. 이번 컬럼에선 조금은 생뚱 맞을진 모르지만, 데생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데생(프랑스어, dessin = 드로잉, 소묘)은 사전적 의미로 보면, 가시적인 세계 속에 존재하는 대상들 뿐 아니라 개념•사고•태도•감정•환상, 나아가 상징과 추상적 형태 등을 평면 및 입체의 표면 위에 선으로 표현하는 것 일반을 지칭한다. 또한 이러한 정의는 회화에 국한되지 않고 매스와 색채보다는 형태와 형상을 특징적으로 강조하는 모든 유형의 그래픽 미술과 기법에도 적용된다. 그리고 데생은 시각예술의 기본으로서 그 자체로 완성된 작품이 되거나 완성할 작품의 밑그림으로 쓰인다. 14세기말까지만 해도 드로잉은 다른 미술형식에 개념적 또는 기능적으로 종속되었으나 그 이후 자율적이고 독자적인 장르로 독립하게 되었다. 오늘날 드로잉은 인체•공간•깊이•실재감뿐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데 가장 폭넓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데생을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가? 처음엔 구형 혹은 육면체의 모양을 찾아보고, 이것을 연필이든 볼펜이든 재료를 선택하여 그려보자. 형태를 파악하고 면을 찾아봐라. 자신의 신체 일부를 관찰하며 그려보는 것도 좋다. 특히 손은 좋은 모델이 되어 준다. 왜 관찰이 중요하냐면, 볼 수 있어야 그릴 수 있고 사진으로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자신의 손을 관찰해 보자. 물론 어떤 사물을 그리기 전에 수평선 혹은 수직선 그리고 면으로 칠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매우 좋다. 사진작업을 어느 정도 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기본 이상의 드로잉을 할 수 있다. 다만 경험을 안해봐서이다. 이제 시작하는 이들도, 사진기 메뉴얼에서만 헤메지 말고, 무엇이든 그려보자.

요즘 사진을 필터링하여 스케치 느낌이 들게 하는 튜어토리얼들이 인터넷에 많이 나와있던데 참조할만하다. 그러나 간단한 필터 몇 개를 적용하여 마무리하는 작업은 시간낭비니 하지 말자. 포토샵을 활용한 작업인 경우, 브로쉬를 이용한 작업을 추천한다. 브러쉬의 특성을 계속 바꿔가며 자연스러운 선의 느낌이 나오게 해보자. 혹은 실제 연필로 작업한 테스쳐를 이용해 작업을 할 수도 있다. 항상 틀을 깨고, 탐구해라. 이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크게 보자, 사진은 단지 조리개와 셔터속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진과 회화를 더해보고, 그것들을 분해하고 병합해보자. 그런 도전이 소위 ‘미술의 사생아’라고 일컫던 사진을, 지금 예술의 한 분야로 명백하게 자리 잡게 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한상궁은 미각을 잃은 장금이에게 ‘맛을 그려라’고 했다. 때로 사진도 단순히 찍는 것만이 아닌, 그리는 것이 된다. 찍지 말고 그려라.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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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2]
나비스
2012.03.27, 13:53:50
안녕하세요, 모델분께는 컬럼에 사진을 넣을 수 있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IP : 71.xxx.40.51
엠디케이
2012.02.13, 19:32:02
기사 내리고, 해당 모델에게 모델료 지급하십시요! 본인의 동의도 없이, 이렇게 남의 얼굴을 올리시면 어떻게 합니까? 초상권 침해도 모르시나요? 참...
IP : 71.xxx.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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