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부모를 위한 특별한 학회
보스톤코리아  2013-04-15, 17:36:34 
삼월 둘째 주 토요일. 보스톤의 삼월은 올해도 봄 기운을 느낄 수가 없다.

어제는 폭설까지 내려 오늘 학회에 갈 수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아침부터 따뜻한 해가 나서 눈이 많이 녹았다.
나는 이 학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학회가 열리는 곳은 보스톤 항구에 위치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 학회장에 들어 오니, 천정이 높은 기품 있는 홀에, 입구에서부터 화사한 꽃 장식이 긴 겨울을 잊게 한다. 매년 팔백 여명이 참가한다는 특별한 부모들의 학회. 올해는 천명이나 등록을 해서인지 그 열기가 더 느껴진다.

주말이라 아침 9시에 맞춰 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내가 이 학회를 좋아하는 이유가 많은데, 그 중의 하나가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운영하는 씨 포트 호텔의 주방에서 가져오는 맛있는 아침과 점심이다. 아침으로 갓 구운 머핀과 향기 좋은 커피를 먹을 수 있고, 점심으로 나오는 샌드위치와 샐러드도 괜찮지만, 후식인 브라우니와 쿠키는 정말 일품이다. 멋진 장소와 음식 때문인지, 나는 이 학회에 올 때마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여행이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학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장애아를 둔 특별한 부모들과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올해의 학회 제목은 “Visions of Community”. 한국말로 굳이 번역을 하자면, “공동체의 이상적인 미래에 대한 계획”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내가 이 학회에 참석하게 된 것도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나는 이 학회에 세번째이다. 우리 아이는 이제 스물 아홉 살이나 되었는데,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는 이 학회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래서, 학회에서 한번도 만나지 못하는 한국 부모들에게 소개를 하려고 한다.

올해, 이 학회에는 32개의 장애아에 관련된 워크샵이 있었다. 아침 9시부터 5시까지 하는데, 시간 상으로 보통 세 개의 워크샵을 듣게 된다. 어떤 참가자들은 조금씩 맛만 보며 더 많은 워크샵을 돌기도 한다. 이번에 나는, 성인이 된 우리 아들이 앞으로 부모를 떠나 살게 될 집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점을 두고 골랐다.
올해 개설된 워크샵의 제목들을 보면, 자폐증 치료의 구체적인 계획, 그리고 의료보험의 범위, 장애아를 위한 아이패드 사용법, IEP(장애아의 개별적 일년 교육 목표)를 실용적으로 설정하기, 특수교육에 관련된 법의 이해, 장애아의 행동 문제 해결법, 장애아가 해코지 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매사추세츠의 법 등등 이다.

이 학회의 강사들은 교육행정가, 의사, 언어, 물리치료사, 교사, 변호사들인데 대부분이 장애아의 부모, 형제 등 개인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다. 그래서 그 내용도 단순한 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토대로 한 생생한 것이다.

이 학회에 가면 워크샵도 워크샵이지만 그곳에서 같은 경험을 가진 부모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용기와 힘을 얻게 된다.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며 어려움을 극복해 가려는 그들의 마음이 내게도 전염이 된다. 그렇게 함께 하니 백지장뿐 아니라 큰 바위도 들리는 것 같다.

특별한 부모를 위한 특별한 학회는 아무래도 영어로 하는 워크샵이어서 어떤 한국 부모님은 불편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학회에 등록할 때, 통역자가 필요하다고 하면 구해줄 것이다. 이 학회에서는 매년 중국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로 통역을 해주고, 그 언어로 개설된 워크샵도 여러 개 있다. 참가하는 한국인의 수가 많아져서 한국어로 하는 워크샵도 생기길 기대해 본다. 학회에 참가하는데 드는 비용도 필요한 사람에게는 재정적인 지원을 해준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게는 일년에 한번 열리는 이 학회도 도움이 되지만, 학회를 주최하는 Federation for Children with Special Needs 라는 단체에 가입을 하면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단체는 장애아를 가진 어느 부모든 연락을 하면 필요한 정보를 주거나 전문가와 연결을 해 준다.

Federation for Children with Special Needs 의 웹사이트는 www.fcsn.org 전화번호는 800-331-0688 이며, 사무실 주소는 529 Main Street suite 1102, Boston 이다. 이 단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를 원하거나 그것을 한국어로 알고 싶은 분은, 이 글을 쓰는 저에게 sweetpeoni@gmail.com 으로 이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란다.


홍새나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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