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일정그릇의 법칙
보스톤코리아  2014-11-04, 11:55:26 
08/01/2014

법정스님의 글이다. 산속 오두막에 기거하실 적이란다. 부실하게 지은 집인지라 장마철이면 아궁이에 물이 괸다고 했다. 걱정되어 자주 퍼내야만 했단다. 하지만 퍼낼수록 물이 다시 괸다고 했는데, 물이 바닥 갈라진 틈에서 올라오는 거다. 낙심한 스님이 오래지 않아 물리학 법칙을 찾아 냈다. 

‘ (아궁이에) 물이 괴는 족족 물을 파내면 도리어 물길이 트여 끊임없이 물이 괸다. 그런데 물이 괴면 그 물량에 따라 압력, 즉 수압이 생기기 때문에 정량이 넘으면 그 이상 더 차오르지 않는다는 사실도 뒤늦게 터득했다.’ (법정스님 글 중에서)

이건 물리학이면서도 인문학이다. ‘샘물은 퍼내면 다시 채워진다.’  게다가 채워지는 물은 더욱 맑은 물일텐데, 아궁이가 컸다면 채워지는 물은 더 많아질건 틀림없다. 일정량 유지의 법칙이라 명명命名하려한다. 

  어느 중신重臣이 술을 너무 마셔댔다. 임금이 총애하는 신하였는데, 그를 걱정한 임금이 술잔을 하사했단다. ‘하루에 이 잔으로 한잔씩만 마셔라’는 당부도 잊지는 않았다. 술잔은 소주잔만했을 게고, 놋으로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한잔 정도라면 신하가 과히  취하지 않을 거라 안심하면서 말이다. 헌데, 며칠 후 다시 그 정승을 만난 임금은 놀랐고, 격노했다. 신하는 다시 만취되어 조정에 나왔다는 거다. 허걱, 임금이 물었다. ‘그 잔으로 한잔만 마셨더냐’ ‘네’ ‘그런데 어찌 그렇게 대취했는가?’

   한잔 술에 대취한 신하는 송강 정철인데, 그는 술잔 안벽을 두드려 늘렸다. 작은 잔을 냉면사발만하게 늘려 만든거다. 그러니 한잔은 한잔인데, 큰 대접으로 한잔이 된 거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도 아닌데, 냉면대접으로 술을 마신 게다. 타는 목마름은 기발함을 일궜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던 거다. 일정그릇의 법칙이라 명명命名한다. 덕택에 김육선생 시조가 떠올랐다. 송강의 장진주사에 못지 않다. 절창이다. 

자네 집에 술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고저 
백 년 덧 시름 잊을 일을 의논코저 함일세
(김육, 자네집에 술익거든)

  옛 시조에는 마지막 절에 자주, ‘아해’에게 심부름 시킨다. ‘아해야, 짚방석 내지말라.’고 아이를 채근하는 거다. 후렴구도 아니고, 잣수를 맞추기 위해 그런가. ‘아해’가 신문에 오르내리는 그 사람 호號라고 했다. 별명이라 하기엔 평범하지 않다. 유모라는 사람말이다. 그 사람 제 정량이 넘쳤는데, 그릇이 아해답지 않게 크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너무 넓히려다가 그릇이 깨졌던가. 올여름은 백년시름을 한꺼번에 맞는듯 싶다.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아구까지 채우니….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요한 2:6~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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