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열리면 사진이 보인다
보스톤코리아  2012-03-19, 12:40:27 
우리는 사진을 보면서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보아야 하고, 어떤 것들을 느끼고 있는가?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는 하루하루 새로 나오는 카메라의 기능과 촬영 기술에 치여, 정작 사진을 감상할 때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모른다. 물론 추상적으로 ‘그냥 보고 느끼면 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올바른 감상을 하게 되면, 사진을 찍을 때도 나름의 생각을 부여하여 촬영하게 된다. 요번 컬럼에선 사진 감상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사람들은 사진을 그냥 편하게 감상하다가도, 사진을 작품으로 감상하려 하면 엉뚱한 데로 빠지곤 한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기껏 구도나 왈가왈부하다가 마무리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술 작품'이라니까 무언가 아름다운 어떤 것이 들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그 아름다움을 찾다 보니 구도나 색채 따위에 사로잡히는 것 같다. ‘와 이쁘다’하곤 끝이다. 개인적으로 사진이나 예술은 다양성이 있으므로, 굳이 정답은 없다. 그러나 사진을 감상할 때, 보다 중요한 본질을 찾지 못하면 실력은 항상 제자리다. 오래 찍으면 조금의 테크닉 정도가 늘 뿐이다.

그럼, 사진은 어떻게 감상할 것이가? '사진은 이야기로 보자'. 작가는 사진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슬픈이야기도 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말'이나 '메시지'로 보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시를 보자면 미사여구만으로 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미사여구는 시가 피해야 할 가장 통속적이고 천박한 겉모양이 아닐까. 사진 역시 그렇다. 이야기 없이 그저 아름답기만 한 사진은 싸구려 달력용일 수는 있어도, 두고두고 볼 만한 사진은 될 수가 없다.

예술이 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보면, 사진도 그런 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란 외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마도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그 깊이에서는 오히려 외형상의 아름다움을 능가한다. 사진을 감상할 때에는 외형적인 아름다움 만을 찾지 말고, 내면적인 의미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사진은 작가의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인생과 자연에 대한 그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해 놓은 것이 '작품'의 본질이다. 이는 어느 예술의 경우에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사진을 볼 때 그가 이 사진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가를 살피는 것, 이것이 올바른 사진 감상의 첫걸음이다.

우리는 수많은 사진들을 직접 찍고 전시를 하고 남의 사진을 구경하면서 사진형식에 대한 이야기는 무수히 쏟아 내면서도(표면적 이야기) 정작 그 사진이 주는 의미 혹은 메시지(내용적 이야기)에 대해서는 소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작품이 던져주는 의미 혹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작가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적 답사기>에서 '문화재의 미적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각은 각자 아는 만큼 느끼고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림이든 사진이든 전시장을 한 바퀴 도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참고로, 인간 자체에 대한 사진이란 인간의 존재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사진으로, 대개 초상사진이라고 한다. 초상사진이 아니라도 인물 자체를 찍은 사진이 이에 해당되는데, 이들 사진에선 이야기와 함께 인물의 표정을 봐라. 표정을 볼 줄 알면, 사진을 볼 줄 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컬럼의 사진은 오래 전에 내가 재취업 교육 관련해서 강의를 할 때 찍어두었던 사진이다. 젊은 사람들은 아직 희망이 있어 보이며, 새로운 도전의식까지 엿 보인다. 그러나 나이드신 분들은 별반 흥미가 없어 보이고, 열정 또한 없다. 간혹 나이를 초월하여 의욕적인 모습도 보인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세대를 초월해 뭔가 배워보려 좁은 공간에 함께 모여 앉아 있지 않은가.

사진을 감상할 때. 단순히 시각적으로만 보지말고, 귀를 기우려 작가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많이 듣다 보면 귀가 열리고, 귀가 열리면 사진이 보인다.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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