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하상의 일본상인 탐구
보스톤코리아  2012-04-23, 12:38:33 
제11회 빗의 예술 쥬산야 (十三屋) 140년
요즘 일본의 여성들은 나무빗을 많이 쓴다.
핸드백 속에는 아기 손바닥만한 나무빗이 하나 쯤 들어있다. 나무빗은 예술품에 가까울 정도로 디자인이 아름다워서 마치 악세사리처럼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교토의 빗가게 쥬산야(13屋)는 바로 그 아름다운 빗을 만들어 파는 가게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가게 이름이 <13야>가 된 것은 빗의 일본어인 ‘구시’가 ‘9(구)+4(시)’를 의미하므로 더하면 13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점포는 저녁에 가면 퇴근하다가 들른 젊은 여성들로 만원이다.또 교토에 관광 온 여성들도 <빗의 예술>인 이 가게에 들러 자기가 쓸 빗과 선물할 빗을 사는 광경을 언제나 볼 수있다.
이 가게는 점포는 4평이 채 안될 정도로 작지만 1천종이 넘은 다양한 빗을 구비해놓고 한달 매출만도 1억원이 훌쩍 넘어간다.

빗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쥬산야가 문을 연 것은 1875년, 1대 조상인 치산키치(治三吉)는 오사카 근처의 기시와다시에서 사무라이였는데 메이지 유신으로 사민평등이 되면서 먹고 살 길이 없어지자 교토에 올라와 빗 가게를 시작했다.

그 후 4대째인 미치카즈(道和)에 이어지기까지 쥬산야는 약 100년간을 정진했고, 그 결과 지금은 일본 천황가에 빗을 납품하는 어용가게로 선정되었다.

<플라스틱 빗은 머릿결을 손상시키지만, 버드나무 빗은 머릿결을 보호 합니다>
빗가게 쥬산야의 5대 주인 다케우치 신이치(56)의 말이다.
나무빗을 만드는 나무는 회양목이다.회양목은 일본에서는 황장목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나무색갈이 담황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회양목은 일본의 남부지방에서 잘 자란다. 나무의 재질이 치밀하여 단단한 것이 특징이어서 빗이나 도장,장기알 등을 만드는데 많이 쓰인다.

회양목 중에서도 큐슈의 최남부인 가고시마산을 최고로 친다.
빗가게에서는 아예 가고시마 빗이라는 상품이 따로 있을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가고시마의 회양목으로 만든 빗을 보면 나무가 아니라 마치 대리석으로 만든 것처럼 그 재질이 매끄럽고 아름답고 단단해 보인다.

가고시마 회양목으로 만든 빗은 표면이 매끄러워 머리카락을 빗을 때도 시원한 감촉을 느끼고 두피에 빗의 날이 닿아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품질이 우수하다보니 그 값도 비싸다. 제일 싼 것이 5천엔(7만원)정도이고 거의 대분이 1만엔 이상이며 한 개에 7만엔(95만원)이 넘는 빗도 있다. 이 가게의 빗이 비싼 이유는 하나만 가지면 최하 10년 이상을 쓸 수있기 때문인데 사실은 평생동안 2-3개만 가지면 충분할 정도이다.
그래서 요즘 부잣집 처녀들은 시집갈 때 쥬산야의 빗 3개를 가지고 간다. 그 3개만 있으면 평생 빗걱정을 안해도 되기 때문이었다.

빗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다.재료인 회양목의 사입에서부터 그것을 쪼개고, 말리고, 깎고, 다듬는데,다듬을 때는 속새풀껍질로 정성스럽게 빗의 표면을 문지른다. 또 빗살 한 올 한 올 가닥을 만드는데도 섬세한 감각과 정교한 손놀림이 요구된다. 이 모든 과정이 수작업이며 주인이 직접 한다. 이처럼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한사람의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10년간의 연마과정이 걸린다.

이렇게 완성된 빗에 다시 디자인학과 교수들이 초현대적이고 컬러풀한 디자인을 그려 넣으면 빗이 아니라 예술이 된다.이처럼 디자인이 좋아지면서 소비자들은 빗이 아니라 악세사리,혹은 부의 상징으로 까지 여기고 있다. 무심코 꺼내서 머리를 빗는 것처럼 보이지만 빗 자체가 예술이기 때문에 대번에 남의 시선을 끄는 것이다.

“80년대에는 힘들었습니다. 플라스틱의 시대였으니까요. 그러나 일본의 소득이 점차 높아지면서 고객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값이 싼 플라스틱 빗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안 것이지요.”
품질이 좋다는 것은 “소리 내지 않고 손님을 모으는 것”이라며, 품질만이 자신과 가게를 지키는 첩경이라고 주인은 말했다. 특히 요즘은 디자인의 향상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단 1년이라도 나무빗을 써본 고객들은 그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되어 결국 평생 자신의 가게의 고객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목표는 <예전에 조상들이 만든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과거 선조들이 만든 빗 중에는 국보가 되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의 뛰어난 빗이 많았다고 한다.그 목표를 향해 자신은 과거 선조들이 해왔던 것처럼 “예술의 경지에 오를 때까지 목숨걸고 만들 뿐”이라고 얘기한다.

