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성적: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보스톤코리아  2012-06-28, 17:33:39 
내신 성적: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최근 대학 진학 박람회, 강연, 그리고 명문대 진학에 관한 칼럼을 연재한 후로 진학 상담 요청을 특히 더 많이 받고 있다. 강연이나 칼럼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일반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법이나 가이드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최근에 받은 질문 중 많은 학부모님들께서 궁금해 하고 공감할 만한 사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해본다.

질문: 아들이 현재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학비도 꽤 비싸고 아카데믹 커리큘럼이 강한 학교에요. 올해 가을이면 11학년이 되는데, 지난 2년 동안의 내신 성적이 그리 신통치 않습니다. 9학년, 10학년 GPA가 3.0도 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학교의 수업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너무 경쟁이 치열한 게 아닌가 싶어요. 경쟁이 덜 치열한 학교로 전학을 가면 아이에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문제는 아들이 전학을 가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남편까지 아들 편을 들고 있어요. 남편이 하는 말은 대학을 지원할 때 대학교에서도 경쟁이 치열하고 좋은 고등학교를 다녔다는 것을 고려해서 내신 성적을 평가하기 때문에 GPA가 조금 낮아도 좋은 대학교를 가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거에요.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세요.

아드님이 현재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어한다면, 그리고 비싼 등록금 때문에 걱정을 할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전학을 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만약에 말씀하신 내용과 상황이 달라진다면 제 대답 역시 달라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드님이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할 정도로 힘들어 한다면, 전학을 가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아드님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 생활을 좋아하는 것처럼 들리네요.

대학교에서는 신입생을 선발할 때 내신 성적도 고려하지만, 내신 성적을 받은 학교의 상황 역시 함께 고려합니다. 만약 아드님이 GPA를 올리기 더 쉬운 학교로 전학을 간다면, 내신 성적 자체는 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입학 사정관들 역시 GPA가 오른 것이 전학을 갔기 때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평가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전학을 가게 되더라도 대학 입학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일부 대학교들은 입학 과정에서 최소한의 내신 성적(minimum GPA)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꼭 진학하고 싶은 대학교에 이런 조항이 있다면 전학을 가서라도 내신 성적을 올리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대학교들은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학교 입학 과정에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성적이 염려가 되신다면 오히려 아드님이 다니는 학교에서 조금씩이라도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물론 입학과 동시에 최고 성적(전과목 A)을 받아온 학생과 성과 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의 가능성을 어필하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승 곡선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드님이 현재의 학교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도 굉장히 큰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도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선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 시켜 주십시오.

저 같은 경우 미국 최고 명문 사립 고등학교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는 Phillips Academy를 다녔습니다. 물론 높은 교육수준만큼 수업과 숙제도 힘들었고 성적 또한 중학교에서 받아오던 최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높은 학비를 부담할 수 없어서 11학년 때 이사와 동시에 공립 학교로 전학을 가야 했고, 대학교 또한 장학금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주립 대학교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10대 청소년기 시절, 지적 호기심이 가장 왕성한 나이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대학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교수님들께 수업을 배웠고, 미국 상류 사회 출신의 선배들에게서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웠습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법을 익혔습니다.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생활에서 중요한 시기인 11학년 때 새로운 학교 생활에 적응하면서도 AP 위주로 짜여진 어려운 커리큘럼에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Philips Academy에서의 경험은 스스로 대학 진학을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미 아드님은 모든 학생이 A를 받을 수는 없다는, 단순하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교훈을 얻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노력 여하에 따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아드님이 지금 있는 학교를 즐겁게 다니고 있고, 그 즐거운 생활 속에서 미래를 위한 노력의 동기를 찾을 수 있다면 계속 그 학교에 있으라고 권해주고 싶습니다.

오승준(Albert Oh)
SD Academy 원장
www.SDacademyOnline.com
617-505-1852, 510-387-0735
SDacademy.Bost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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