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不讓水(해불양수)
보스톤코리아  2006-05-29, 01:39:59 
한 2년쯤 되었을까. 오랜만에 어릴 적 담임선생님을 만나 뵈었다. 일년에 한 번 정도는 전화를 드리긴 했어도 얼굴을 뵙지는 못했었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한국방문의 바쁜 일정으로 찾아 뵙지 못하고 돌아오곤 했었다. 살아가는 삶 가운데 늘 마음에서 큰 힘이 되어 주시던 선생님을 뵈었던 기억은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었다. 선생님과 이런 저런 삶의 얘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씀을 들려주신다. 한 고사성어를, "海不讓水(해불양수)바다는 물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말이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 모두는 관계 속에 얽혀 살기 마련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헤어짐도 이 관계에서의 일이기 때문이다. 만남에 있어서도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만남이 이루어진다. 나와 닮은꼴의 사람을 찾으며 무엇인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다. 찾았다 싶어 지내다 보면 또한 얼마나 나와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되는지 정말 아찔한 경험도 하게된다. 그것이 나와 다른 것인데도, 무엇인가 상대방이 틀렸다는 느낌을 벗어 던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러야 했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좁은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기까지는 말이다.
바다, 그 바다는 언제나 어머니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온화하고 따뜻한 기다림의 고향 같은 느낌으로 있다. 밖에서 보이는 바다는 때로는 성난 파도를 만들기도 하지만, 저 깊은 바다 속은 언제나 평화로움이 흐른다. 그렇다, 바다는 사방에서 흘러오는 물들을 거부하지 않고 모두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어떤 물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 섞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사랑임을 깨달으며 바다의 신비이고, 놀라움이고, 경이로 다가오는 것이다. 품어주는 사랑, 거부하지 않는 사랑, 다른 것을 포용하는 너그러움인 것이다. 놀라움이었다, 나의 선생님이 들려 주셨던 짧은 고사성어의 귀한 글귀가 내 삶 속에서 커다란 물로 바다를 향해 매일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내게 베풀어주는 바다의 그 사랑에, 마음의 깨달음을 주는 자연의 고귀한 이치 앞에 그만 조용한 숨을 쉬는 것이다.
늘 베풀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이 있다면, 굳이 다른 사람의 것을 탓할 일이 있을까.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하여 늘 안달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바다는 저렇듯 유유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데,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보여지는 바다는 늘 다른 모습으로 남는 것은 아닐까 싶다. 바다에게서 너그러움의 여유를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와 다른 것들을 거부하지 않는 너그러움을 말이다.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여유를 배우고 싶어졌다. 사람 사이의 관계든, 서로 다른 모습의 문화이든, 종교이든 존중해 줄 수 있는 여유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푸른 바다와 모래밭에서 제 각각의 높이로 물결치는 파도가 보일 것이다. 제 각각의 파도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높고 낮음이 있다. 그러한 파도의 본성은 무엇일까? 파도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그것은 '물'이다 물'은 파도의 본성이다. 물에는 시작과 끝도 없고, 높고 낮음도 없다. 물의 본성을 지닌 파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눈의 착각일 뿐, 파도는 시작과 끝이나 높고 낮음, 그 모든 조건으로부터 자유롭다." 바로 바다와 물의 귀함이 여기에 있는 것이리라. 내 눈의 착각으로 나와 다른 것을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란 생각이다. 늘 '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밖을 바라보지 못해서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어서 불안한 것이리라. 다른 것에 탓만 늘려가며 살아가는 일 말이다. 그것이 사람 관계이든, 문화이든, 종교이든 남의 탓으로만 여기기에 그 속에 나의 어리석음이 가득한 것이리라.
자유롭다는 것은 바로 내가 내 모습으로 바로 설 수 있을 때, 자신에게 충실할 때만이 가능하리란 생각이다. 거기에는 여유가, 너그러움이, 포용이, 이해가 있기에 사랑이 흐르는 것일 게다. 바다의 여유로움처럼 그 어떤 물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여유가...

skyboston@hanmail.net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 전통춤 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작성자
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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