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회 홍하상의 일본상인 탐구
보스톤코리아  2012-12-17, 14:48:57 
오늘날 일본 전국에는 수백 개의 부채가게가 여전히 성업 중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부채가게를 꼽으라면 서기 791년에 창업하여 1200년 역사를 가진 교토의 마이센도(舞扇堂)일 것입니다. 마이센도 역시 부채를 기능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벌써 망했어야 됩니다. 즉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서 결국 작년 말에 도산했는데,부채 역시 에어콘이 나오면서 망했어야하는 산업입니다.그런데 망하기는 커녕 여전히 장사가 잘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마이센도는 ‘신감각의 부채를 늘 ’발신(發信)‘하는 곳’이라고 스스로를 평합니다. 즉 부채산업은 기능적으로만 가면 망하니까, 예술로서 가야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회사의 이념도 감성창조입니다. 감성창조는 실용적이면서도 선물했을 때 받는 사람이 만족스러워야 한다는 것이죠.

선물받는 사람의 만족이 무엇입니까? 거기에 그려진 그림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입니다.즉 부채의 기능에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예술성에 감동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아이디어와 디자인이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미니쥘부채인데요. 펼쳤을 때 폭은 20센티 즉 딱 한뼘이며, 상하는 10센티 반뼘으로 여성들의 핸드백 속에도 충분히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부채로서의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부채로서의 효과는 분명히 있죠. 그러면서도 최첨단 분위기의 디자인을 그려넣어 부채가 아니라 마치 악세사리처럼 꺼내서 펼쳐들었을 때 깜찍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죠.10,20대 여성들에게 아이디어로 승부한 것이죠.

마이센도가 판매하고 있는 부채 ‘회선’의 경우 부챗살이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있으며 그 위에 소나무 혹은 대나무, 벚꽃, 봉황, 단풍 등을 그려 넣는데 개당 가격은 최하 9만4500엔부터 15만7500엔 정도이니 최하13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가 됩니다.

또 종이부채의 경우도 부채에 각종 금 · 은박으로 그림을 그려 넣고 나름대로 풍류, 백죽 등 이름을 붙여 판매 하는데 이 역시 개당 3천엔에서 1만엔 정도를 호가합니다. 부채는 여성용과 남성용이 다르죠. 여성용 부채의 경우 그림이 곱고 화사하며 남성용 부채의 경우 그림이 장중하고 무겁습니다. 이 부채 역시 가격이 개당 3천엔에서 3만엔 사이죠. 마이센도는 그 부채를 교토 내에 8개의 지점과 전국의 유명 백화점에서도 판매하고 있죠. 몇 년전부터 마이센도는 교토 기온지점에서 부채만들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신청자에 한해 90분코스로 부채를 직접 만들수있도록해주죠. 물론 2100엔 정도의 돈을 받지만, 점차 잊혀져가는 부채문화를 살리고, 그 아름다움을 직접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또 호텔 등에 단체로 여행온 관광객이나 수학여행 온 중고교생들을 위해서 숙소인 호텔이나 여관까지 강사가 부채재료를 가지고 찾아가 가르치기도 합니다. 상당히 적극적인 마켓팅이죠.

<고객님이 만족하시는 그 순간이 우리에게 최고의 순간이다> 즉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디자인을 다듬고 다듬겠다는 말입니다.

마이센도의 가훈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마음이 먼저>

우리가 아무리 부채를 잘 만들었다고 해도 고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소용없다는 얘기죠. 마이센도는 그렇게 1200년간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그들이 자신들만의 고집으로 시대의 요구와 동떨어진 제품을 만들었다면 아마 그들은 1200년을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시대와 고객의 니즈에 맞춰준다는 개념의 진화, 그리고 거기에 자신들만의 기술을 더하는 정신이 있었기에 그들은 지금까지 일본 최고의 부채가게로 살아남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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