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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의 세상 스케치 469회
보스톤코리아  2014-11-05, 11:20:46   
2014-10-17

모두가 제 색깔로 물들어 가고...

낙화의 시작은 열매라 하지 않던가. 오색의 단풍이 온 산천을 물들이고도 모자라 시간만 허락되면 마음마저 불러댄다. 이 계절의 절정이 단풍인 것처럼 끝은 언제나 시작으로부터이고 시작은 또 끝으로부터는 아닐까 싶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에 보았던 단풍이 어찌 오늘의 것이며 또 내일의 것이 될까. 그저 오늘 내가 있어 만날 수 있고 지금에 그가 있어 마주할 수 있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늘 언제나 시작이고 끝이지 않겠는가. 자연은 늘 이렇게 우리 곁에서 많은 깨달음을 일러준다. 그 깨달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사는 내가 그리고 우리가 있어 안타까울 따름인 것을 말이다.

초록이 무성할 때에는 산천에 보이는 들풀들이 꽃잎들이 그리고 나무들이 모두가 푸르기만 하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그 샛길에서 늘 새로움을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신기하기도 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물먹은 여름 나무들이 푸르름을 자랑하다 가을 햇볕 아래 제 몸을 내어놓을 때쯤이면 하나둘씩 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여름내 산을 오르면서도 진초록의 풀향이 그저 좋았지 저 나무가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 자작나무 그리고 그 외의 이름들을 외울 필요가 없었다. 물론 버섯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무에 대해 조금은 더 깊이 들여다 보았을 것이다.

울긋불긋한 산천을 바라보면 어찌 저리도 고울 수가 있을까 싶어 차마 눈물이 고일 때가 있다. 산 아래에서 보지 못했던 가을 풍경을 산 정상에서 바라보며 느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참으로 내게 새로움이기도 하고 놀라움이기도 하다. 온 산천을 물들인 그 오색 단풍이 노랗고 빨갛게 무리를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에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구나, 이 나무들도 혼자만이 아닌 제 짝을 이루고 무리를 지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싶은 마음에 어찌 이리도 우리네 삶과 그리고 인생과 닮았을까 싶어 또 신기함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 어떤 환경적 변화에 영향을 받아 잎이 떨어지거나 설령 퇴색될지언정 제 색깔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이치이다. 결국, 모두가 제 색깔로 물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과 마주해본다. 때로는 자신의 삶의 색깔과 모양을 제대로 찾아볼 사이 없이 타성에 젖거나 이끌려 정신없이 살아오지 않았던가. 나는 진정 무슨 색깔을 지녔으며 또 어떤 모양으로 있는 것인지 자신 스스로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인생에서 무엇보다도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 어떤 보편적인 교육 환경에서가 아닌 진정한 나의 색깔과 모양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엊그제는 가깝게 지내는 언니가 웃음 띤 얼굴로 요즘 유행한다는 어느 유행가 제목을 찾아 유트뷰에서 들려준다. 어느 60대 어르신의 자작 뮤비라는데 가사가 기가 막히다. 정말 흐르는 유행가라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진솔한 그런 가사여서 가슴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너는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다!'라는 내용의 유행가였다. 어쩌면 이 가을날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한 번쯤 독백처럼 툭 내뱉어버리고 싶은 마음의 말은 아니었을까.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그래서 더욱이 사색적인 계절이고 무엇인가 고독과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낙화의 시작은 열매인 것처럼.

산천의 울긋불긋 물든 단풍처럼 우리는 모두가 제 색깔로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젊어서 제대로 내 색깔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시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떤 색깔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색깔이 얼마만큼 제 빛깔로 반짝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모두가 제대로의 색깔을 낼 수 있다면 그것이 함께 하모니를 이뤄 더욱 아름다운 산천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때로 내가 아닌 다른 이의 것에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을 때가 있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 뿐만이 아닌 다른 이에게도 득보다는 실을 실어주는 것이다. 결국, 서로 시간의 낭비이고 허비인 까닭이다.

인생의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차근차근 미리 하면 더욱 고운 빛깔로 제 색깔의 단풍을 물들이지 않을까 싶다. 가끔 곁에서 고운 빛깔의 어른들을 뵈면 바라보는 젊은이들도 마음이 편안해 좋지 않던가. 어찌 노력하지 않고 저절로 되는 것이 이 세상에 단 하나라도 있을까. 이처럼 어른들의 지혜는 삶의 경험에서 오는 것이기에 젊은이들이 따라갈 수도 없을뿐더러 넘볼 수도 없는 것이 아니던가. 이 가을 넉넉해서 좋고 풍성해서 좋은 그런 누림이면 좋겠다. 내게 없는 것을 안타까워만 하지 말고 내게 지금 있는 것에 감사하는 넉넉하고 풍성한 누림의 계절이길 소망해 본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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