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보스톤코리아  2013-11-25, 12:26:38 
선배가 말해 줬다. 한국전철에서 아이가 벌떡 일어섰단다. 힘 넣어 다시 주저앉히고 싶었다 했다.  선배에게 자리를 양보하려는 듯 했기 때문이었단다. 그나마 ‘여기 앉으십시오’  말하지 않은게 고맙기만 하더란다. 주위 사람들에게, ‘난 아직 노인이 아녜요’ 라고 말하고픈 마음도 눌렀다 했다. 자리를 양보한건 고마운데, 자리에 앉기에 민망했다고 덧붙였다. 

헌데 자리를 양보(?)한 아이는 다음역에서 내렸단다. 내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거였다. 선배도 얼른 그 자리를 피했고, 다음 역에서 아이와 같이 내렸단다.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기 때문이었고, 찬바람을 맞고 싶었단다. 선배가 말을 덧붙였다. ‘다음부터는 노약자 지정석 근처에서 어정인다. 거기선 여전히 젊어도 한창 젊을 수 있거든.’ 유머책에 나오는게 현실이 되었다. 육십은 아직 젊다. 자리를 양보 받기에 한참 젊다는 말이다. 

오겠지.  오고 말거야. 그럼 그럼, 오실줄 알았는데. 하지만 막상 문지방을 넘어 서는 걸 보니, 아뜩해 지는 건 무슨 까닭인지. 육십이 올줄은 알았는데, 막상 오고나니 막막한건 웬 심사인가. 

아주 낳선/처음 찾아온 손님같이/육순이 문지방을 넘어 섭니다.
어쩐다/허나 얼른 마음 고쳐 먹고/중얼 거리듯 말합니다.
‘어서 오시게나/오실줄 알았네.’ (육순의 문턱에서, 문종수)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목청껏 불렀던 초등학교 오학년 말에, 내가 졸업하는 것도 아닌데, 왜그리 콧등이 시큰했던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빛나는 졸업장은 학교를 졸업하면서 받는다. 졸업장을 받고 졸업한 학교를 모교라 부른다. 어머니 학교다. 키워준 학교라는 말이다. 보스톤한인교회는 많은 이들의 모교회이기도 하다. ‘어머니교회’인 게다. 헌데, 졸업장이 ‘빛이 난다’고 했다. 빛날 화華이다. 사족인데, 내 아버지도 내게 화華자를 내이름에 넣어 주셨다. 

중국은 누가 뭐라하든 화華자를 쓴다. 중화中華다. 일본사람들은 화和다. 예전에 일본음식을 화식和食이라고도 했다. 그럼 한국은 불화火라 해야 할까? 아니면 꽃화花라 해야 할 겐가? 꽃화花가 참 예쁘다. 그러고 보니, 환갑을 회갑이라 한다지만, 화갑華甲이라고도 한다. 게다가 화갑花甲이라고도 한다니, 우연치고는 대단하다.  그렇다고 일본에선 화갑和甲이라 한다는 소리는 못들었다. 

보스톤 한인교회가 화갑華甲/花甲을 맞았다. 육순이라는 말이다.  어머니가 화갑이면, 자식들은 대충 삼십대 중초반일게다. 한창 나이일 것이고, 한창 일할 나이다. 청장년 중간쯔음이라 해야 할까. 아내든지 남편을 만났을 테고, 아이가 한둘은 있을 나이인 게다. 어머니 화갑상 차리는 것이야 이제는 하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나가서 밥은 한끼 먹을 수도 있다. 인생은 육십부터라 했던가. 이삭은 예서와 야곱을 육십에 보았다. 화갑은 아직 한창 때이다. 

공자는 육십을 이순耳順이라고도 했다. 귀가 순해 진다는 말이다. 들어도 그만 안들어도 그만으로 해석되는 건 아니다. 고집불통이 된다는 말도 아니다. 오히려 언짢은 말이라도 어렵지 않게 받아 들인다 내나름 해석한다.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말일 게다. 육십엔 얽매이지 않아 훨씬 자유롭고, 꽃보다 아름다울 거라 우긴다. 
어머니교회 화갑을 축하합니다.  꽃보다 할배/할매.
‘리브가가 이 쌍둥이를 낳았을 때에, 이삭의 나이는 예순 살이었다.’ (창 25:2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선 아니면 악 2013.11.25
백영주의 부동산 따라잡기
이민법 UPDATES : 무비자 입국자의 영주권 신청 2013.11.25
성기주 변호사의 법 칼럼
꽃보다 할배 2013.11.25
선배가 말해 줬다. 한국전철에서 아이가 벌떡 일어섰단다. 힘 넣어 다시 주저앉히고 싶었다 했다.  선배에게 자리를 양보하려는 듯 했기 때문이었단다. 그나..
SAT 수학의 함정 (1) 2013.11.25
미국 유학 성공 가이드
세인트 폴스 스쿨(St. Paul's School: SPS) 2 2013.11.25
정준기 원장 교육 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