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나 의사가 되라
보스톤코리아  2012-05-21, 12:13:59 
움직임이 있는 피사체를 촬영할 때는 또 다른 촬영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촬영하거나, 움직이는 동물,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 등을 제대로 촬영하기 위해선 많은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번 컬럼에선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하는 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가령, 어떤 사람이 진지하게 생각하고 차분히 촬영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면,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생각할 시간 없이 눈 앞에서 수많은 장면들이 화살처럼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하려면, 본능적으로 빨리 찍어라. 생각은 나중에 하고 셔터를 날려라.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생각은 하되, 앞으로 벌어질 장면을 미리 스케치하여 샷을 준비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찰라의 장면은 눈 앞에서 순간에 벌어지므로, 때론 자신의 느낌에 의존하여 직감적으로 샷을 누를 필요가 있다. 물론 어떤 면에서 사진은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해야 하는 순간이 벌어질 것 같으면, 너무 오래 생각하면 안 된다. 바둑으로 치면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생각만 하다가 좋은 샷을 놓치거나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어디든 걸어가면서 어깨 너머로 순간적으로 보이는 장면들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곧바로 찍어라.

카메라가 가방 안에 있고 렌즈 캡이 씌워져 있고, 렌즈 닦는 융으로 잘 싸져 있다면, 어느 세월에 카메라 꺼내서 촬영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짧은 시간 안에 촬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 요즘 사진가들의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편리한 넥스트립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이런 것을 활용할 수 도 있겠다.

그리고 좋은 사진을 빨리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 조절 장치를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카메라 빨리 꺼내 잡으면 무슨 소용인가? 그날 날씨나, 상황을 스케치하여 미리 카메라를 설정해 두는 것이 좋다.
세계적인 스포츠 잡지인 스포츠 일러스트에서 25년 간 일해온 로버트 백(Robert Beck)이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 사진을 찍는 팁을 공개 했다. 스포츠같이 역동적인 피사체를 잘 찍으려면, 먼저 배경을 단순화 시킨다.

이것은 비단 스포츠 경기 사진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진들에서 필요한 요소이다. 지저분하고 불필요한 배경은 사진을 복잡하게 만들고,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게 하며, 중심 피사체에 가는 시선을 분산 시켜 버린다. 스포츠 사진을 찍을 때 많이 등장하게 되는 펜스나 빛이 반짝이는 관중석 등은 사진 안에 넣지 않는게 좋다. ‘스포츠 경기를 미리 이해하고 어떤 동작이 나올지 미리 예측하고 머리 속에 앞으로 다가올 행동을 그려보고 그 장면이 나오면 육식 동물처럼 낚아 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되씹어 봐야할 말이다.

그리고 그가 스포츠사진에 좋은 렌즈 혹은 자신이 즐겨 쓰는 렌즈를 공개했다. [AF-S VR Zoom-NIKKOR 200-400mm f/4G IF-ED], 이 렌즈는 스포츠 사진을 찍기 위한 최상의 렌즈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런 렌즈는 일반인이 구매하기엔 너무나 고가다. 200에서 400미리까지 지원하는 렌즈는 무려 만 불 정도나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필드메뉴얼 책 중 한 권을 보다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취미로 스포츠사진을 찍는 당신은 아마 변호사이거나 의사일 것이다.’ 말인즉, 돈 잘 버는 직업의 사람이 아니면 스포츠사진을 제대로 찍을만한 최고의 장비를 구입할 수 없다는 뜻이고, 그만큼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특히 스포츠 사진이 그렇다.

스포츠 사진을 담으려면 카메라 운영기술도 중요하다. 고가의 장비를 대여하여 촬영해보면, 단순히 렌즈가 좋아서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가령, 축구장에서 300에서 400미리 정도의 줌렌즈로 핀을 맞추고, 구도를 잡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좋은 장비가 있으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인들이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기는 쉽지 않으니, 평상시 보급형 DSLR을 이용해서 다음과 같은 촬영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움직이는 피사체를 잡아내기 어려운 것은 망원으로 너무 당겨서 주제를 크게 찍고자 하기 때문인데, 그냥 넓게 찍자. 피사체가 칼핀이 아닌 것은, 조리개는 더 조이고 감도는 더 올려서 셔터속도는 벌고, 역시 망원보다 광각으로 찍으면 칼핀으로 나온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안 된다면, 변호사나 의사가 되라.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1]
Boston
2012.05.21, 13:59:03
하하~
양성대선생님~
민첩성이 떨어져 발상의 전환이 어려운 저는 그럼..
변호사나 의사가 되어야만 하는겁니까?
그 길은 조금이나마 적응이 쉬울까요? ㅎㅎㅎ
IP : 24.xxx.115.239
이메일
비밀번호
홍하상의 일본상인 탐구 2012.05.21
제 14 회 부엌 칼도 예술이다 가게 아리츠구 450년
그리스를 다녀와서 마지막편 [1] 2012.05.21
성지 2 배를 타고 여러 섬들을 지나다 보면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사이에 하얀 집들로만 지어져 있는 섬들을 보게 되는데 평화롭기 짝이 없다. 푸른 색과 흰 색이..
변호사나 의사가 되라 [1] 2012.05.21
디지털카메라의 이해와 활용 컬럼 109
신영의 세상 스케치 - 349회 2012.05.21
우리 눈의 착각일 뿐...
무릎 관절 통증엔 소상혈(少商穴) 2012.05.21
이선영원장의 한방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