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다
보스톤코리아  2014-06-23, 11:47:58 
  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말이다.  어려운 일도 끈기있게 하면 된다는 말인즉. 한자어가 쉽지는 않다. 뜻도 매우 어렵다. 우리교회 이영길목사 설교에서 예화로 나온 말이다. 이태백과 얽힌 고사성어라 했다. 달을 보라 했는데 손가락이 먼저 보였다. 설교를 들으면서 쓸데없는 생각에 잠시 잠겼고, 혼자 비식비식 웃었다.  설교자에게 실례했다. 덕택에 이태백의 시 한편을 찾아 읽었다. 절창이다.

침상앞 바라보니/허어연 달빛
서리가 내렸는가/의심하였소

고개들어 산 위에/달을 보다가
고향이 그리워서/머리 숙였소.
(이백,  고요한 밤에)

  일본인에게 도끼를 갈아서 바늘 하나를 만들라 했다면, 예라고 순순히 대답할터. 한 칠팔년 연구하고, 계획하고, 준비를 먼저 할게다. 그리고는 한 삼사년에 걸쳐 상당히 고급스런 만년침萬年針 한개를 만들어 낼 성싶다. 게다가 매뉴얼까지 만들어 기록으로 남기려 할것이다. 얇은 바늘위에 침명針銘도 새길지 모른다.  

뭐 이런것 아니겠나. ‘봄비에 사쿠라 지는구나.’ 중국사람들, 만만디라했으니, 한 삼사세대에 걸쳐 계속 깍으려 할게다. 아직도 작업은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백년 걸린다는 말이다. 내가 미국에 사니 미국을 빠뜨릴 수는 없다. 미국인들, 주문받으면 중국이나 인도에 하청下請주려할 게 틀림없다. 인건비 타령하면서 말이다. 그럼, 한국사람은? 주문을 받는다면, 일단 투덜댄다. 이건 미친 짓이다. 이건 말도 안 된다 등등 말이다. 내말이 틀림없을진저. 

하긴 도끼에서 바늘 하나를 만드는 건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슬금슬금 연장을 꺼낼텐데, 일을 시작한다는 표식이다. 준비고 계획이고 없다. 일단 한번 보면 견적이 나오고, 시작이 반이다. 밤새워 야간작업에 죽을동 살동 일을 해댈텐데, 빠른 시간안에 슥싹 한 백여개 만들어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주문자에게 그 여러개 중 하나만 골라가라 한다. 나머지는 전철 안에서 반값에 팔아치운다. 물론 품질보증 그런것 없다. 게다가 매뉴얼 그런것 더욱 없다. 

  에프엠이라 하길래, 각잡는 행동인줄로 알았다. 한국군대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항상 ‘에프엠대로 하라’ 했으니 말이다. 헌데, 필드매뉴얼의 준말이고, 야전교범이란 말이다. 모든게 매뉴얼화 됐다는 말이고, 매뉴얼대로 하면 된다는 말이다. 나는 기계작동법만 매뉴얼인줄 알았다. 헌데, 매뉴얼에 없는 것도 많기만 하더만. 매뉴얼에 없는 일들만 터졌으니, 졸병은 항상 허둥댔고 난감했다. 하긴 매뉴얼에 있었다해도 읽지도 않았을 게다. 

  일본사람들 몇년전 쓰나미 사태 때, 재난 구역에 구호물자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단다. 많은 난민들이 구호물자를 옆에 두고도 굶었다 했다. 담당자의 대답이 메말랐다. ‘매뉴얼에 그런 상황은 없으니, 할수없다.’  지난 봄 참사 후에 한국에선 매뉴얼을 만들려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이미 있던 매뉴얼을 재정비하든지.  매뉴얼이 있기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마땅하다. 하지만, 융통성까지 매뉴얼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때때로 융통성도 있어야 한다. 그건 우리민족의 강점 ­아닌가. 임시응변에, 선조치후보고先措置後報告말이다. 내가 괜한 걱정아닌 걱정을 하는가 보다. 참 할일도 없다. 들으라는 성경 말씀은 안듣고, 예화만 재미있어 했으니 말이다. 아니면 이른 더위 먹었나? 하면 안되는 일도 있다.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마태 28:2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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