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보스톤코리아  2013-07-08, 14:48:44 
창밖에는 비오고요.  
콧수염 이장희가 노래했던가.  보스톤에도 여름 소나기가 한차례 쓸고 지나갔다. 보스톤 여름 빗줄기는 굵기도 하다. 줄기차다는 말인데, 쉽게 물러설 기색은 없었다.  이른 장마가 시작되는 건지 은근히 걱정했더랬다. 몇년전 물난리를 겪었기 때문이다. 
장마 단도리는 끝내셨는지?

이북의 젊은 지도자 소식은 신문으로 이따금 본다. 그가 주로 어딘가를 방문하는 사진이다. 소위 현장지도라는 거다. 삼대에 걸친 전통인 모양이다. 군부대는 물론이고, 된장 간장공장에, 위락시설과 수퍼마켓에, 유치원에, 심지어 철판구이 집까지 안가는 곳이 없다. 젊은 나이에 아는게 무지 많은 건지 오지랍이 대단히 넓은 건지? 아니면 뚜렷하고 마땅히 할 일이 없는 건지. 하여간 관심사가 다양하기도 하다. 헌데 아무리 북한의 위도가 높다 해도 한여름에 군청색 인민복은 더워 보인다. 

그가 무슨 식품공장에서 실험복을 입고 있었는데, 앞 단추를 채우지 않았다. 그냥 걸쳤다는 말이다. 마치 프로 복서 링위에 올라가면서 입는 가운을 걸친 것과 같다. 그가 뭔가 헷갈리는 모양이다. 실험실 가운은 반드시 단정히 입어야 한다. 실험복은 형사 콜롬보가 입던 바바리 코트가 아니다. 더욱 깃을 세우고 낙엽지는 덕수궁 돌담길 거니는 가을 코트가 아닌게다. 이건 내가 좀 안다. 내가 매일 입어야 하는 작업복이기 때문이다. 

동반하는 간부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항상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다. 작은 수첩에 죽을동 말동 적고 있는거다. 들으면서 적고있는 건지, 아니면 적기만 하는 건지? 아니면 적는 척만 하는 건지. 하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곤란한 질문에 눈을 맞추는 건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다. 열심히 적고 있는양 고개 숙이고, 눈을 맞추지 않는게 상책이라는 말이다. 지도자가 열심을 다해 지도하고 있는걸 강조하려 것일 수 있을게다. 하지만 너무 똑 같다. 뭔가 답답해 보이고 매우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누군가가 말했는데, 한국은 섬나라라고. 하긴 비행기를 타지 않고는 대륙으로 갈 수없다. 자동차나 기차길이 휴전선에서 막혔기 때문이다. 섬나라 신세는 언제 면할 것인가. 진정한 광복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인가.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 그날이 오면)

언제 통일 되어 부산에서 신의주를 거쳐 만주를 지날 수 있을까.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자작나무 숲을 지나칠 것이고, 초가을엔 나무숲이  흔들리는 소리가 바람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영화 닥터 지바고였던가.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자작나무 숲을 본게. 아니면, 너무 깊어 차라리 진한 듯 한 흰눈사이로 나타샤가 나타날 것인가. 백석처럼 말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탈 마음이 생겼는지 참 뜬금없다. 날은 더워 가는데, 초겨울 자작나무에, 백설 덮인 시베리아가 웬 말인가? 이른 더위 먹었나 보다. 

우리집 뒷마당에서 옆집 무궁화가 보인다. 팔월 중순이면 피기 시작 할게다. 미국에서 보는 무궁화도 감격이다.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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