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월백 (梨花月白)
보스톤코리아  2013-04-08, 13:26:25 
봄맞이 채비는 하셨는지? 봄의 시작인데, 봄을 즐기시는지?
보스톤에도 봄이 오기는 오는 모양이다. 녹지 못한 잔설위에 어린 꽃망울이 추워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달력으로는 이미 봄이 한창이라야 하는데 보스톤의 봄은 마냥 더디다. 봄의 선발대는 벚꽃망울만 쳐다보고 있다만, 장담하거니와 곧 떼봄이 닥칠 것이다. 하긴, 꽃소식과 함께 햇살이 한창이니 눈부실 지경이다. 지난겨울이 유난히 혹독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춥지 않은 겨울이 없듯, 따뜻하고 눈부시지 않은 봄은 없다.
봄날은 늙은 자와 젊은자를 구별없이 축복한다. 그러니 곧 피어날 꽃을 보고 나 또한 자지러 질 것이다. 섬진강에서 꽃소식이 왔다했고 매화가 한창이라 했다. 섬진강은 지리산을 휘감아 돌며 흐른다. 섬진강가에 산다는 시인의 시詩가 읽혔다. 가슴이 저려 목이 차라리 메인다.

“그대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읽으면서 ‘아아 젠장’ 그냥 입안에서 튀어 나왔다. 그리고 콧등이 시큰해짐에 누가 볼세라 눈도 껌뻑이지 않았다. 눈을 껌벅이면 눈물이 나올까 경황중에 걱정했던 거다. 마지막 절에서 그냥 읽기 괴로웠고 읽으면서 가슴먹먹해 오는걸 눌렀다. 짠하게 눈물겨웠기 때문이다. 누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한다만, ‘오죽 했으면’ 이라 한마디 뒤튼다.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제발 …… 오지 마시라.”

‘이화에 월백하고’ 시조를 생각해 냈다. 이태백을 자연스럽게 떠울렸다. 당연히 시조의 저자는 태백이라 지레 짐작했던 거다. 틀린 내 기억에 저자 이조년에 죄송하다. 하물며 매화를 손으로 짚어 줘야 그게 매화인가 하는 무감각이랴. 부끄럽다. 매화와 도화와 행화와 이화梨花와 다른 이화李花를 제대로 구분할 수 없으니 그저 그게 벚꽃이겠거니 한다는 말이다. 복숭아꽃, 살구꽃, 자두꽃에 배꽃을 구별할 수 없다는 말인데, 그중에 진달래는 구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장미를 보고 매화라 하지는 않는다. 참, 이화梨花는 이화라 해야 어울린다. 내게는 배꽃보다 이화라는 말이 정겹다는 말이다. 다른 오얏나무꽃 이화 (李花)는 조선시대 왕실문양이었다 했다. 헌데, 오얏이 자두라고? 참, 한국영화 ‘겨울여자’의 주인공 이름이 이화伊花였다.

어느 시인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했던가. 보스톤에서 꽃과 사람을 기다린다. 그리고 시詩를 읽는다. 이 봄에 시詩를 읽지 않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 봄에 꽃을 기다리지 않는다면 무엇을 기다릴 것인가.



김화옥 보스톤 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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