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심신지려(心信之旅) |
| 보스톤코리아 2013-08-05, 13:2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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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소리인지, 아니면 환청인지. 여름 한나절 내리꽂는 햇살이 튕기는 소리인가. 그것도 아니면, 비가 오려는 소리인가. 에어컨 기계음인가. 아니 벌레가 짝을 찾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한여름이고 오후 햇빛이 날카롭다. 여행을 오고 가는 계절이다. 휴가여행은 다녀오셨는지. 심신지려心信之旅. 중국방문중 한국대통령이 내건 슬로건이었단다. 마음과 신뢰를 쌓는 여행이란 뜻이란다. 말이 유려하여, 중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했다. 한韓국민에게도 덩달아 감동이 전염되었던 모양이다. 뜻이 깊어 울림도 크다. = 공항은 떠나고 보내는 곳이다. 공항은 여행자가 비행기로 떠나는 곳이고, 여행자가 비행기로 돌아오는 곳이다. 그런 공항이 내게는 붐벼도 괜스레 쓸쓸하다. 떠나는 섭섭한 심사가 돌아와 즐거운 마음을 눌러 이기기 때문일 게다. 공항 대합실 해지는 저녁이면 더한 황량함에 가슴이 서늘하다. 새벽 찬공기마냥 차갑다는 말이고, 오줌마려운 것처럼 진저리 쳐진다. 유행가 가사마냥 보낸 세월만큼이나 가슴 짠하다. 하긴 떠나면서 시원해 할 사람들도 있을 게다. 사는 일이 그냥 /숨쉬는 일이라는 /이 낡은 생각의 驛舍에/방금 도착했다/평생이 걸렸다 (여행에 대한 짧은 보고서, 이화은) 아주 오래전이다. 아직 셀폰이 나오기 전이다. 집에서 공항까지 두어시간 거리에 누구를 마중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지루한 운전 끝에 비행기에서 내려야 할 사람들을 기다렸다. 행여나, 혹시나 했는데, 와야 할 사람들은 내리지 않았다. 기다리면서 눈이 빠지는 줄 알았는데, 더한 불행은 연락할만한 아무런 방도를 찾을 수 없다는 거였다. 오직 남은 방법은 집으로 돌아가 전화오기만 기다리는 거다. 다시운전해 집으로 돌아왔다.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기에 찬밥에 물을 말아, 훌훌 뜨려 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기다리던 사람이었고, 이제 출발지에서 출발한단다. 도착하려면 두어시간이 걸릴 것이니, 지금 다시 공항을 향해 출발해야 했다. 수저를 놓고 다시 두어시간을 갔다. 그리고 어렵사리 만나긴 만났다. 하지만 다시 두어시간을 운전대만 잡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돌아오니 하루가 다 지나갔으며, 하루종일 길바닥에서 놀았던 셈이다. 쫄쫄 굶으며 말이다. 그때 셀폰이 있었다면 매우 유용했을 것이고, 일이 매우 쉬웠을 텐테. 세월을 탓해야 한다. 공항이 항상 낭만스러운건 아니다. 아내에게서 비행기 냄새가 났다. 여객기 객실에서 나는 특이한 방향제 냄새인 게다. 오랜시간 비행기좌석에 앉아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모든 항공사는 같은 종류 방향제를 쓰는지 그건 알수 없다. 하지만 내게 어느 비행기건 실내에서 나는 냄새는 같다. 내가 비맹鼻盲/후각맹嗅覺盲인지, 여객기 실내로 들어서면 같은 냄새가 훅하고 콧속을 파고 든다는 말이다. 이른 아침에 아내를 맞으러 공항에 갔을 적 일이다. 그 아침 아내를 맞는 공항은 더 이상 쓸쓸하지 않았고, 아내는 피곤해 했다만 나야 내심 무지 반가웠다. 방향제 냄새를 품고 아내가 돌아왔다. 아내는 가방하나 달랑 들고 돌아왔다. 아내가 다녀온 여행이야 심신지려心信之旅와는 거리가 있었을 게다. ‘여행을 위하여 배낭이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 마태 10:10 아시아나 항공 사고에서 중국여학생 셋이 유명幽冥을 달리 했단다. 명복을 빈다.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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