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부답 (笑而不答)
보스톤코리아  2013-05-13, 14:37:04 
한자漢字를 자주 앞세워서 죄송하다. 읽고 싶어도 읽을수 없는 세대에게 더욱 미안하다. 보스톤코리아에 ‘人’을 쓰는 신영각 선생님에게 외람되다 해야겠다.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이니 말이다. 하지만, 다시 한자를 넣었다. 치매예방겸 자주 써보려는 거다. 사사로운 취향인데, 쓰지 않으면 잊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헌데, 이제는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알 길이 없다. 신문에서도 한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한자전문가는 아니다. 

미국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빠른 영어가 귀에 제대로 들어 올 리 없다. 들리지 않는 말에 대답할 수 없으므로, 그냥 미소 지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므로 어정쩡한 미소였던 거다. 소이부답笑而不答에 대답없이 그냥 얼굴을 일그렸다는 말이다. 귀는 있을 진대, 들을 귀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마태 11:15)) 별명으로  ‘미스터 스마일’이 된 반갑지 않은 사연이다. 대답하라면 그냥 웃지요. 

시인 신경림은 교양인은 적어도 100편 이상의 시를 외워야 한다고 했다. 백편의 시를 온전히 외울 자신은 없다. 단지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몇 편을 한두줄 씩 기억할 뿐이다. 대신 세상이 좋아져 시집詩集이 없어도 쉽게 찾아 읽을 수있다. 그건 매우 편한 일이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룡)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기억했던 대목은 ‘남으로 창을 내겠소’와 ‘왜 사냐건 웃지요’ 이다. 오히려  ‘왜 사냐건 그냥 웃지요’ 라고 ‘그냥’이란 단어를 집어 넣었다. 다시 한 번 소이부답笑而不答이란 말일 게다. ‘피양성에 해 안 뜬다 해도 나는 모르오’ ‘웃은 죄 밖에’라고 했던 시구도 덩달아 올라온다. 김동환 시인의 '웃은 죄'의 한구절이다. 참으로 정겹고 미소짓게 하는 시구詩句들이다. 김상룡시인이나 김동환시인 모두 웃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마냥 편히 미소짓게 만드는 거다. 

어느 사회학자는 교양인과 인생사는 목적을 연결하기도 했다. ‘교양인은 올바른 삶에 대한 확실한 답을 가지고 있다.’ 고 주장했다는 게다.  물론 당당히 대답할 수 없다고 인생을 살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교양인은 될 수 없을 것인데(?), 시를 백편 외는 것보다 어렵다. 참, 예수믿는 이들은 모두 교양인이다. 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명징한 답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사라가 가로되 하나님이 나로 웃게 하시니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 (창:21:6)
아내는 나이들어 가면서 더욱 아이를 키우는데 버거워 한다. 아내가 그냥 웃었으면 보스톤 봄과는 잘 어울릴 것이다. 남편인 내 어깨가 무겁다.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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