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를 다녀와서 2
보스톤코리아  2012-03-12, 12:25:46 
고대 미케네(Mycenae)는 3,500년전부터 500여년 동안 지중해 연안의 국가들 중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였으며 이집트와 크레타와도 교역하였다. 호머의 일리아드에 의하면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Agamemnon)이 그리스 도시국가 연합군의 총 사령관이되어 터키의 트로이로 처들어 가서 십년 동안 전쟁이 계속 되었다고한다. 트로이 전쟁 이야기를 간단히 적는다.

약 3,200년 전 어느날 올림푸스의 신들이 큰 파티를 열었는데 초대를 받지 못한 여신 하나가 화가났다. 그녀는 파티 도중에 나타나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하면서 황금으로 만든 사과를 던지고 가버렸다. 결혼의 여신이며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와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유력한 후보자로 나왔다.

현명한 제우스 신은 결정권을 트로이의 왕자인 파리스에게로 돌렸다. 세 여신은 파리스 왕자한테 가서 누가 제일 아름다우냐고 물었다. 그 당시에도 뇌물이 성행했나보다. 헤라 여신은 자기를 뽑아주면 전 세계의 왕이되게 해주겠다고 했고 아테나는 트로이의 철천지 원수 나라인 그리스를 망하게 해 주겠다고 했으며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찾아 주겠다고 했다.

아프로디테가 황금 사과를 갖게되었다. 그당시 미녀 중의 미녀는 스파르타의 왕이며 아가멤논의 동생인 메넬라오스의 부인인 헬렌이었다.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파리스는 헬렌을 빼앗아 트로이로 데리고갔다. 메넬라오스의 형 아가멤논은 헬렌을 다시 찾아 오려고 그리스 연합군을 편성하고 트로이로 처들어 가기로 하였다.

연합군이 모두 모였으나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서 출범하지 못하게 되자 아가멤논은 부인을 속여 가면서 예언자의 말대로 자신의 맏딸을 죽여 희생물로 바치고 바람을 재운 후에 출범하였다. 십년 전쟁을 끝내고 귀국하자 벼르고 있던 부인에게 살해당했다. 아버지를 지극히 사랑하던 둘째 딸 엘렉트라(Electra)는 아버지 복수를 하겠다고 어머니를 죽였다.

심리학에서 딸이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더 좋아하는 경향을 엘렉트라 컴플렉스라고 하는 것은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반대로 아들이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더 좋아하는 경향을 이디퍼스 컴플렉스라고 하는데 이것은 이디퍼스(Oedipus)왕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살게 되었다는 비극적인 신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미케네의 유산 중에 가장 괄목할만한 축조물은 아가멤논의 무덤인데 세계에서 제일 오래 된 돔(dome)이다. 돔이란 이글루같이 둥글게 만든 지붕인데 가운데 기둥이 없어도 지탱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 부터 3,300 여년 전에 건설하였다고 하는데 통일 신라의 석굴암처럼 천정을 돌로 둥글게 만들고 그 위를 흙으로 덮었다.

이 무덤은 직경이 15m 이고 높이가 13m 인 거대한 돔으로 로마에 있는 팬티언(Pantheon)이 지어질 때 까지 천년 이상을 세계에서 제일 큰 돔 건축물로 독존하고 있었다. 팬티언이 지어진 지 사백년 후에 터키의 이스탄불에 하기아 소피아(Hagia Sophia)가 축조되었다. 그러고도 이백년이 지난 서기 750년경에 경주 토함산 중턱에 석굴암이 세워졌다.

팬티언은 로마의 모든 신들을 위해 만든 신전으로서 로마 제국 때에 만들어 진 건축물들 중에 가장 잘 보존이 되어 있어서 아직도 견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어 격찬을 받고 있다. 철근으로 보강이 안되어 있는 콘크리트 돔으로는 아직도 세계에서 제일 크며 현재 가톨릭 성당으로 쓰여지고 있다. 르네상스 이후로는 화가 라파엘로, 작곡가 코렐리, 이탈리아의 왕들 및 기타 유명 인사들이 이 신전에 묻혔는데 라파엘로 무덤의 비석에는 그의 친구인 벰보 추기경이 아래와 같이 비문을 썼다.

이곳에 라파엘로가 누어 있다.
대 자연은
라파엘이 살아 있을 때에는
그에게 질까봐 두려워했고
죽고 나서는
자신도 죽을까봐 두려워했다.

하기아 소피아 성전은 아야 소피아 성전이라고도 불리우는데 성스러운 지혜라는 뜻이다.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에는 속하지 못하지만 중세 때에 지정된 7대 불가사의에는 들어간다. 이 성전은 건축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고 할 정도로 돔을 잘 축조했고 스페인의 세비야 성당이 건설될 때까지 천년 동안 가장 큰 성전으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바뀌어 수많은 방문객이 줄지어 드나든다.

석굴암도 돔으로 되어 있는데 규모도 작고 시대적으로 늦게 축조되었으나 예술적인 가치와 독특한 건축미를 인정받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붕괴 직전의 석굴암을 일본에서 대규모로 여러번 보수했지만 한국 특유의 지하 수로 장치를 이해 못하고 막아 버리고 콘크리트를 덮어버렸기 때문에 복원 불가능한 형태로 파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현재는 실내의 습도만 조절되고 있어서 일반 방문자는 들어갈 수 없다.

미케네는 황금이 풍부하여 황금술이 대단히 발달하였다. 장식품에서부터 시작해서 금잔과 금마스크등 금관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금품을 남겨 놓았는데 어느 하나도 일품이 아닌 것이 없다. 귀한 사람이 죽으면 얼굴을 금으로 떠서 마스크를 만들었는데 유명한 아가멤논의 마스크가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어느 귀족의 마스크이리라는 것이 정설이다. 신라 금관들은 미케네의 금관들보다 약 1,500년 후에 만들어진 셈이다.

미케네 후손들이 이삼백년 전에 쓰던 맷돌을 보았는데 어쩌면 그렇게 우리 할머니들이 쓰시던 맷돌과 비슷한지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더 세련되었다 뿐이지 재료로 보나 크기로 보나 모양으로 보나 다른 곳이 별로 없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들은 맷돌의 손잡이를 어처구니라고 불렀다. 그래서 "어처구니가 없다" 라는 말이 나왔다.

장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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