일본 천황가에서는 예부터 지금까지 플라스틱 빗을 쓴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한다. 오로지 최고급의 나무에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빗을 사용하는데 그중에는 국보급의 작품이 있다고 한다. 오로지 빗만들기 140년. 현재 쥬산야의 명성은 이미 일본전국이 알고 있다.모두 좋은 품질 때문이다.

주인 다케우치씨는 명문 동지사 대학 기계과를 나와 샐러리맨이 되고 싶어 도쿄에서 3년간 직장생활을 했으나 3년 만에 직장생활을 접고 가업을 이어 받았다. 현재 6대째 가업을 승계할 그의 아들(25)도 아버지처럼 동지사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대학을 졸업하는 대로 가업을 이을 예정이라고 한다.



제12회 젓가락도 예술이다 - 260년 역사의 이치하라(市原)
교토의 부엌인 니시키 시장 근처에 1764년에 창업한 이치하라 젓가락 가게가 있다. 일본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젓가락 가게이고, 천황가에 젓가락을 납품하는 가게이다. 창업주인 헤이뵤에(平兵衛)로 오미(近江) 상인 출신이었다. 오미는 오늘날 교토와 맞붙어있는 시가현의 옛이름이다.바로 그곳에서 헤이뵤에는 교토에 올라와 젓가락 가게를 시작했는데, 말년에 실력을 인정받아 천황가에 젓가락을 납품하는 어용상인으로 지정되었고,현재도 어용상점이다.

오늘날, 이치하라 젓가락 가게에서는 무려 400종이나 되는 젓가락을 팔고 있었는데 용도가 모두 다르다.
일본의 젓가락은 기본적으로 4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젓가락의 몸통이 둥근 마루(丸)형, 몸통이 네모난 사각형, 그리고 양구(兩口)형과 편구(片口)형이 그것이다. 양구는 젓가락의 양쪽을 다 쓸 수 있는 것을 말하고, 편구는 우리도 일반적으로 쓰는 한쪽만 쓰는 젓가락을 말한다.양구의 젓가락은 정월달이나 장례, 제사 때에만 사용하는데, 인간 중에서는 천황만 쓸 수있고 가격은 개당 840엔으로 한번만 쓰고 버린다.

값이 비싼 칠기젓가락은 1700년대 이후부터 생산되었고, 칠기에 은박금박 등 다채로운 무늬가 많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흑문자(黑文字)라는 젓가락은 과자를 먹을 때 쓰는 칠기젓가락을 말한다. 싼 것은 2-3천엔,비싼 것은 10만엔(140만원)짜리도 있으며 젓가락에 고객의 이름을 새겨주기도 한다.

이치하라 젓가락의 가훈은 <쓰지 않는 물건은 판매하지 않는다>이다.
즉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것만 판다. 이치하라 젓가락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은 미야코 바시, 헤이안 바시 두 종류이다.
이치하라 젓가락은 지금까지 8대를 이어오면서 각자 자신의 세대에서 한가지의 특징 있는 젓가락을 개발해 왔다. 그중 하나가 미야코 바시라는 대나무 젓가락이다. 이 젓가락은 150년 이상 된 가옥의 천장에서 뜯어낸 대나무로 만든 것이다.

일본은 과거에 집안에서 취사를 했다. 장작불을 때어 밥을 짓게 되면 연기가 난다. 그 연기는 천장으로 올라가 초가지붕을 받치고 있는 대나무를 그을리게 한다. 수십 년 간 장작 연기에 그을려진 대나무는 나무 자체가 질겨질 뿐만 아니라 그 연기 때문에 병충해로부터 나무가 썩지 않게 된다. 연기가 방부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치하라 젓가락은 그중에서 150년 이상 된 대나무를 전국 방방곡곡에서 구해 젓가락을 만들어 팔고 있다. 이 젓가락은 일반 대나무 젓가락과는 달리 내구연한이 무려 15년이나 된다. 일반 죽제품 젓가락이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헤이안 바시는 8대 사장, 현재의 이치하라 다카(市原高.60) 사장이 개발한 젓가락이다. 헤이안 바시는 참깨 한 알도 집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끝이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전통적인 젓가락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1회용 젓가락이 연간 250억개나 소비되고 있다. 해마다 북해도만한 땅의 나무가 벌채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일본은 1회용 젓가락의 대부분을 수입한다. 수입대상국은 주로 중국이다.

중국은 1회용 젓가락을 수출하기 위해 변방지역의 나무를 무차별로 벌채했다. 그 결과 산림이 사막화되면서 황사현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 피해국은 한국과 일본이다. 일본의 소비자들도 이런 점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근래에 환경보전과 품질이 좋고 안전한 전통방식으로 생산되는 전통젓가락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일본은 매년 8월4일을 <젓가락의 날>로 정해놓고 있다. 8(하치)와 4(시)의 첫글자를 따면 하시 즉 젓가락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이는 젓가락의 문화와 전통을 후세에 이어주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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