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으라 하시매
보스톤코리아  2012-10-15, 12:39:58 
우리는 항상 부족하고 실수를 범하며, 변명에 능숙하다. 그래도 우리는 세상의 빛이 되고자 고민하고 혹은 노력한다. 빛이 있어 밝음이 있듯, 내가 있음으로 해서 다른 사람이 더 빛난다면 이는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햇빛에 의해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듯,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주고 더불어 살아감은 그 무엇보다 값어치 있는 삶일 것이다. 창세기 1장에 보면,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라는 말이 있다. 이번 컬럼에선 사진에 있어서의 빛에 대해 얘기해 보자.

일반 사람들은 사진작가들처럼 빛의 소중함과 그 묘미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사진은 빛이 없으면 원천적으로 성립이 안되는 예술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비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자연의 빛인 태양, 달, 별과 같은 것들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조명이나 촛불, 모닥불 등이 있다. 태양광선이 없었다면 사진이라는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당연히 생물 자체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광인 태양이다. 태양광을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라서 표현하고자 하는 결과물이 달라진다. 사진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선 인조광보다는 자연광에 집중하여 훈련하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찍은 사진들을 잘 감상해보면, 피사체를 찍은 것이라기 보다는 빛을 찍은 경우가 많다. 우리가 카메라를 사면 너무 지나치게 카메라 자체에만 관심을 주고, 사진에 있어서 중요한 빛은 안중에 없다. 카메라는 똑똑한 기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계보다는 빛을 먼저 느껴보아야 하지 않을까? 빛을 느끼지 못하면 카메라의 브랜드가 달라져도 똑 같은 결과물만 가져다 줄 뿐이다.

빛은 어느 곳에나 있다. 방향성을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고, 프레임 전체에 빛이 골고루 퍼져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대개의 경우 프레이밍을 할 때, 빛이 프레임에 어느 정도 포함되는 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빛의 종류에 따라 프레이밍이 달라지게 되는데, 이 역시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자유롭게 표현이 가능해진다.

찰나의 순간, 다른 표현 수단에서는 찾기 힘든 사진만의 묘미이다. 찰나의 순간 역시 빛을 이해하고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카메라의 역사이기도 하다. 최초의 카메라는 한 장의 사진을 위한 노출시간이 몇 시간씩 걸렸었다. 요즘처럼 기계가 좋아진 상황에서 우리는 좀 더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과 상황에 따른 빛의 움직임을 관찰해 볼 필요가 충분히 있다. 빛을 충분히 활용하면, 자신의 카메라 마저 달라 보일지도 모른다.

아마 많은 분야들 중에 인물 사진 만큼 빛이 중요한 사진도 드물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변하는 빛은 인물 사진의 또 다른 재미이다. 밤에도 대낮 처럼 표현할 수 있는 조명 장치도 좋지만, 낮에 충분한 자연의 빛을 느끼며 그 변화를 관찰하고 느끼는 것이 가장 좋겠다. 인물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역광의 로망을 빼놓을 수 없는데, 노출 보정을 적절히 하면서 촬영해 보거나, 보조 반사판을 활용하여 암부를 보여주면 더욱 다양한 결과물이 나온다.

사진의 프레임 중에 70%이상이 중간톤 이상의 노출을 가지는 사진을 보통 하이키 사진이라고 하는데, 많은 빛이 포함된 사진이고 그 빛과 촬영자의 의도에 따라 노출이 결정된다. 역광 촬영시 하이키 스타일의 사진이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일정부분 디테일을 포기하더라도 컨셉에 따라 분위기를 잡아주는 방향으로 시도하면 좋겠다.

빛이 직접 피사체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투과가 되거나 반사 그리고 흡수되는 등 다양한 상황이 생기곤 한다. 이를 연습하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리창을 활용하는 것이다. 유리창은 강한 빛을 한번 걸러준다. 그저 투명한 유리가 얼마나 큰 효과를 줄지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은 역시 찍어 보면 느끼게 된다. 유리창으로 한번 걸러진 빛은 실내 전체에 부드러운 빛을 전해준다. 실내에선 먼저 유리창 근처의 자리를 찾아 촬영해 보길 추천한다.

사진에 이야기를 담으려 하기 이전에, 빛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빛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빛 그 자체가 이야기이기도 하고 빛을 이용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수없이 많은 빛과 마주치고 그 빛을 담아 보면, 우리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쉽게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사진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된다. 사진의 매력은 빛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어떤 빛은 우리가 느끼지 않으면, 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해 보자,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다.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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