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된 만남
보스톤코리아  2014-05-05, 11:37:48 
사람이 태어나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만나는 사람은 수 없이 많다. 그 많은 만남 가운데서 어떤 만남은 한번 스쳐 가는듯한 만남이 있고 어떤 만남은 일생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 와서 산지도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으니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숫자도 적지 않다. 그 많은 만남 중에서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추억이 보물처럼 여겨지는 만남도 있다. 나에게도 그런 만남들이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뉴잉글랜드에 와서도 그런 만남을 가질 수 있었으니 하늘이 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아름다운 만남이 며칠 전에 갑자기 중단되었다.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으니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도 있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른다. 자식을 잃은 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와 비슷한 아픔과 슬픔이 몰려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복된 만남을 혼자 조용히 간직하는 것도 좋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내가 만난 분과 같은 만남을 복되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필자가 만남을 복되게 생각하는 분은 지난 토요일 세상을 떠난 섬기는 교회 박석만 장로시다. 어떤 분들은 이분을 “오뚜기” 라고 부른다. 오뚜기처럼 쓰러 졌다가도 다시 툴툴 털고 일어나기 때문이다. “No Problem”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어떤 문제든지 가지고 가서 상의하면 “no problem” 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자주 사용하는 말씀은 “그거 괜찮아요” 이다. 나는 “뉴잉글랜드에서 만난 천사” 라고 부르고 싶다. 지난 40 여 년간 이 지역에 살면서 이 분이 천사라고 느낀 분들이 많을 것이다.

박 장로께서는 한국사람에게만 친절한 것이 아니었다. 국적이나 피부 색깔과 상관없이 누구든지 공장에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에게는 친절하고도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다른 공장에 가서 수리하면 일주일 혹은 이주일이 걸리는데 며칠 만에 수리해주고 가격까지 저렴하니 어느 누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특히 목회자 가족에게는 재료비에 해당되는 금액 정도만 받았다고 하니 이 분의 넉넉함을 누가 따라갈 수 있겠나? 그러다 보니 먼 지역에 사는 분들도 이 분이 운영하는 바디샵을 찾곤 했다.

어디서 이런 섬김의 정신을 배웠을까? 타고날 때부터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했을까? 아니면 나중에 그리스도인이 된 이후에 사는 방식이 달라진 것일까? 아마 두 가지 모두가 그의 삶의 스타일이 바뀌도록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분의 긍정적 사고는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더욱 발전되었을 것이다. 이분의 이런 삶의 태도가 필자가 처음 부임했을 때 많은 격려가 되었다. 박장로께서는 필자를 만날 때마다 부임 후 3년은 시끄러운 법이고 전임 목회자들은 지금에 비하면 훨씬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분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어떤 위협에도 굴복하지 아니하고 당당히 맞섰다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셨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것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80이 넘었으면서도 은퇴하지 않고 일하는 뜨거운 열정은 어디서 오나?  Stroke 으로 쓸어져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일하고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셨던 그 정열은 어디서 왔을까? 직장과 교회 일로 바쁜 중에도 교우들을 일일이 보살피고 다른 주로 이사간 사람까지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박장로는 분명 사랑의 화신이었다. 

오늘 장례를 치르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이 분이 그립다. 이 분이 떠난 빈 자리를 과연 누가 채울 수 있을까?  나처럼 이 분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람들은 이제 어디서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복된 만남을 주신 절대자를 밤이 새도록 찬양하고 싶다. 그리고 나도 이 분을 따라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섬기면서 사랑하며 다른 많은 사람에게 복이 되고 싶다. “나에게 복이 되셨던 박석만 장로님, 그리고 천사 같았던 장로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주 안에서 편히 쉬소서. ”

김용환 목사 
(북부보스톤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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