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 자 / 기 / 고 : 행복 전도사가 우리에게 준 것-1
보스톤코리아  2013-01-14, 13:28:20 
2007년 9월 22일 프랑스의 사상가 앙드레 고르는 거의 60년을 살아온 아내 도린과 동반자살했다. 사르트르로부터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고 평가받았던 고르는 1975년 “생태론과 정치”라는 글에서 생태주의 시각으로 기존의 자본주의를 비판한 신좌파 계열의 사상가였다. 생태주의라는 단어조차 낯선 시대에 그는 기존 좌파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비판 영역을 개척해 나간 선구자였다.

하지만 아내가 불치병에 걸린 후 20년 이상 아내의 간호에 전념했다. 2006년, 라는 책을 통해 아내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리고 다음해 둘은 동반 자살했다. 그는 유작이 되어 버린 이 책에서 “우리는 둘 다 ,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라고 썼다.

그는 수술하다 되레 치명적 병을 얻는 기술의 과잉 속에서 인간적 결핍이 나오듯이 이론의 과잉 속에서 인간적 결핍이 나오지 않도록 늘 유의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은 그의 인간적 결핍을 메워 주는 것이었고 프랑스 발음이 비슷하듯이 사랑(ㅣ’amour)의 완성으로 죽음(la mort)을 선택했다.

행복 전도사가 우리에게 준 것은?
한국에선 행복 전도사로 알려진 최윤희 씨가 남편과 함께 동반 자살했다. 그녀도 불치병으로 고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파해 왔던 그녀의 죽음은 논쟁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세상에는 더 큰 고통으로 아파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그녀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그녀 역시 인간이었으므로 많이 외로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갈수록 노인 문제가 심각해지는 현실 속에서 더 이상 추해지기를 두려워한 부부의 선택을 아름답게 존중하는 의견들도 있다. 그녀의 육신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그녀의 극단적 선택에는 가벼운 행복을 추구해왔던 모든 사람들이 덧입힌 부담이 큰 몫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80년대 한국에서 칼라 TV 시대와 더불어 시작한 아침 방송의 확대는 남편과 자녀들을 준비시키느라 한 차례 전쟁을 치른 주부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였다. 갑자기 늘어난 방송시간을 채워야 하는 방송사측에 의해 80년대 이후 많은 대중 강연가들이 나타났다. 피곤에 지친 전업 주부들의 눈높이를 고려하다 보니 내용보다는 흥미, 이론보다는 감성적 접근, 장황한 설명보다는 몇 가지로 요약된 삶의 지혜들이 시청자들을 유혹했다.
때마침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과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사람들은 몇 가지 요점만 이해하면 모든 인생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자기 계발서에 심취했다. TV는 이러한 풍조를 유행시켰다.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며 베란다에 빨래를 널며 오며 가며 들어도 부담 없는 내용을 전할 수 있는 강연가들이 TV를메웠다.

자녀교육과 자기 개발에서부터 주식 투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제들을 다루는 대중 강연가들이 명멸해 갔다. 최윤희 씨도 그 어느 부분에 자리 잡은 분이었다. 바로 이것이 문제였다. 다른 주제의 강연들과 마찬가지로 그분이 전한 행복론은 하나도 틀린 말이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내용들이 우리에게 즐거움은 되었지만 피가 되고 살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스낵과 같은 이야기들이었고 그것은 그들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다만 대중(정확하게 말해서 방송사)은 그것에 열광했고 본인은 아픔을 잠시나마 해결해주는 진통제 같은 이야기를 만병통치약처럼 들어 주는 대중들 앞에서 많이 어려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진통제에 익숙해져 있던 그녀는 큰 아픔 앞에서 더 이상 약효를 보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윤광현 Andover,MA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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