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과 갑오경장 18-2
보스톤코리아  2012-08-13, 11:50:13 
죄수도 머리를 깎지 않는데 양반을 보고 머리를 깎으라고 하니, 사람으로 행세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 내부대신 유길준은 개혁사업 추진에 있어서 독선이 좀 심했던 것 같다. 듣지도 못하고 생각치도 않았던 단발령을 내려 조상 전래의 상투를 모두 자르라고 하니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신체발부 (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持父母)라 불가훼손(不可毁損)”이라고 하면서 단발령 반대의 소리가 높았다. 사실 이조시대 때 양반의 품위는 상투에 갓을 쓴 멋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개화를 위한 보다 진실한 정책이라고 해도 그 시행방법과 시기에 따라 효과가 많이 달라지게 된다. 일본은 1876년의 메이지유신에 즈음하여 종래의 무사제도(武士制度)를 타파하고 현대적 평등사회를 구축하기 위하여 무사가 칼을 차는 것과 마계(일본인의 상투)를 금하는 폐도참발령(廢刀斬髮)을 실시하였다. 그런데 일본은 무사(武士)의 대도(帶刀)는 엄금했지만 마계를 자르는 참발(斬髮)은 국민들의 자유의사에 맡겼던 것이다. 그리고 선전하기를 마계의 불결함과 시대에 맞지않는 비문명인의 표시라고 하면서 단발을 장려하였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호응을 얻기위해 “단발한 머리를 두드려 보면 문명 개화의 소리가 난다”라고 선전, 국민이 자발적으로 단발을 하도록 민심을 유도했다.

김홍집 내각도 처음 단발령을 공포할때 (1896년 1월 1일)국왕, 대원군, 관리, 병사는 단발을 하고, 국민은 자유로 하게 하는 것을 내정하였다.”라고 발표했다는 것이다.(일본신문 1895년 12월 26일자 참조).
그런데 국왕폐하께서 단발하셨다고하여 신하된 충성심에서였는지, 아니면 무엇에 쫓기여서인지, 정부는 관리와 병사를 요소 요소에 내세워 오가는 사람을 붙잡아 가위로 상투를 자르니 “이런 망측한 일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분개하였다. 어떤 사람은 머리를 자르고 집에 들어갔더니 아내가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며 남편이 아니라고 하면서 나가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또 어떤 부인은 머리를 깎고 들어온 남편을 보고 까까중과는 같이 살 수 없다고 하면서 이혼했다는 말도 있었다. 어떤 양반은 상투를 길에서 잘리고 모양이 하도 우습고 또 창피하여 분해서 자살했다는 이도 있었다.

조선의 미풍양속(美風良俗)은 일본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리고 오랜역사를 가진 문화풍속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단발령의 강제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높았고, 유생들은 내 목을 자를지언정 내 머리털을 자를 수는 없다고 항거했다. 사람들은 김홍집내각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신과정에 있어서 단발은 문명인의 표시라고는 하지만, 이천년의 전통을 가진 상투의 풍습을 하루아침에 개선하려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명성황후의 시해로 민심이 흉흉한 때에 청천벼락과 같이 단발령을 강행하니 나라가 조용할 수가 없었다. 1896년 정월 춘천지방에서 명성황후의 시해와 단발령의 강행에 항의하는 의병의 반란이 일어났다. 이에 버금하여 경기도 이천, 여주, 충청도의 청주, 홍주, 강원도의 강릉, 경상도의 산청, 문경, 전라도의 장성등지에서 유생들의 주도로 일본세력의 주축과 김홍집내각의 타도를 외치는 무장 궐기가 일어났다.

전국각지에서 일어났던 의병의 반란은 그들이 가진 무기가 부실하고, 또 단결력이 부족하여 큰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곧 진압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로인하여 나라의 기강은 완전히 무너져 국정은 그 방향을 잃고 만다. 거기에 대하여 이제는 청나라를 대신하여 러.일 양대세력이 조선의 보호권을 가지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실로 위험한 상황이 전개된다.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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