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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434 회
보스톤코리아  2014-02-10, 11:52:46   
"만남은 시절 인연이 와야 이루어진다고 선가에서는 말한다. 그 이전에 만날 수 있는 씨앗이나 요인은 다 갖추어져 있었지만 시절이 맞지 않으면 만나지 못한다. 만날 수 있는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가 시절 인연이 와서 비로서 만나게 된다는것이다. 만남이란 일종의 자기 분신을 만나는 것이다. 종교적인 생각이나 빛깔을 넘어서 마음과 마음이 접촉될 때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우주 자체가 하나의 마음이다. 마음이 열리면 사람과 세상과의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산에는 꽃이 피네》(법정) 중에서 -

옛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살아오는 인생 여정 중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고 있으며, 또한 얼마나 많은 일들과 인연을 맺고 살아왔는지 잠시 생각에 머문다. 때로는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소홀히 대하며 지냈던 인연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제대로 챙겨줄 사이 없이 오갔던 인연 속에 서로 사랑을 채 나누기도 전에 상처를 주고받으며 떠났던 인연들 말이다. 세상을 살면 살수록 '인연'에 대해 조심스러워지고 더욱 두려움이 생기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싶은 마음에서 일게다.

살면서 느끼는 것은 이제는 쉬이 인연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 그 일이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일까. 때로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이처럼 원하지 않더라도 찾아오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가까운 곳에서 자주 만나더라도 인연이 아니면 마음이 동(動)하지 않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무엇인가 답답해져 오는 만남도 있는 것이다. 삶이라는 것이 어찌 내 마음대로 될까. 요즘은 인연마저도 흐르는 물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흘러가도록 놔두고 싶어졌다. 설령 내 곁을 떠난다더라도 그만큼까지가 나와의 인연이었다고 생각하며.

만남은 시절 인연이 와야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서로의 마음이 통할 수 있어야 그 관계가 오래갈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성향이나 삶의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간에 찾다가 만나게 되는 것이 진정한 인연은 아닐까. 어떤 일에서도 자신이 바라는 목표가 있다면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지 않던가. 그런 것처럼 미리 준비를 한 사람만이 기회가 왔을 때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만남은 서로 추구하는 이상이나 바라는 그 무엇이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는 것이 시절 인연이 아닐까 싶다. 

엊그제는 가까운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가 '부부 인연'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전생이 있다면 부부의 인연은 아마도 빚을 갚을 사람과 빚을 받을 사람의 관계인가 보다고 말이다. 부부라는 인연은 아주 가까우면서도 때로는 너무도 먼 느낌일 때가 있다.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가 어찌 그리도 미운지 모를 그런 사람이기도 하다. 우스운 얘기 같지만 부부 중 어느 한 사람은 늘 대접을 받고 또 어느 한 사람은 대접을 하는 경우를 종종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가 서로 그럼 나는 빚을 받으러 왔을까? 아니면 빚을 갚으러 왔을까? 하고 웃음을 터뜨린 일이 있었다.

만남이란 일종의 자기 분신을 만나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자주 오지 않는 인연이지만 내게도 그런 인연이 한두 번 정도 지났었다. 눈앞에 놓인 거울을 보는 것처럼 처음 만난 그 사람에게서 나와 너무도 닮은 나를 만나며 섬 짓 놀란 경험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만났던 사람처럼 느껴지던 그 순간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이처럼 만남이란 자기 분신을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일이 있다. 한 사람의 겉모습이 아닌 영혼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그 무엇이 울림이 되어 아주 오래도록 공명으로 남아 내 삶 속에 흐르는 일 말이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분신을 만난 만남이 아닐까.

시절 인연이란 우리네 인생 가운데서 그 무엇이든 안달하지 말고 보채지 말고 가만히 때를 기다리라는 얘기일 것이다. 그것은 내 것과 남의 것의 구분이 분명 있으며 그 구분을 알고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일 게다. 남의 것에 섣불리 욕심내지 말고 내 것에 만족할 줄 알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내 욕심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와 아픔과 고통을 줄 때가 얼마나 많던가. 그것이 가족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그 어떤 관계가 되었든 간에 시작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연도 마찬가지로 때를 따라 찾아오기에 그때를 알고 기다리는 지혜와 찾아온 인연을 귀히 맞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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