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32
보스톤코리아  2014-04-28, 12:26:23 
한명회와 권람의 계략으로 계유정란을 일으켜 정권을 잡은 후 단종을 폐위하고 왕좌에 오른 수양대군(세조, 여기서는 병제와 무제 중심으로만 본다)은 직접 ‘병법대지兵法大旨’ 등의 병서와 병법을  편찬하면서 세종때 공고히 한 변방의 국경을 지키는데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세조때 부터 제대로 갖추어지기 시작한 병제와 무제는 후일 성종대에 이르러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룩할 수 있었던 국리민복은 오래가지 못하고 여러가지 여건과 요인에 의하여 임진왜란이란 미증유의 혼란이 한반도에서 일어났다. 당시 조선의 군사들은 활쏘기 위주의 궁술과 화약 무기 등의 장사정 무기 중심으로 전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당시나 지금이나 궁술에는 우리나라가 최고이다. 하지만 근접전투에서 사용하는 검술이나 창술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었기에 임진왜란 초기에 왜적을 제압하지 못하고 패전한 한 원인으로 보았다. 

그래서 선조임금이 1598년에 한교韓嶠에게 명하여 ‘무예제보’를 편찬하게 하였다. 무예제보는 한교가 명나라 장수 척계광戚繼光50)이 지은 기효신서紀效新書를 참고로 하여 임진왜란때 원병으로 온 명나라 장병들에게 두루 질문하여 지은 무예서이다. 기효신서는 척계광이 자주 출몰하는 왜구들을 소탕하기 위하여 1560년에 지은 무예서이다. 당시 명나라의 병서나 무예서들은 북방의 외적을 방어하기 위한 전술로 되어 있었기에 새로운 병서가 필요로 했다. 무예제보는 곤방, 등패, 낭선, 장창, 당파, 쌍수도 등의 근접전투에 필요한 여섯가지 무기의 운용법을 싣고 있다. 

여기서 다소 생소한 무술 용어에 대하여 간단히 잡고 넘어가 보자. ‘곤방棍棒’은 7척 길이의 창이다. 약 2m 10cm 정도의 창으로 한번 치고 한번 찔러서 상대를 제압하는 병기이다. 척계광에 의하면 이 창을 명나라 남방에서는 ‘곤’이라 하고 북방에서는 ‘백방白棒’이라고 하여 곤방이라 이름지었다. 그리고 이 곤방은 여섯 종류의 가려봉訶藜棒, 구봉鉤棒, 조자방, 낭아봉狼牙棒, 저봉杵棒, 철련협봉鐵鍊夾棒 등이다. ‘등패藤牌’는 등나무로 만든 방패이다. 기효신서에는 명나라에서는 남방 심산에서 나는 성등으로 만들어 사용했으며 북방에서는 등나무가 없기에 버드나무에 가죽을 대어서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등나무에 손잡이는 뽕나무를 사용하였으며 정조시대의 등패의 크기는 직경이 3자7치(약 1m 12cm)로 앉으면 은신하기가 부족하여 중국식으로 더 넓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기록을 볼 때 임진왜란 당시에는 더 큰 방패가 사용된 것으로 보여진다. 무예도보통지에 보면 “등패는 무게가 가볍고 간단하여 비와 습기를 두려워 할 것이 없고 보병에게는 간편하다.” 라고 했으며 또한 모원의茅元儀51)의 말을 빌어 “근세에 조선인이 방패로써 조총을 막는데, 타당한 방법이다.” 라는 기록을 보아 등패는 대단히 정교하고 단단하게 잘 만들어진 방어용 병기였음을 볼 수 있다. 

‘낭선’은 죽장창竹長槍이다. 물론 철낭선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죽낭선을 썼다. 낭선은 길이가 1장5척(약 6.5m) 이다. 곁가지가 반드시 9층이고, 10층이나 11층이면 더욱 오묘하다고 척계광이 말했다. ‘장창長槍’은 말 그대로 긴 창이다. 이 역시 길이가 1장5척이다. 재료는 주목(빽빽한 나무)이 제일 좋고 합목合木으로는 가볍고 작고 연한 것이 그 다음이다. ‘당파’는 창의 일종인데 끝부분이 세갈퀴(Pitchfork)로 되어 있다. 길이는 보통 7척6촌(2m 25cm) 이며 무게는 약 5근(3kg) 이다. ‘쌍수도雙手刀’는 왜구가 중국을 침범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본명은 장도이며 두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쌍수도라도 부른다. 길이가 6척5촌(약2m)의 긴 칼이다. 

척계광의 기효신서에 “지금도 왜구들만이 전용으로 쓰고 있으니 막을 수가 없고, 오직 조총수만이 가히 겸할 수 있다. 적이 멀리 있으면 총을 쏘고, 가까이 있으면 칼을 쓴다.” 라고 기록된 것과 같이 이 쌍수도는 일본의 칼이다. 또한 모원의가 “장도는 왜놈의 체제다. 보병에게는 매우 날카로우나 옛날에는 갖추지 못했다.” 라고 했다. 그리고 무예도보통지에 의하면 정조시대에는 이 검제를 사용하지 않았고 다만 그 이름만 전해 온다고 하였다. 

50) 척계광(1528 – 1588) 기효신서(규장각 소장)를 저술하였으며 용행검이라 불리는 검법의 개조자이다. 자는 남당南塘이며 명나라 후기의 무신이다. 왜구들의 침략을 물리쳐 전공을 세운 이순신을 닮은 명나라의 용장이다. 충무공 이순신과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충무공을 많이 존경하듯 중국인들에게는 숭배의 대상이다. 

51) 모원의는 무비지武備志의 저자이다. 무비지는 중국역대의 병법서 2천여 권을 연구하여 정리한 240권에 이르는 방대한 병서이다. 명나라 숭정제(명16대 황제, 제위 1628 – 1644) 때의 사람이며 생몰년이 미상이다.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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