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화음 보스톤 Chamber Orchestra 의 ‘봄음악회 2014’관람 후기
보스톤코리아  2014-03-31, 13:00:43 
모짜르트의 피가로결혼 서곡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을 들었다. 

세곡 모두 클래식 음악에서 가장 인기좋은 곡들이라 할 수 있겠다. 클래식 음악에 각별한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그 진수를 맛 볼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클래식 음악을 오랜 세월 공연/음반을 통해 많이 들어왔고 특히 피가로와 라흐마니노프는 끔직이도 좋아하는 곡이기에 연주회에 앞서서 약간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이미 연주곡들과 친숙한 관중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훌륭한 오케스트라라고 하더라도 실제 공연을 하는 경우, 스튜디오에서 재녹음 편집을 통해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대가들의 녹음과 경쟁하기가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은 특히 피아니스트에게는 버거운 곡으로 알고 있고, 과거에 라흐마니노프 본인의 녹음을 비롯하여 루빈쉬타인, 클라이번, 리히터, 아쉬케나지, 짐머만 등의 연주가 귀에 생생하기 때문에 연주자나 관객 모두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는 선곡이라고 하겠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라이브로 들어본 지금까지의 경험에는 대체로 아쉬움이 더 많았다고 볼 수도 있다.

피아니스트를 가까이 보고 싶은 욕심에 무대에 아주 가까이서 들었기때문에 blend된 음향을 제대로 판단할 수는 없으나 Granoff Music Center는 Chamber orchestra의 연주에는 적당한 공간에 훌륭한 사운드를 갖춘 곳이었다. 제한된 연습과 소규모임에도 불구하고 피가로 서곡을 날렵하고 자신있게 소화해 가는 연주자들을 보고 곧 오늘 저녁은 아주 즐겁고 보람있는 음악의 경험이 되겠구나 생각이 되었다.

피아니스트(JeeHae Ahn)의 연주는 처음 'poco a poco crescendo'에서 volume을 build해 가는데 그 impact가 조금 약하지 않았나 했는데 곧 그 미련을 씻고, self-confidence 와 완성도 높은 articulation 으로 곡의 아름다움에 온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연주였다. 절제된 body language는 연주자가 작곡자, 관객과 음악 자체를 같이 나누고자하는 배려로 느껴지고, 그래서 마지막 3악장을 마무리하는 그 순간의 모습이 더 드라마틱하고 '멋' 있었다.

마지막으로, 음악회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보게된 덕분에 개인적으로 한가지 새로이 알게된 점이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2악장 - 아다지오의 선율은 모든 클래식 음악을 통틀어 가장 아련하고 감미로운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고, 이는 특히 지바고의 감독으로 더 잘 알려진 데이비드 린 감독이 만든 "Brief Encounter"란 영화를 즐겨 본 분들에게는 감성의 가장 깊은 곳을 아프게 건드리는 파트이기도 하다. 

처음 피아노와 플룻의 묵직한 전주를 따라 클라리넷이 시작하는 이 멜로디는 후반부에 피아노의 클라이매틱한 솔로를 현이 이어 받아 다시 나오는데 Hawum은 그 이름에 걸맞게 세밀하면서도 잘 훈련된 일사분란한 현의 bloom을 잃지않는 연주를 해 주었다. 그리고 이때 비올라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녹음을 듣기만 하다 보면 주로 바이올린의 선율만을 따라가기 쉽게 되는데, 오디오-비쥬얼로 보는 비올라 파트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에서 나오는 중-저음이, 짧은 사탕맛을 주고 마는 후기 로맨틱 작곡가들의 다른 곡을 넘어, 이곡이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게하는 이유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Philadelphia Sound'에 부럽지 않은 소리를 만들어준 박진욱 지휘자님과 단원들에게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한 연주회에서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와 같이 감성적으로 파워풀한 두 곡을 연달아 듣게 되는 것이 관중의 심장박동 management에 무리를 주는 게 아닌지도 싶었다. '비창' 교향곡도 좋았지만, 더 모던하고 이지적인 곡을 라흐마니노프와 대비해서 present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 관객으로서의 감상후기----유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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