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對話) 의 묘 (妙) 3
보스톤코리아  2012-10-10, 14:49:40 
지난 두 주일 동안은, "말하기 보다는 듣기를 더 하자 그리고 험담과 자랑은 그만두고 칭찬을 하자" 로 시간을 보냈는데, 오늘은 대화의 화제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화제가 너무 자주 바뀔 때도 있고 화제가 궁할 때도 있다. 화제가 너무 자주 바뀐다는 것은 모두가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한 화제가 끝나기 전에 가로 채인다는 것이다. 골치가 아프고 정신이 없어져서 헤어지고 나서 무슨 이야기를 교환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반면에 모인 분들이 서먹서먹한 사이라면 화제가 궁하기 쉽다.

화제가 궁할 경우를 대비해서 특히 주인은 미리 화제를 여러개 생각해 놓아야겠다. 모두에게 흥미있는 공동의 화제가 좋다. 그 화제를 잘 알고 흥미로워하는 분에게 질문을 하여 말문이 열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영우 교수에 의하면 제일 쉬운 화제는 본인들 자신에 관한 것이다. 북한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수많은 동포들이 받고 있는 고통 보다는 당장 내 치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의 사생활을 파고 들어서는 안 되겠다. 한국에서는 요즈음 자식에 관해서 "결혼 했어요?" 와 "직장 구했어요?" 와 "애 가졌어요?" 라는 질문은 피해야 한다고 농담을 주고 받는다. 특별히 피해야 할 화제는 정치, 종교, 돈에 관한 것이다. 다 알고 있다. 그래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선거때 "누구 찍을 거예요?" 라든가 직업을 논하다가 "얼마나 버세요?" 하면 난처해질 수 밖에 없다. 천주교 신자한테 "마리아는 왜 믿어요?" 하는 것은 도화선에 불 붙이는 격이 된다. 대화가 논쟁이 되고 열을 올리다 보면 감정이 격해진다.
반면에 재미나는 이야기를 해서 듣는 분들이 즐거워 웃게 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유머와 위트는 대화의 깨소금이다. 아이크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다가 발을 잘못 딛고 조금 쓸어졌다. 이를 보고 청중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크 대통령은 마이크를 다시 잡고서, "여러분이 즐거우시다면 다시 한번 더 쓰러질 용의가 있습니다." 이것이 아이크 대통령의 위트요 이런 이야기가 유머인 것이다. 한국 해학 연구소에서 나온 책에 이런 농담이 많이 실려 있다.

같은 책에 이런 것도 있다. 오래 전에 프랑스에서 예언자라고 자칭하면서 나쁜 짓을 하고 다니던 사기꾼이 붙잡혀 왔다. 루이 XI 세가 사형 선고 내리기 전에 질문을 했다. "네가 예언자라지. 그래, 네가 언제 죽을지 예언 한번 해 보아라." 사기꾼 왈, "저는 대왕님 돌아 가시기 사흘 전에 죽습니다." 루이 XI 세는 그 말을 듣고 사기꾼을 놓아 주었다. 이 정도의 농담이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서먹서먹한 사이가 변하여 온화한 분위기가 된다.
캐스카트와 클라인 (Cathcart and Klein) 의 책에도 농담이 많이 있다. 골프 친구 넷 중에 한 명이 죽었다. 저승 길에 쓰라고 100불씩 관에 넣어 주기로 했다. 두 친구가 차례로 관 속에 100불씩 넣었다. 마지막 친구 차례가 왔다. 그는 관 속에 들어가 있는 200불을 자기 주머니에 넣은 다음 수표를 꺼내어 300불이라고 쓰고 관 속에 넣었다. 이 정도의 농담이면 폭소가 안 나올 수 없다. 긴장감이 풀어지고 친근감이 돈다.

재미나는 이야깃 거리는 주위에서 많이 찾아 낼 수 있다. 본인 주위에도 많다. 나가사키 가즈노리에 의하면 자신의 실패담은 상대방의 우월감을 올려 주기까지 하기 때문에 효과가 많다고 한다. 옛날 학교 다닐 때 연애를 잘해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친구들을 살펴 보면, 니체가 이렇고 베토벤이 저렇고 하던 축이 아니고, 자신의 실패담, 어수룩한 점, 무식 등등을 솔직히 터 놓던 축이었다.

상대방의 약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건드려서는 안된다. 우리는 중학교에서 물리 시간에 뉴턴의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배웠다. 한 물체가 딴 물체에 힘을 가하면 딴 물체는 받은 힘 만큼 돌려 준다. 이 법칙은 신기하게도 우리의 감정에도, 그래서 말씨에도 잘 적용이 된다. 좋은 말이 가면 좋은 말이 돌아 오고 나쁜 말이 가면 나쁜 말이 돌아 오며, 가는 말이 심할 수록 오는 말도 심해 진다.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도 그것을 꼬집어 내어 마음을 상하게 해 줄 필요가 없다. 우리는 영어를 잘못 발음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쌔먼 (salmon), 쏘드휘시 (swordfish), 플러머 (plumber), 그래닡 (granite), 커네디컽 (Connecticut) 이라고 발음해야 되는데, 알파벳 하나 하나를 모두 발음하려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발음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고쳐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상대방을 위해서도 하고 싶지만, "나는 올바로 알고 있다" 는 것을 알려 주고 싶은 면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가 무안하게 생각할 것 같은 경우에는 고쳐주지 않는 편이 좋다.

예를 하나 더 든다. 친한 친구 A와 B가 어느 파티에 갔다. 어느 분이 이야기 도중에 "쉐익스피어에 ...." 라고 잘못 인용을 했다. 그러자 A가 "그 문장은 밀튼의 말이지요." 하고 나서, B에게 "그렇지 않아?" 하고 동의를 구했다. B는 "쉐익스피어가 맞어" 라고 대답했다.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A가 "너는 영문학 했으면서 그것도 모르냐?" 하고 투덜거렸다. B 말이 "그 사람이 틀린 걸 내가 왜 모르겠냐. 초면인 분한테 우리가 무안을 주면 무슨 이익이 있어." (4편이 계속됩니다)


장 용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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